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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아 보험으로 키우고 싶지만…' 펫보험이 외면받는 이유

첨단기술 결합한 '인슈어테크' 움직임도 활발하지만 보장범위 좁고 보험료 비싸

2019.02.07(Thu) 18:36:34

[비즈한국] 요즘 손해보험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다. 정확히는 사람이 키우는 ‘​반려동물’. 지난해 말부터 손보사들이 ‘펫보험’을 속속 선보였다. 펫보험에 인공지능(AI), 데이터분석 기술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움직임도 활발하다. 펫보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선택권도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반려인들은 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왜 그런 걸까.

 

지난해 10월 메리츠화재가 ‘펫퍼민트 퍼피&도그 보험’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삼성화재, 하나생명, KB손해보험이 펫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12월에는 DB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아이러브펫보험’과 ‘롯데마이펫보험’을 출시하며 펫보험 경쟁이 본격화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은 반려동물 보험을 속속 내놓았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사진=구윤성 기자


보험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펫보험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는 올해 안에 ‘국내 최초 인슈어테크 손보사’를 설립하고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펫보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인슈어테크 활성화 움직임은 업계 곳곳에서 관측된다. 지난 1월 삼성화재와 DB손보도 펫테크 기업 ‘핏펫’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비문(코 문양) 인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의 코 사진을 찍어 가입 절차를 쉽게 한다는 취지다. 이뿐만 아니다. 보험개발원은 5월부터 ‘반려동물 원스톱 진료비 청구시스템(POS)’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펫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에 따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동물병원을 통해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 보장범위 좁고 나이 제한 과도

 

펫보험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반려인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비즈한국’이 만난 다수의 반려인은 전부 아직까지 동물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반려동물 고령화로 의료비용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점에서, 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반려인들의 의료비 부담은 덜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인들이 동물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보장범위가 넓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에 나온 여섯 가지 보험 상품을 분석해보면, 강아지들이 가장 자주 걸리는 질병인 슬개골 탈구나 심장사상충, 광견병 등의 질병이 보장항목에서 제외돼있다. 유전병도 보장되지 않는다. 슬개골 탈구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관심을 끈 메리츠화재의 ‘펫퍼민트’ 보험도 보험 개시일 이후 1년 이내에 발생한 슬개골 관련 질환은 보장하지 않는다.

 

보험 가입 연령 폭이 좁다는 점도 반려인들의 보험 가입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으로 삼성화재 ‘애니펫’ 대상 동물의 초기 가입 연령은 생후 60일에서 만 6세 11개월이다. 다이렉트 보험 가입 시 만 3세 11개월 이하로 가입 문턱은 더 높아진다. 대다수 보험사가 만 7~8세 이하로 제한한다. 물론 반려동물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질병 위험성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고, 보험사도 이러한 위험으로 인해 가입을 거절하는 것. 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사람과 달리 반려동물은 나이가 들면 방법이 없다.

 

애견인 못지않게 애묘인도 늘어나는 추세지만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보험이 시중에 하나밖에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현재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국내 보험은 롯데손보의 ‘롯데마이펫보험’이 유일하다. 세 살짜리 페르시안과 브리티시숏 혼종 고양이를 키우는 김혜린 씨는 “아직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보험에 들고 싶어도 선택지가 없다”며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보험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각 보험사의 동물보험 상품 비교.


동물병원비만큼이나 보험료가 부담돼 보험 가입을 꺼리는 반려인도 적지 않다. 현재 보험료는 월별 2만~4만 원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대다수 보험의 갱신 주기가 1~3년인데, 보험사들이 ‘갱신 시 보험료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보험보다 ​차라리 ​적금이 낫다는 반응도 있다. 네 살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김희주 씨는 “보험에 가입해도 넣는 돈에 비해 혜택이 크지 않다고 느껴서 적금을 들고 있다”며 “반려동물들이 자주 걸리는 질병은 지원 폭을 늘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대통령 공약 자율적 표준진료제 도입은 언제?

 

가입도 까다롭고 보장도 제한적이다 보니 반응 역시 미지근하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7년 등록동물 대비 동물보험 가입률은 0.2%에 불과하다. 매년 집계되는 지표가 아니다 보니 지난해와 올해의 동물보험 가입률은 정확하게 파악이 어렵다. 다만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이 동물보험 시장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장기적으로 동물 관련 시장은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8000억 원에서 2020년 6조 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펫보험이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진료비 사전고지제와 적정가격 공시제가 필수라는 지적도 있다. 병원별로 진료 수가가 천차만별이라 손해율 및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동물병원 자율적 표준진료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동물병원 자율적 표준진료제는 수의사협회에서 표준진료비를 자율적으로 정해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같은 치료비를 부과하는 제도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지난해 12월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동물병원 개설자가 보호자에게 진료비를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동물병원 자율적 표준진료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전문가들은 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들이 반려인의 요구를 담은 상품을 내놓는 것은 물론, 정부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재선 대전과학기술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보험사들이 손해율 때문에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알면서도 반영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며 “보험료를 낮추고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의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보험사들도 의료비용 예측이 가능해야 보험상품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정보 수집이 아예 안 되고 있다”며 “의료계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당장은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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