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차례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깊은 상념에 빠졌다. 어째서 저 약과는 30년째 그대로인가? 지금까지 이 땅에선 수많은 음식이 새롭게 등장했다. 그런데 왜 저 약과는 그대로인가? 약과의 미래는 대체 무엇인가?
약과의 미래는 뚱카롱이다.
크림이 두껍게 샌드되어 뚱뚱해진 마카롱을 뚱카롱이라 부른다. 뚱카롱의 등장 이후 이 땅의 파티쉐들은 뚱카롱의 두꺼운 크림을 캔버스 삼아 창의력을 폭발시켰다.
그 결과 한국 냄새 물씬 풍기는 인절미 크림, 쑥 크림, 흑임자 크림에 이어 오레오 쿠키가 통으로 들어가거나, 딸기를 통으로 넣거나, 떡을 넣는 등 삼겹살을 제외한 한국에서 사랑받는 거의 모든 식재료가 뚱카롱 사이로 들어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뚱카롱의 식감은 약과처럼 쫀득하다. 치열한 현지화 과정을 거쳤으며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과 식감마저 갖췄으니 이제 한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명절 때, 조상신이나 어르신에게 뚱카롱을 선물하면 좋다.
관악구에 위치한 쁘띠크(Petitque)는 알록달록 귀여운 생김새에 풍성한 크림, 향을 섬세하게 살린 맛이 매력적인 뚱카롱을 만든다. 보통의 뚱카롱이 과격하거나 박력이 넘친다면, 쁘띠크의 뚱카롱은 섬세하다.
21세기의 약과, 뚱카롱을 조상신과 나눠 먹다 문득 설날이 지나면 다가오는 홍대 명절이 떠올랐다. 바로 경록절이다.
경록절은 2월 11일이다. 경록절은 홍대 3대 명절 중 하나로써, 다름아닌 캡틴락 한경록의 생일이다. 유명한 명절답게 이 날을 상징하는 노래도 있다.
내가 한턱 쏜다-캡틴락. 작년 경록절의 풍경이 담겨있다
경록절은 10여 년 전 작은 술집에서 시작됐다. 술집에서 친한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흔한 풍경이다. 음악가 친구가 있다면 기타를 퉁기며 노래를 부를 것이다. 친구가 많으면 파티에 사람이 많이 올테고 음악가 친구가 많다면 기타를 퉁기는 친구가 많아진다. 그렇게 규모가 커지다가 술집이 공연장이 되고, 생일파티에서 명절이 된 것이 경록절이다.
모르겠어-캡틴락
오전 10시에 음악가 60명을 불러낸다는 것은 정오에 뱀파이어 60명을 양지바른 잔디밭 위로 불러 모으는 것과 같은 기적이다. ‘모르겠어’ 뮤직비디오에선 이 기적을 현실로 만드는 경록절의 주인공 한경록의 놀라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한경록은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이기도 하다. 크라잉넛은 얼마 전 8집 ‘리모델링’을 발표했다. 20세기에 시작해 21세기 현재까지 이토록 정열적으로 활동하는 펑크록 밴드가 어디에 있을까?
길고양이-크라잉넛
논산훈련소에서 크라잉넛을 본 적이 있다. 일요일이었고, 오리걸음으로 성당에 갔다. 미사가 끝난 후 크라잉넛이 퇴소한다며 짧게 공연을 했다. 꼬질꼬질한 훈련병들은 일제히 성당 의자 위에 올라가 날뛰었다. ‘말 달리자’가 그렇게 달콤한 노래였던가. 전역 후 마주쳤던 가장 황당하고 신나는 노래는 바로 이 노래였다.
룩셈부르크-크라잉넛
술먹는 피터팬이 있다면 한경록과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경록절에서도 재밌는 후일담이 많이 나오겠지?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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