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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청계산·도봉산 입구에서 맞아본 아웃도어 침체 '한파'

불황‧트렌드 변화‧미세먼지 삼중고…전년 대비 20% 시장 축소로 줄도산 공포

2019.02.13(Wed) 18:13:37

[비즈한국] “예전에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서로 여기에 오려고 난리도 아니었어.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올려서 원래 있던 식당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들어오는 업체들도 있었고. 그런데 요새는 나가려고 난리야. 밀레, 코오롱, K2도 최근에 다 나갔어.”

 

서울시 서초구 청계산 등산로에서 20년째 소매점을 운영해온 오 아무개 씨의 말이다. 청계산 등산로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아웃도어 1번지’로 통했다. 내로라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알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등산로 입구에 매장을 내는 ‘입점 경쟁’도 치열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폐점 경쟁’에 한창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아웃도어 1번지’라 불린 청계산 등산로의 매장을 잇달아 철수하고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


지난해 여성 전용 아웃도어 브랜드 ‘와일드로즈’ 매장이 빠진 자리는 여전히 공실로 방치된 상태였다. 근처 부동산 중개업자는 “여기는 월세가 보통 600만~1000만 원이다. 임대료는 비싸고 등산복을 찾는 사람이 없어서 새로운 임차인도 들어오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14~15개 있었는데 지금은 5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도 2층짜리 매장을 내놓았다.

 

‘아웃도어 특화거리’로 선정돼 지난해까지 3년간 서울시로부터 44억 원이 투입된 도봉구 도봉산 등산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등산로 초입에 위치해 가장 눈에 잘 띄는 매장을 15년째 운영하는 A 씨는 지난 1월 매장을 부동산에 팔기로 결정했다. 그는 “15년 전이랑 비교하면 매출이 30%밖에 안 된다”고 사정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등산로에서 잇달아 직영점을 철수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매출 실적이 크게 부진한 가운데 직영점의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줄여야 했던 것.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실적은 전반적으로 좋지 못하다. 지난 1월 30일 신한금융투자는 에프엔에프(F&F)가 디스커버리의 매출 부진으로 4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프엔에프는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2012년 출시한 회사.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파도 2017년 영업이익이 2016년에 비해 60억 원가량 줄었다. 네파 관계자는 “2018년도 역시 2017년보다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패션 시장의 트렌드를 연구하는 이유순 패션인트렌드 이사는 ​​“​조만간 아웃도어 업체 몇 곳이 부도 신청을 한다고 들었다”며 “올해 전체 아웃도어 시장은 전년 대비 20% 더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31일 ‘르까프’와 ‘머렐’, ‘케이스위스’ 등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명한 화승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도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청계산 등산로에 위치한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이 가게를 내놓은 모습. 사진=김명선 기자


전문가들은 아웃도어 시장이 극심한 침체에 빠진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경기 침체에 따라 소비자의 의류 구입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것. 패션학회의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은 매년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아웃도어는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에 가장 많이 팔리는데 인구가 감소하고 한 자녀 세대가 늘며 구매율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등산복이나 롱패딩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해 젊은 층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외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패션을 뜻하는 ‘스트리트 캐주얼’이 최근 대세로 떠오르면서 이들 아웃도어 브랜드의 노후화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올 겨울 미세먼지도 아웃도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사시사철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와 유난히 따뜻한 올 겨울 날씨도 아웃도어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이유순 이사는 “겨울 아웃도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겨울 장사가 (연매출의) 50%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미세먼지가 많아서 집 밖 활동이 줄어들면서 아웃도어 업체들의 실적이 많이 줄었다. 또 날이 덜 추워서 옷을 많이 사지 않은 것도 이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아웃도어 시장의 침체기가 지속되면서 영세 하청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들는 계절적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워터스포츠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뛰어들고 있지만 전문 분야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하다.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내놓은 롱패딩과 같이 일시적인 유행이 끝나면 급격히 판매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의 패션학회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 아웃도어 브랜드는 트렌드를 분석하고 그에 맞게 신제품을 개발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불황이 지속될 경우 경쟁력 있는 일부 메이저 기업만 살아남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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