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파리바게뜨 제빵사들 일부가 본사인 파리크라상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지 1년 만에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제빵사 불법파견 논란, 처우 문제 해결을 위해 파리크라상이 약속했던 임금인상, 근로계약서 작성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 반면 사측은 합의사항을 잘 지키고 있으며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도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이들 사회적 합의가 다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 제빵사의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으로 규정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가맹본부 파리크라상이 협력업체와 업무협정을 맺고, 협력업체 소속 제빵사를 가맹점에 보내는 ‘도급’이 불법이라는 것이었다. 파리크라상은 제빵사들에게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며 실질적인 사용사업주 역할을 해왔다. 도급계약 시 사용자는 도급계약자에게 업무지시를 내릴 수 없거니와 현행법상 제빵업종은 파견을 허용치 않는다. 고용부는 본사에 노동자 5300여 명에 대한 직접고용과 체불임금 110억여 원에 대한 지급을 이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파리크라상은 불법파견 논란 해소, 제빵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과 협력업체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정치권 등과 지속적인 협상을 벌였다. 지난해 1월 11일, 파리크라상이 자회사를 설립해 제빵사를 고용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합작법인 ‘해피파트너즈(현 PB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사를 직접 고용키로 한 것. PB파트너즈 지분은 파리크라상과 가맹점주협의회가 각각 51%, 49%씩 보유키로 했다.
당시 파리크라상은 제빵사들의 임금 16.4% 인상, 3년 내 본사 직원들과 동일한 복리후생·임금 제공도 약속했다. 노조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취하에 따른 위로비로 소송인원 1인당 200만 원 지급과 PB파트너즈와 전 사원 간 근로계약서 작성 등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1년 만에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제빵사들 소속이 협력업체에서 PB파트너즈로만 바뀌었을 뿐, 임금이나 기타 근로조건은 그대로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파리바게뜨 노조는 총 3개로 한국노총 산하 ‘전국 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피비파트너즈 노조’, 한국노총 산하 ‘전국 공공노동조합연맹 중부지역 공공산업노조’,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노조)’로 구성된다. 한국노총 조직엔 제빵사 1700여 명, 민주노총 조직에 1100여 명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1월 31일부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측에 따르면, 지난해 합의 당시 노동자들은 본사의 직접고용을 원했지만 본사가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을 약속하면서, 자회사 직고용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사는 자회사 직고용을 조건으로 약속했던 합의사항을 지난 1년간 제대로 이행치 않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 처우 그대로다 vs 점진적 개선 중
이들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실질적 임금상승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월 8일 체결된 임단협에 따르면 올해 제빵사 임금은 직군에 따라 11.5~12.6% 인상됐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지난해 임금 16% 인상은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에 기대어 오른 것으로, 올해 11%대 인상도 마찬가지다”라며 “협상 당시 우리는 즉시 인상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3년 이내’로 하고 1년, 2년 후 다시 이야기하자 했다. 우리는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3년 이내라 했으면 구체적인 임금인상 로드맵이나 기준점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오히려 본사 직원들의 상여금을 200% 깎아 하향평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B파트너즈는 점진적으로 처우를 개선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PB파트너즈 관계자는 “임금의 경우 곧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3년 내로 파리크라상 직원들과 동일하게 맞추기로 한 것으로 점진적으로 올리고 있다. 복리후생은 합의 이후 즉시 동일 수준으로 맞췄다”며 “업무량 조절을 위해 지속적인 신규채용에도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법률소송비 미지급 vs 소송취하 안 했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1년이 넘도록 이뤄지지 않은 법률소송비 지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설명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PB파트너즈를 상대로 “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아, 구체적인 지급방식 등을 논의하는 협상 테이블에 참여치 않고 있다.
임영국 사무처장은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대상은 본사인 파리크라상으로, 이는 합의 이전 불법파견이 논란이 되면서 제기한 것”이라며 “자회사 PB파트너즈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빌미 삼아, 이와 관련한 논의를 피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PB파트너즈 관계자는 “법률소송비 지원은 노조 측에서 아직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지 않아 파리크라상이 지급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근로계약서 작성 미이행 vs 현실적 어려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PB파트너즈와 전 사원 근로계약서 작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은 관리자들에 대한 시정 약속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관리자들은 오히려 진급까지 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CCTV를 통한 직원 감시·통제, 탈의실 부제 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도 시급히 해결돼야 사안으로 꼽는다.
이에 대해 PB파트너즈 관계자는 “사명 해피파트너즈일 때 전 직원과 계약서를 썼고, 사명 변경 후에도 계약서를 새로 쓰자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계약서 재작성을 원하지 않은 직원만 새로 쓰지 않은 것뿐”이라며 “폭언 등을 일삼은 관계자들에 대해선 인사위원회를 열어 적법한 절차대로 징계를 진행했다. 이후 일부는 운영성과가 좋아 진급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노조가 3개이다 보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 따라 단일화 절차를 진행해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이뤄낸 것 자체가 큰 성과로 본다. 지속해서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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