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고발 주체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와 잇따라 맞붙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공시 위반 이유로 담당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내린 증선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판단의 주체는 서울행정법원이지만, 법조계는 단순한 ‘행정 결정’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검찰의 수사까지 앞둔 상황에서 법원의 1차적인 판단이, 형사재판을 담당할 판사들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 증선위, 1차 제재 반발하자 2차 제재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삼성바이오가 증선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문에서 증선위의 제재 효력을 본안 소송 때까지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바이오와 증선위가 서울행정법원에서 맞붙은 사안은 두 건이다. 먼저 지난해 7월,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을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에 재무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을 권고하고 3년간 지정 감사인의 감사를 받도록 하는 제재도 결정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반발하자, 2차 조사가 진행됐고 증선위는 추가로 삼성바이오에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 시정 요구(재무제표 재작성), 과징금 80억 원 부과 등의 처분도 내렸다.
회사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삼성바이오는 당시 결정이 회계법인 등의 자문을 거쳐 나온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자체 결론을 내린 뒤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의 회의 끝에 증선위의 1차, 2차 제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과 함께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신청했다.
# “다툼의 소지 있다면 보통 일단 효력 정지”
지난 1월 진행된 2차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 및 집행정지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이겼다. 법원도 증선위 제재 효력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삼성바이오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뒤이어 열린 1차 처분에 대한 심리에서도, 삼성바이오는 1차 때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삼성바이오 측은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매년 수천억 원에 이르는 고의 분식을 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며 “기업 이미지와 명예, 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나온 2차 처분에 대한 결정 당시, 법원은 별도의 설명을 언론 등에 하지 않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삼성 측이 억울할 부분이 많다, 일단 정지를 한 뒤 결정을 해도 늦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사건 판단이 보도로 나온 뒤 사건 흐름을 들었다”는 설명과 함께 “증선위의 판단이 다소 일방적인 부분이 있고, 삼성 측에서 주장하는 부분도 다퉈볼 여지가 상당해 일단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 11일 진행된 심리에 대해서도 “1차 처분의 경우도 법원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 일단 제재를 정지시켜 놓는 게 보통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 일시적인 결정이지만 앞으로 적잖은 영향
본안 판단도 아니고, 일시적인 제재 처분 중지 결정이 달린 사안이지만 법조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에 앞서 법원 판단이 나오는 만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있을 압수수색 영장 청구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법원 관계자는 “판사들도 사람인지라, 중대한 사안을 판단할 때는 주변 판사들에게 묻거나 비슷한 판례 및 판단을 찾곤 한다”며 “삼성바이오 사건의 경우 형사처벌보다 비교적 판단이 가벼운 행정법원의 판단 과정과 배경을 참고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바이오 측 역시 이번 법원 판단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내, 향후 검찰 수사 및 형사 재판 변론에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여전히 삼성바이오 측에 또 다른 변수다. 검찰 수사는 단순 공시 누락이나 회계분식 여부 판단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며 “그 1차 과정인 공시 누락 및 회계분식 여부부터 맞대응한다는 게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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