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경제 챙기기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주에 자영업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 기업인과의 만남에 이은 경제계와의 세 번째 소통행사로 자영업자를 선택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소통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라는 점에서 최근 자영업자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자영업자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되면서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은 수출에 의존하는 기존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소비를 늘리려는 것이다.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동시에 대기업에 몰리는 부를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정책이 옳은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 경제 현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취업자 2682만 2000명 중에서 자영업자는 673만 9000명으로 25.1%를 차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자영업자 비중이 15% 정도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이러한 비중도 경기 악화로 인해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인 2009년에는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0%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대비 자영업의 상대소득이 낮아지면서 빈곤에 빠진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폐업을 선택한 이들이 증가한 때문이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자영업 취업자 비중이 1%포인트(p) 늘어날 때마다 소득 분배 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220%p 높아진다.
자영업 내에서 비중이 높은 도소매의 경우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만 8000원, 음식·숙박업은 1만 98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무원 노동생산성 7만 3000원에도 못 미친다. 자영업자들로서는 올해 8350원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의 비정규직 비중은 20.1%로 제조업 비정규직 비중인 7.8%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러나 정부의 비정규직 감소 정책은 제조업에 집중된 상태여서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감소를 뼈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대신 부담만 안고 있는 셈이다.
지나치게 많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로 인해 정부도 경제정책을 밀고 나가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40% 이상이 도시가구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181만 원)에도 못 미치는 돈을 벌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하거나 빈곤가구로 떨어질 위험성이 높은 상태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자니 자영업자라는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불려온 가계부채 문제도 자영업자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강화 등 강력한 부동산 가격 안정책을 통해 급격하게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 효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11.6%였던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7년 8.1%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 3분기 말에는 6.7%까지 내려갔다. 이와 반대로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은 609조 2000억 원을 기록해 600조 원을 돌파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13.8%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 속도의 두 배였다.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 인하와 상가 임대차 보호 강화 등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영세 자영업자가 지나치게 많아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감소시켜주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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