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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튜브] 이사배·씬님·라뮤끄…'아트'로 승화한 메이크업의 세계

타고난 외모는 중요치 않고 '비포'와 '애프터'의 차이 극명할수록 인기

2019.02.13(Wed) 18:14:07

[비즈한국] 유튜브 전성시대다. 정치사회적 파급력도 대단하거니와 학습, 취미, 실용, 오락 등 무궁무진한 정보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TV보다 유튜브를 많이 보게 됐다. 40대 남자로서 유튜브의 유용한 채널들을 소개해 본다.

 

수수께끼가 풀렸다. 왜 ‘연예인을 보면 얼굴에 빛이 나는지’ ‘결혼식장의 신부는 왜 예쁜지’ ‘홍대입구역 앞 여성들은 왜 다 예쁜지’가. 답은 메이크업 유튜버에 있었다.

 

이런 얘길 들으면 40대 아재가 여성의 미모를 품평하려는 글로 오해할 수 있다. 보통의 아재는 여성의 외모를 ‘소비’하는 데 관심이 많지만, 이 글을 쓰는 아재는 여성의 외모를 ‘생산’하는 데 관심이 많다. 

 

유튜브 채널 ‘RISABAE(이사배 메이크업)’ 운영자. 사진=유튜브 채널 RISABAE​ 화면 캡처


동일한 여성이라도 한 달 전에 볼 때, 어제 볼 때, 오늘 볼 때가 달라 보이는 이유는 메이크업 때문이다. 헤어와 패션도 기여하지만, 헤어와 패션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하는 메이크업은 철저히 혼자만의 작업이다. 

 

많은 뷰티 유튜버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메이크업에 특화된 3개 채널을 꼽으라면 ‘RISABAE(이사배 메이크업)’ ‘ssin 씬님’ ‘lamuqe(라뮤끄 메이크업)’이다. 

 

이사배 메이크업은 2015년 7월 가입해 구독자 210만 명, 조회수 2억 2817만 회를 기록 중이다(13일 기준). 운영자는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조곤조곤 얘기하기에 메이크업에 관심이 없어도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블링블링 콘셉트, 청순가련 콘셉트, 악녀 콘셉트 등 다양한 메이크업이 주이지만, 이벤트성으로 얼굴이 초록색인 그린치, 영화 ‘범죄도시’의 장첸 등 괴기한 메이크업을 보이는 악동스런 모습도 보인다. 

 

유튜브 채널 ‘RISABAE’

 

씬님은 이사배 메이크업을 보다 관련 영상으로 알게 됐다. 자다 깬 부스스한 모습에서 시작하는데, 시선을 다른 데로 팔다가 다시 보니 연예인급의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 이사배처럼 갸름한 얼굴이 아니라 얼굴이 통통하다면 씬님 메이크업이 제격이다. 2008년 5월 가입한 씬님 채널은 현재 조회수 3억 7482만 회, 구독자 161만 명이다.

 

유튜브 채널 ‘ssin 씬님’

 

라뮤끄는 요즘 걸그룹 스타일을 따라하고 싶다면 적당한 채널이다. 볼 때마다 비포와 애프터가 너무 달라 놀라곤 한다. 고등학교 다닐 때 특별히 눈에 띄지 않고 조용조용히 다니다 졸업 후 백팔십도 달라진 여자 동창생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11년 11월 가입한 이 채널은 현재 1억 701만 조회수, 구독자 141만 명에 이른다.

 

유튜브 채널 ‘lamuqe’

 

이들의 인기 비결은 ‘비포’와 ‘애프터’의 확연한 차이다. 타고난 미모가 뛰어난 사람은 안 꾸미든 많이 꾸미든 미모가 어디 가지 않으므로 흥미를 끌지 않는다. 비포에서 망가질수록, 애프터에서 극적인 변신을 보일수록 ‘나도 할 수 있다’는 구독자들의 용기는 상승한다.

 

메이크업 과정을 보면 ‘아트’에 가깝다. 메이크업은 대개 20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친다. 사용되는 화장품도 20가지 이상이다. 어떻게 보면 캔버스에 제소를 바르고 색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드로잉 과정과 비슷하니 아트라고도 할 수 있다. 메이크업으로 특정 연예인 이미지를 흡사하게 모사할 정도니, 타고난 ‘캔버스’와 완성된 ‘아트’의 상관관계가 있기나 한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개개인의 메이크업 수준은 제자리걸음이었을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주위 친구를 보면서 알음알음 배우는 수밖에 없다. 백화점이나 화장품 메이커에서 진행하는 메이크업 강좌를 들으면 더 발전할 것이고, 메이크업 학원을 다니면 전문가 수준이 될 것이다. 

 

과거엔 개인이 알음알음 해봤자 실력엔 한계가 있었다. 전문 아티스트의 메이크업을 받는 연예인은 ‘빛이 난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고급 스킬이 대중에게 전파되다 보니, 일반인도 연예인처럼 얼굴에 빛이 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본판을 잘 타고 난 사람이 ‘예쁜 사람’ 대접을 받았지만, 지금은 ‘금손’이 ‘예쁜 사람’ 대접을 받는다. 

 

아재로서 뷰티 유튜버 채널을 보고 느낀 교훈은 세 가지다. 첫째, 남자들은 배우자나 여자친구가 약속시간에 늦더라도 절대 화내서는 안 된다. 메이크업은 인내심과 신중함이 필요한 예술이다.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열심히 붓을 놀리다가 마음에 안 들어 미켈란젤로가 캔버스를 찢어 버리듯 새로이 시작하느라 시간이 지체될 수 있다. 

 

둘째, 남자들은 배우자나 여자친구가 타인을 만나러 갈 때 진한 화장을 했다고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느냐”고 질투를 부려서는 안 된다. 예술가가 타인의 작품을 보고 ‘나도 저 정도는 하는데’ ‘내가 저것보다는 더 잘해’라고 마음먹듯, 메이크업을 개시하는 순간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고 질투심을 느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심정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메이크업이 여자의 전유물이라는 점은 아쉽다. 메이크업을 남자도 할 수 있다면 ‘노력’으로 타고난 것 이상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TV에서 가끔 중년 남자가 메이크업 한 모습을 보면 앙드레 김처럼 보여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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