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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슈퍼볼 광고 '쇼퍼 어슈어런스' 한국과 비교해보니

소비자 친화적 판매방식을 코믹하게 홍보해 슈퍼볼 광고 중 '최고' 평가

2019.02.04(Mon) 18:24:21

[비즈한국] 매년 2월 초 열리는 NFL(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은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다. TV 시청자만 1억 명에 달하며, 올해 30초 분량의 TV 광고 단가는 520만 달러(약 58억 원)에 달했다. 주목도가 높다 보니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은 슈퍼볼만을 위한 광고를 따로 제작하기도 하고, 슈퍼볼 광고의 예고편 격인 티저광고를 먼저 내보내 기대치를 높이기도 한다. 

 

스포츠 경기인 만큼 광고는 주로 자동차, 음료·주류, 스낵류 등이 많다. 올해는 아마존이 광고를 내보내 주목받았다. 대개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일반적인 자동차 홍보 영상을 내보내는 반면 현대차는 스토리가 있는 광고를 최근 몇 년 새 내보내고 있다.

 

2016년엔 제네시스 G80을 알리기 위한 코믹한 광고, 2017년엔 VR(가상현실)을 이용해 가족애에 호소하는 광고, 2018년엔 소아암 환자를 돕기 위한 캠페인을 선보였다. 주목 받는 브랜드 광고 외에 엘란트라의 충돌 방지 보조 시스템, 코나를 홍보용 등 제품 광고도 병행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좋아 보이지만, 일관적인 메시지가 없다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올해 현대자동차가 미국 슈퍼볼 광고로 내보낸 ‘더 엘리베이터’​ 영상. 사진=유튜브 현대USA 채널 캡처

 

올해 현대차는 슈퍼볼 광고에서 소비자 친화적 판매방식인 ‘쇼퍼 어슈어런스(shopper assurance)’를 코믹하게 홍보한 1분짜리 광고를 내보내 좋은 평을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한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들은 “자동차를 사러 간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 벨보이는 미국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 엘리베이터에 탄 승객들은 차례로 치아뿌리관(root canal), 배심원 의무(jury duty), 항공기 가운데 좌석(middle seat), 간담회(‘The Talk’), 채식 저녁 파티(vegan dinner party)라고 쓰인 층을 거쳐 마침내 자동차 쇼핑(car shopping) 층에 도달한다.

 

각 층의 키워드는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한두 번씩은 접했을 법하면서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들이다. 사진=유튜브 현대USA 채널 캡처​

 

요란한 장식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어수선한 자동차 대리점이 보이고, 벨보이가 “내리시죠”라고 하자 이 부부는 “죄송합니다. 우리는 현대차로 갈 겁니다. 쇼퍼 어슈어런스를 썼는데 매우 쉬웠거든요”라고 말한다. 벨보이가 내려준 ‘쇼퍼 어슈어런스’ 층에 다다르자 조용하고 한적한 현대차 판매장이 나오며 쇼퍼 어슈어런스의 네 가지 서비스가 내레이션으로 소개된다.

 

보통의 자동차 광고는 자동차를 멋있게 보이도록, 또는 성능이 돋보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올해 슈퍼볼 광고에 나온 도요타자동차의 수프라(Supra),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지프의 글래디에이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대차 광고에선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실내에 전시된 대형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팰리세이드가 보이는 정도다.

 

현대차의 쇼퍼 어슈어런스는 기존 자동차 판매 방식과 다르다는 점을 어필한다. 사진=유튜브 현대USA 채널 캡처​

 

현대차 광고는 미국적인 유머 코드를 사용해 한국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각 층의 키워드는 미국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한두 번씩은 접했을 법하면서도 끔찍하게 싫어하는 것들이다. 그런 고통을 현대차 구매 시에는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반어법으로 전달했다. ‘허드서커 대리인(Hudsucker Proxy)’ 등 기존의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장면들을 패러디한 내용들이므로 미국 현지인이 아니면 공감하기 어렵다. 

 

유튜브 ‘현대 USA’ 채널의 ‘더 엘리베이터(The Elevator)’ 영상은 1월 29일 공개된 이후 2월 4일 오후 6시 25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을 보면 “지금까지 본 최고의 광고” “슈퍼볼 광고 중 최고” 등의 반응이 많다. ‘시카고 트리뷴’​은 슈퍼볼 경기 하루 전 사전에 공개된 슈퍼볼 광고 중 ‘최고(the best)’와 ‘최악(the worst)’을 뽑았는데, 현대차 광고가 유일한 A 점수를 받아 ‘최고’에 선정됐다.

 

현대차는 2017년 10월부터 4개 대도시에서 쇼퍼 어슈어런스를 시범 실시한 후 2018년 1분기에 전국으로 확대했다. 쇼퍼 어슈어런스는 △투명한 가격(transparent pricing) △유연한 시승(flexible test driving) △간결한 구매(streamlined purchase) △3일 무걱정 교환(3 day worry-free exchange)의 네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명한 가격’은 미국 현대차 딜러들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가격이 표시되고, 온라인에서 재고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연한 시승’은 온라인 또는 앱으로 시승을 예약할 수 있고, 대리점 방문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시승차가 오도록 할 수도 있다. ‘간결한 구매’는 온라인에서 월 할부금, 기존 소유 차량 교환 가격을 알아볼 수 있고, 온라인으로 차량 할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3일 무걱정 교환’은 차를 받아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3일 내에 다른 신차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 같은 쇼퍼 어슈어런스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힘들게 딜러 사무실(대리점)을 찾아가고 복잡한 서류에 서명하는 등의 불편함을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자동차 구매의 번거로움을 IT(정보기술) 기술로 간편화한 것이 핵심이다. 현대차가 타사처럼 특정 모델이 아닌 쇼퍼 어슈어런스를 광고한 데는 지난해 미국에서의 판매 감소를 회복하기 위해 고객 친화적 판매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쇼퍼 어슈어런스가 없는 한국 고객은 미국 고객과 차별을 받는 건 아닐까. 각 서비스를 비교해 보면, 한국에서 현대차는 대리점 간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모든 판매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원 프라이스(one price)’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투명한 가격’은 미국보다 나은 편이다. 현대·기아차 외 타 브랜드들은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아 최초 소비자가격을 높게 매길 수밖에 없어 비난을 받기도 한다. 

 

현대차 국내 고객도 시승센터를 방문하거나, ‘찾아가는 시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미국 고객과 동일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구매 조건 확인은 한국의 온라인 시스템이 발달했고, 모든 대리점이 직영 체제로 운영되므로 이 역시 미국보다 조건이 나은 편이다. 

 

다만, 3일 무걱정 교환 서비스는 한국에서는 불가하다. 2016년 9월 현대차는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에 안 드는 신차의 30일 내 차종 교환, 구매 후 1년 이내 파손된 차, 할부금 납부가 어려울 때 차량을 반납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슬그머니 종료된 상태다. 당시에도 신차 교환은 ‘취등록신고 후’에만 가능해 사실상 교환이 쉽지 않았다. 

 

기아자동차 역시 슈퍼볼 광고로 특정한 차량을 홍보하기보다는 청년장학금 캠페인을 광고로 내보냈다. 사진=유튜브 기아 모터스 아메리카 채널​ 캡처


한편 기아자동차는 슈퍼볼 광고로 특정한 차량을 홍보하기보다는 청년장학금(The Great Unknowns Scholarship) 캠페인을 내보냈다. 만 24세 이하의 고교 재학생, 고교 졸업생, 고교 졸업 후 진학한 학교의 미졸업생이 대상이다. 선정되면 5000달러(약 560만 원)가 지급된다.​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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