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개 도축업소를 없앤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잔인하게 도축하는) 한두 사람 때문에 모두가 욕을 얻어먹는 거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경동시장에서 39년째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A 씨의 말이다. 경동시장은 서울에서 거의 유일한 개고기를 취급하는 곳. 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에 있는 개 도축업소를 조만간 모두 없앨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비즈한국’이 지난 13일과 14일 경동시장의 개고기 판매업소 네 곳을 찾았다.
이곳 개고기 판매 상인들에 따르면 현재 서울 내 도축업소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서울 변두리 지역에 있거나 대부분 외딴 시골에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 내 도축업소를 완전히 없애도 서울에서 개고기를 판매하는 상인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상인들의 걱정은 따로 있다. 말이 만들어 낼 부정적인 영향이다.
이곳 상인들은 소와 돼지, 닭의 도축방법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왜 개의 도축만 문제 삼느냐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먹던 걸 가지고 왜 그러느냐”며 “도축을 막아서 개고기를 못 먹게 할 게 아니라 동물을 버리지나 않게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다른 상인 B 씨도 “소와 돼지도 도살해서 판매를 하는데 무조건 (개 도살만)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보탰다.
현행법에 따르면 개를 도살하거나 개고기를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에 따라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학대하면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인은 정부부처의 말 한마디가 이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적인 문제보다 그렇지 않아도 손님이 없는 상황에서, 개 도축과 식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수록 더욱 이곳을 찾는 손님의 발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고기 수요가 많았던 과거에는 도축업소에서 매일 개를 공급받아 판매했지만, 지금은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간격을 둔다고 한다. 고정 손님은 거의 없고 그나마 뜨내기들이 시장을 찾아야 수익이 겨우 나는 정도라고. 14일 오후 1시와 3시, 손님들로 붐벼야 할 시간대지만 시장은 조용했고 개고기 판매업소가 몰려있는 이른바 ‘개고기 거리’는 더 한산했다.
A 씨는 “작년에는 개고기 파는 데가 좀 더 있었는데 최근에 많이 없어졌다”며 “재작년에 동물보호단체에서 시위 왔던 적이 있었는데 (나를) 사람이 아닌 것처럼 대하더라. 불경기도 불경기고 이런 압박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017년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로 구성된 동물유관단체대표자협의회는 경동시장에 캠핑카를 두고 개고기 판매업자들을 24시간 감시했다. 암암리에 이뤄지는 개 식용 관련 불법 행위를 근절한다는 취지였다.
아직 장사를 하고 있지만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인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5년 전부터 경동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았다는 C 씨는 “요새는 너무 장사 안 된다.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안 올 때가 대부분이다”며 “답도 없다. 문 닫을 계획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개고기와 개소주 등을 파는 D 씨는 “지금까지 개 관련 영업에 대해서 세금은 다 걷어가지 않았나. 받을 것은 다 받고 이제 와서 못 하게 한다는 것은 이치에 안 맞는다”며 “요즘 사람들이 개에 관심도 많고 하니까 표심을 노리고 이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수의 동물보호단체는 개고기 식용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전국동물활동가연대는 서울 여의도의 국회 앞에서 “개 식용 종식으로 갈 수 있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동물보호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이 초복을 맞아 개 식용 반대를 골자로 하는 집회를 열었다. 폐사한 개의 사체를 들고 광화문 광장을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운오 서울시청 동물보호과 팀장은 “서울 도심 내에서 개 도축만이라도 금지하자는 것이다. 법적인 위반사항이 없다하더라도 미관상이나 동물 복지 차원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개고기 판매를 못하게 하는 건 아니다. 개 식용 여부는 수십 년 동안 논란이 된 부분이라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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