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CJ ENM(씨제이 이엔엠)이 경영진단 명목으로 직원들의 사적인 개인 메일, 계좌, 휴대폰을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예상된다. CJ ENM 측은 “직원 동의를 구했다”고 해명하지만, 직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봐 마지못해 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비즈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CJ ENM 직원 A 씨는 지난해 말 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경영진단을 할 테니 준비하라’는 통보였다. 다음날 노트북 PC를 들고 회의실로 내려갔다. 두 명이 그를 맞았고, 처음에는 일상적인 분위기로 회사에 대한 애로사항을 물었다.
# 30여 분 뒤 강압적인 분위기로 돌변
30여 분이 지나자 두 명의 태도가 돌변, 법인카드 등의 사용 내역을 꼬치꼬치 캐물으며 규정과 맞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궁했다. A 씨는 “마치 취조하는 분위기였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감사를 진행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수년에 걸친 A 씨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출퇴근 기록, CJ 직원용 할인카드, 회사로 온 택배기록 등을 확보한 뒤 일일이 물어봤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은 추가 검증을 해보겠다며 개인 메일과 개인 계좌 등의 열람을 요구한 것.
A 씨는 “법인카드, 근태, 직원용 할인카드 등의 사용 정보는 회사가 알 수 있는 부분이라 지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예민한 개인정보까지 공개를 요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개인정보 공개를 요구하자 A 씨는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한다.
A 씨가 개인정보 공개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들은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재촉했다. 결국 그는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메일과 계좌 등을 보며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해 물었다. A 씨는 “오래 전부터 쓰던 메일인데 공개하려니 굴욕적이었다”고 하소연했다.
# “감사한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개인 메일에 이어 개인 계좌도 보여줘야 했다. 그것도 휴대폰에서 계좌를 열어 보여준 것이었다. A 씨는 계좌에 있는 송금, 수신 내역에 대해,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 무엇 때문에 받은 것인지 설명해야 했다.
게다가 A 씨는 감사를 진행한 사람들이 회사 사람이 아니라는 의구심도 든다고 했다. 감사를 진행한 사람들이 사내에서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 등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단’은 서너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다음날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A 씨 외에도 감사를 받은 사람들이 더 있었다. 공통적으로 6~7레벨이 대상자였다. CJ의 직급은 P1~P7, G1~G7으로 나뉘는데 ‘P’는 ‘프로페셔널’, ‘G’는 ‘제네럴’을 뜻한다. A 씨는 “상위 직급을 대상으로 주로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아 소기의 목적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CJ ENM “개인 동의를 구했다”
개인 메일과 계좌를 열람한 사실은 CJ ENM도 인정한다. CJ ENM 측은 “개인 메일, 계좌에 대해선 모두 직원의 동의를 구하고 한 것이다. 직원이 동의를 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강제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 씨는 “그런 분위기에서 보여주지 않을 직원이 과연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A 씨를 감사한 2명이 회사 직원인가에 대해 CJ ENM 측은 “지주사 경영진단팀 소속으로 전부 우리 회사 직원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영진단’이 언제부터 어느 규모로 진행됐는가에 대한 질문에 CJ ENM 측의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다.
CJ 오쇼핑과 CJ E&M은 지난해 7월 합병해 CJ ENM으로 출범했다. CJ 오쇼핑에선 3~5년마다 정기 경영진단을 실시했으나, 합병 이후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 2018년에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이는 특정 개인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고 사업이 제대로 되는지, 사업구조엔 문제가 없는지, 비효율은 없는지, 부정한 거래는 없는지 전체적으로 다 보는 것이다.
CJ ENM 관계자는 “구조조정 목적은 전혀 없고, 특정 개인을 타깃으로 삼는 것도 전혀 아니다”며 “(상위 직급에 대해서만 인터뷰를 실시한 데 대해) 문제가 있으면 담당 팀장이나 부장에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 법률 전분가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은 위법 가능성”
CJ ENM의 이러한 감사에 대해 양지훈 변호사는 “개인 메일, 계좌, 휴대폰은 민감한 개인정보다. 회사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더라도 당사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목적과 수집 이용 내역 등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사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제공받는 개인정보의 범위는 최소화해야 한다. 그것이 개인정보보호 법령의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이어 “법령의 입법 취지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감사 목적을 고려해도 위법할 수 있다. 강제 수사에 적용되는, 법원이 발부하는 압수수색 영장이 피의자의 민감 정보에 대한 최소 침해를 위해 노력하는 점과 비교해 보더라도 회사의 광범위한 개인정보 열람은 위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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