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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얹은 격" 대우조선 '인수자' 현대중공업의 도시, 울산은 지금

"'부실기업'을 뭐하러 품나" 설왕설래…노조 "당사자인 노동자 의견 물어야"

2019.02.06(Wed) 15:20:21

[비즈한국] “지금 당장 우리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대우 사갖고 뭐 할라고 그러노. 그게 도움이 되는가.” 현대중공업 정문이 위치한 울산광역시 전하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53)는 물음표를 띄웠다. 그는 5일 설날 당일에도 가게 문을 열었다. 조선업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고부터는 장사가 잘되는 명절을 빼먹지 않는다고 했다.

 

5일 설날 당일 저녁,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전경.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소식에 울산 반응은 거제와 사뭇 달랐다. 사진=박현광 기자

 

지난 1월 30일 KDB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조건부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인수자’가 되는 울산에서도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웠기 때문. 울산 시민들은 인수·합병에 경계심을 나타내면서도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와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거제는 ‘구조조정’과 ‘일감 빼가기’를 걱정하는 반면 울산은 ‘인수·합병이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으로 35년째 일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56)는 “좀 놀랐다. 너무 갑작스러운 발표였다”면서도 솔직히 우리가 잘리기야 하겠나. 근데 성과급이랑 임금 협상에 좀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도 힘든데 혹 얹은 격”이라고 평했다. 협력업체 직원인 서 아무개 씨(28)는 “구조조정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하청이야 원래 일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잘리는 거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대미포조선 울산 동구 조선소 부지 전경.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사업부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일부 부지를 미포조선이 사들였다. 현대미포조선은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이 합작 지주회사를 만들면 자회사가 될 예정이다. 사진=박현광 기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후 현대중공업만 놓고 보면 일감이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가 보유한 도크(선박 건조장)는 총 11개인데 현재 2개의 도크가 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플랜트 공장 또한 지난해 8월 일감이 없어 가동을 중단했다. 비어 있는 도크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물량으로 채울 수도 있다는 것. 반면 저가 수주를 해와 수익성이 낮고, ‘부실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 좋을 게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이번 인수·합병에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오는 7일 예정돼 있던 ‘2차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가 사정이 어렵다고 구조조정을 해왔다. 이제 와서 막대한 돈을 들여 ‘부실기업’을 떠안는 격”이라며 “인수 이유를 모르겠고,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이 사안에서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안, 선박이 안벽에 정박해 있는 모습. 사진=박현광 기자

 

민주노총 울산본부 또한 지난 1월 31일 논평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에 따른 중복사업 부분에 대한 인력감축 구조조정, 임금 및 노동조건 변화 등 구조조정의 수렁에 빠져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며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밀실 졸속 협상의 결과는 노동자와 가족, 지역사회에 또 다시 참혹한 고통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울산 동구)은 “산업은행은 결국 정부라고 봐야한다. 정부가 구조조정 등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런 사안을 당사자들과 어떤 합의도 없이 통보하듯 밀어붙이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지금이라도 대화와 상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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