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설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물가상승 소식이 쏟아지고 있다. 식음료, 외식, 교통비 등 서민 체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올랐고, 식품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의 상승폭을 보였다.
# 맥도날드 4년째 가격 인상 중, CJ제일제당 햇반도 작년에 이어 또 올라
맥도날드는 12일부터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사이드 및 디저트 5종, 음료 2종, 해피밀 5종 등 23개 메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평균 인상률은 2.41%로 가격은 100~200원 오른다. 맥도날드 관계자는 “가격 조정은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가운데 고객에게 최상의 맛,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맥도날드는 2016년부터 연초마다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설 연휴인 2월 15일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버거, 아침 메뉴, 사이드 및 디저트 등 27개 제품의 평균 인상률은 4%에 달했다. 햄버거 대표 메뉴인 ‘빅맥’과 ‘상하이버거’는 44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고, 음료 ‘칠러’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가량 인상됐다.
롯데리아, 버거킹, 써브웨이 등도 최근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는 버거 11종 가격을 2.2% 인상했다. 데리버거는 2000원에서 2300원으로, 클래식치즈버거는 4000원에서 4200원으로 올랐다. 버거킹은 1월부터 딜리버리 서비스 메뉴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써브웨이는 미트볼, 스테이크앤치즈, 터키베이컨아보카도 등의 샌드위치와 파티플래터, 더블업 토핑 메뉴 가격을 올렸다. 샌드위치의 평균 가격 상승률은 15cm 제품은 2.4%, 30cm 제품은 2.3%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인 ‘햇반’을 비롯해 어묵, 장류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쌀값 상승으로 인해 햇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CJ제일제당의 입장이다. 즉석밥은 100% 국내산 쌀을 활용하는 만큼 쌀값 상승이 제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해 쌀값은 전년 대비 26.2% 인상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쌀값이 상승하며 관련 품목 가격도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락 제품의 지난해 가격 인상률은 6.6%로 외식품목 중 인상폭이 가장 크다. 삼각김밥도 4.4%의 인상률을 보였다.
21일부터 햇반(210g) 제품은 1480원에서 1600원으로 8.1% 가격이 인상된다. 햇반컵반 스팸마요덮밥(219g)도 2980원에서 3180원으로 6.8% 오른다. 어묵과 맛살 등은 수산물 가격 인상률을 반영해 각각 평균 7.6%, 6.8% 올릴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에도 설 이후 햇반,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6~9% 인상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스팸과 냉동만두 등이 각각 평균 7.3%, 6.4% 인상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최근 쌀값이 크게 오르면서 기존 가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쌀값이 20~30% 인상된 점을 감안하면 햇반 가격을 두 자릿수 이상으로 인상해야 하지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10% 미만으로 책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즉석밥 시장 2위인 오뚜기는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뚜기 관계자는 “쌀값 인상 등의 영향이 있지만 상반기 중에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뚜기밥은 꾸준히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2017년 11월 오뚜기밥 가격을 650원에서 710원으로 9%가량 올린 후 현재까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 16일부터 서울 택시 요금 27% 인상, 심야할증요금은 4600원
16일부터 서울 택시 요금은 27% 인상될 전망이다. 중형택시는 기본요금이 주간 3000원에서 3800원으로 800원 인상되고, 자정부터 오전 4시까지 심야요금은 3600원에서 4600원으로 1000원 인상된다. 거리요금은 132m당 100원(10m 축소), 시간요금은 31초당 100원(4초 축소)으로 조정된다. 대형·모범택시는 기본요금이 6500원으로 1500원 인상된다. 거리요금은 151m당 200원(13m 축소), 시간요금은 36초당 200원(3초 축소)으로 조정 예정이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대표단은 요금 인상에 맞춰 서비스를 개선하고 승차난 해소를 위해 심야운행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택시 업계는 요금 인상을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법인택시 기사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요금 인상이 회사의 배만 불리고 운전기사에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한 법인택시 운전기사는 “실질적으로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금이 올라 승객들의 택시 이용률이 줄어들까 걱정”이라며 “사납금 등이 오르면 요금을 올리기 전보다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의 입장 차이가 크다. 요금 인상분이 법인택시 기사의 처우 개선에도 도움이 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와 지하철도 연내 요금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경기도, 인천시와 수도권 대중교통 실무회의를 열고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200~300원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서울 시내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 경기도와 인천시는 1250원이다. 버스 요금은 통상 3년 단위로 인상돼왔는데 2015년 6월 인상 후 4년째 동결 상태라 연내 인상이 결정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즉석밥이나 택시 등의 요금 인상에는 기업체와 농가, 운전기사와 회사 등 이해당사자끼리의 관계가 얽혀 있다”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가격을 조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배제되고 남은 부담만 전가된다. 가격 인상 전 사전점검 등을 철저히 하고 제도 관련 재검토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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