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개강을 앞둔 대학가는 자취방 구하기 전쟁터다. 원하는 가격대에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 집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월세는 상승해 대학생의 주거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이 서울 시내 주요 대학가의 전용면적 33㎡(약 10평) 이하 원룸 등록 매물 5000건을 보증금 1000만 원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평균 월세는 54만 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비싼 원룸 월세를 받는 대학가는 서울교대 앞으로 평균 56만 원이었으며 홍익대 일대는 평균 54만 원, 건국대·경희대·연세대·한양대는 48만 원, 숙명여대는 47만 원, 중앙대는 43만 원 등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재학 중인 김 아무개 씨는 “월세에 생활비까지 감당하려면 아르바이트 하나로는 부족하다.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느라 정작 비싸게 얻은 집에서는 쉴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 매물 1300개 중 월세 30만 원은 스무 개 남짓
지난 7일 부동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촌역 인근 월세방을 검색해봤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내 등록 매물은 1312개. 그 중 월세 30만 원(보증금 1000만 원)에 입주 가능한 집은 18개다. 반지하와 옥탑방이 7개, 1층은 8개이고 2~3층은 3개뿐이다. 18개 매물 모두 19㎡(약 6평) 이하이며 2~3층 원룸은 16㎡(약 5평) 이하다. 보증금을 2000만 원으로 올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앱을 통해 찾은 원룸을 ‘비즈한국’이 직접 확인하러 나섰다. 처음 찾은 곳은 5층 건물 3층의 원룸으로 보증금 200만 원 월세 30만 원을 받는다. 이곳을 안내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은 많이 받지 않는다.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깎는 일이 요즘 어렵다”고 말했다.
앱에는 16㎡(약 5평)로 소개돼 있었지만 공인중개사는 13㎡(약 4평)이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침대 하나와 작은 씽크대, 미니 냉장고가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방이 꽉 찰 정도로 비좁았다. 공인중개사는 “옷장이나 수납장을 놓을 수 없어 짐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옷은 침대 위 행거에 몇 벌 걸어둘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찾은 곳은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의 원룸이다. 앞서 봤던 원룸보다 조금 넓은 16㎡(약 5평) 면적이지만 옥탑방이고 공용 세탁실을 사용해야 했다. 방문을 열자 곰팡이 냄새에 얼굴이 찡그려졌다. 공인중개사는 “잠깐 환기를 시키면 냄새는 금방 빠진다”고 말했지만 방에 난 작은 창문으로 곰팡이 냄새를 빼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보일러를 틀어 놓았음에도 방 안에서는 한기가 돌았고, 옥탑이라 천장 한 쪽이 사선으로 경사져 있어 방 안에서의 움직임이 불편했다. 공인중개사는 “30만 원에는 이 정도 컨디션의 원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저렴하게 잘 나온 매물이라 금방 계약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역 인근 중개업소를 직접 방문해 문의해도 월세 30만 원으로 자취방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A 중개업소 대표는 “30만 원 월세는 구할 수 없다. 40만~50만 원은 돼야 살 만한 원룸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B 중개업소 대표는 “월세 30만 원은 반지하로만 가능하다. 그나마도 몇 개 없는 상황이다. 신촌 평균 시세가 50만 원이라 40만 원대로 구하는 것도 힘들다”며 “예전에는 보증금 1000만 원을 올리면 월세 10만 원을 깎아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5만 원 깎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건대입구역 인근 1009개 등록 매물 중 월세 30만 원(보증금 1000만 원)으로 입주 가능한 곳은 11개다. 그 중 6개는 반지하다. 숙대입구역도 인근 380개 매물 중 같은 조건으로 입주 가능한 곳은 8개뿐이다. 월세 25만 원에 입주 가능한 옥탑방은 전용면적이 4.8㎡(약 1.5평)로 비좁다.
# 저렴한 기숙사 마련하려 해도 주민들은 반대
이처럼 대학가 월세 부담이 높아지면서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가구는 약 69만 가구로 전체(454만 2068가구)의 15.2%를 차지한다. 이 중 서울 거주자는 38.2%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공약집에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기숙사 수용인원을 최대 5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합기숙사 등을 설립해 학생들에게 10만~15만 원선의 저렴한 월세로 제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기숙사 건립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2013년 고려대학교는 학생 11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신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 생계형 임대업자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까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지난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학교 내 유휴부지에 150가구 규모의 ‘대학협력형 행복주택’을 짓기로 했다. 월세 10만 원 수준으로 입주가 가능하며 타 대학의 학생도 입주할 수 있는 기숙사다. 하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건설이 중단됐다.
2016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 연합기숙사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했지만 성동구청과의 협의가 원만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행당동 연합기숙사는 원전 주변지역 대학생을 수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 울산 울주군, 부산 기장군, 경북 경주시, 전남 영광군 등 4개 지자체와 한국수력원자력, 교육부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000명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 예정이다.
기숙사 건립을 위해서는 부지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장학재단이 부지 용도변경 서류를 성동구에 접수한 상태로 구청 측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사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성동구는 주민 반발로 기숙사 건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는 상태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주민들은 아파트값이 떨어질까봐, 임대업자들은 고객을 빼앗긴다고 반발한다. 조망권,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는 설계 변경 등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며 “기숙사 건립 때마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생긴다. 대학생의 절박한 주거난을 해결하면서 지역 주민의 생존권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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