[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프랜차이즈 기업에 차액가맹금 공개 등을 요구하면서 업계에 내홍이 일고 있다. 가맹본부는 차액가맹금은 영업기밀이거니와 이를 공개하는 건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반면 가맹점들은 본사의 폭리 등을 막을 수 있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로열티 제도를 대안으로 거론, 공정위 방침이 점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평가 등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불투명한 거래관행을 해소하고 가맹점에게 필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기 위해 정보공개서 기재사항을 확대키로 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본부 재무상황과 매출액, 가맹사업자 부담금 등을 포함한 문서로 가맹사업자가 구매물품 가격을 확인하거나 한 해 지출규모 등을 예측하는 데 활용한다. 가맹희망자는 가맹본부를 선택할 때 이를 참고하기도 한다.
가맹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평균 차액가맹금 지급 규모, 구입 요구 품목별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 △직전연도 주요 품목(품목별 구매대금 합계 기준 상위 50% 품목)의 공급 가격 상·하한 △특수관계인의 경제적 이익 △가맹본부, 특수관계인의 판매장려금 수취 사항 △다른 유통 채널을 통한 공급 현황 등을 추가로 기재해야 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31일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연매출 5000만 원 이상인 가맹본부는 오는 4월 말까지 정보공개서 변경등록을 마쳐야 한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 불필요한 분쟁이 감소하고, 가맹희망자들은 창업을 보다 합리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가맹본부 반발 “프랜차이즈 특성 고려해야”
이를 두고 가맹본부 측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영업기밀이며 이를 공개하는 건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도매로 구매하는 가격과 가맹점에 납품하는 가격의 차이로, 사실상 ‘유통마진’으로 일컬어진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도매가와 납품가는 결제·계약방식, 물량, 납품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은 경영판단을 통해 이를 조율, 가격을 결정한다. 차액가맹금이 공개되면 업체 간 가격경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납품가 등이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될 경우 가맹점도 반발을 살 수 있다. 유통시장이 무너지는 셈”이라며 “이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시행령으로 그 권리를 침해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2월 안으로 개정안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일부 가맹본부는 프랜차이즈 특성을 고려치 않았다고 지적한다. A 가맹본부 관계자는 “유통마진엔 인건비·유류비·연구개발비 등 가맹본부가 투입한 직간접적인 비용뿐만 아니라 가맹점이 프랜차이즈의 노하우를 빌리는 대가도 반영된다”며 “차액가맹금을 단순히 가맹본부의 이익으로만 치부하고 공개하라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B 가맹본부 관계자는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영위하는 산업이다. 동시에 엄연한 유통산업으로 고객을 최종 소비자로 두기 전에 가맹점을 1차 소비자로 둔다”며 “차액가맹금 공개는 일반 재화를 판매할 때 그 원가를 공개하라는 거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 가맹점은 환영 “가맹본부와 신뢰도 높아질 것”
반면 가맹점들은 공정위 지침을 반긴다. 과거 일부 기업들이 유통과정에서 마진을 크게 남겨 폭리를 취하는 등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는 것. 거래과정이 투명해지면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 본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맹점의 수익 배분 왜곡은 대개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행태에서 비롯됐다”며 “차액가맹금이 공개되지 않으면 이런 악행도 근절될 수 없다. 가맹점은 계속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상생의 파괴다”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주 C 씨는 “유통업계에선 가맹본부가 일부 제조사와 물품을 대량으로 거래할 시 백마진을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돈다. 이는 장부상에도 기록되지 않는데 차액가맹금이 공개돼야 유통산업도 투명해진다”고 주장했다.
일부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논리가 허술하다고 지적한다. 가맹점주 D 씨는 “판매 음식이 피자라고 가정했을 때 영업기밀은 치즈와 밀가루의 배합 비율, 오븐에 굽는 시간, 도우의 두께 등이다. 식자재 가격을 영업기밀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공공의 이익이 크다면 영업기밀일지라도 공개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최승재 최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영업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차액가맹금 등은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면서도 “공개했을 때의 사회적 이익이 보호했을 때보다 크다면 가맹본부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분석했다.
# ‘로열티 제도’ 대안 될까
업계 내 의견이 분분하다 보니 ‘로열티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가맹점이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사용한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제도다. 가맹점 수익은 본사 수익으로 이어진다. 가맹본부는 가맹점 영업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협력·상생의 실현이다. 물류마진을 남기지 않다보니 가맹본부의 문어발식 확장도 근절될 수 있다.
앞서의 정종열 정책국장은 “미국, 일본 유통업계엔 로열티 제도가 잘 자리 잡았다. 미국 기업들은 1970~1980년대 우리와 비슷한 구조를 띄다 로열티 제도 도입 후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 정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미성숙하다 보니 가맹사업자들이 그 개념, 필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A 가맹본부 관계자는 “일부 커피 브랜드는 로열티 제도를 계약서에 명시해 운용한다. 하지만 가맹점들이 이를 공감하지 못해 잘 지키지 않는다. 위약금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 전문가들 “방향 맞지만 점진적 시행 필요”
전문가들은 공정위 방향이 옳지만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평가한다. 김승현 한국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소장은 “개정안 취지와 내용은 옳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 가맹본부는 가맹점 개설수익, 로열티, 물류마진(유통마진) 중 물류마진으로만 수익을 충당한다. 이 물류마진은 물류·제조업체 위탁여부, 판매장려금 수취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내용을 보지 않고 금액만 공개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경쟁업체 등 외부에서 금액만 보고 기업들을 줄 세우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갖고 공개 항목, 방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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