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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은 레드오션이지만 넥슨 잡으면 '블루'로 바뀐다

게임사는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비게임사는 시장 진입 노려…게임 위상변화도 한몫

2019.02.01(Fri) 16:09:52

[비즈한국]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와 넷마블, 중국 텐센트가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어떤 기회를 엿보고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걸까(관련기사 '손정의 꿈꾸며 이해진 따라?' 김정주 넥슨 매각 관전 포인트).

 

일단 인수 추진 기업들의 의지는 뚜렷하다. 넷마블은 이미 지난해 12월 일본에 임직원을 보내 넥슨 인수 희망 의사를 전하고 기업 자산 가치 등을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도 복수의 기관에 게임산업 분석과 넥슨의 시장 가치 산정에 대한 기초 용역 보고서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한게임을 성공시킨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도 넥슨 인수 의사를 공식화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인수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와 넷마블, 중국 텐센트가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픽=김상연 기자


모바일·PC 게임 시장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중국의 추격이 거세 이미 레드오션화 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제작사 간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성장 한계론의 논거로 제시된다. 그럼에도 넥슨 인수전이 달아오르는 까닭은 게임산업의 변화 조짐과 넥슨의 콘텐츠 제작 경험, 퍼블리싱 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재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손 안의 게임이, 앞으로는 실제처럼 느끼는 체험형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정체되는 가운데 5세대(5G) 이통통신 인프라가 확대되는 내년부터 사물인터넷(IoT)에 초점을 맞춘 디바이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로의 디바이스 전환이 예상되며 이에 맞춘 콘텐츠 제작 능력이 중요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차원의 AR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그래픽 등 제작 경험, 게임 내 생태계 조성, 콘텐츠를 생산할 서드파티 관리, 유통망 확보, 마케팅 등 여러 영역의 경험과 노하우, 인프라가 필요하다. 넥슨은 게임 제작 분야에서 20년 가까이 노하우를 쌓았고, 한국과 중국·일본에서 막강한 퍼블리싱 인프라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기존 게임 제작사는 이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노리고, 비제작사는 시장 진입을 위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드는 셈이다.

 

5G 통신이 본격 도입되면 AR·VR의 대용량 전송이 가능해져 가상 관광 및 테마파크, 교육, 실습 등 폭 넓은 콘텐츠가 제공될 전망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를 통해 실감 나는 영상 서비스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회사는 앞으로 콘텐츠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4월 AR 시장이 2022년 1000억 달러(약 113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현재 넥슨 인수 의사를 가장 공격적으로 곳은 텐센트로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만약 스마트기기 제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지난해 말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장은 “5G는 사물인터넷(IoT)의 근간이자 AR 기술의 백본(backbone)으로써 게임회사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아마존은 클라우드 게임 진출을 선언하고 조직 구성에 나선 상태고, 버라이즌은 ‘버라이즌 게이밍’의 알파테스트가 진행 중인 등 글로벌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인수 의사를 드러낸 곳은 텐센트다. 물밑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어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을 활용해 인수전을 배후 조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를 보유한 3대 주주며, 카카오의 지분 6.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텐센트가 현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넷마블과 카카오에 자금을 지원해 넥슨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텐센트는 과거 핀란드 게임사 슈퍼셀을 약 10조 원에 인수할 때도 7개의 투자사를 모아 컨소시엄 형태로 경영권을 차지했다. 넷마블과 카카오도 넥슨의 지적재산권(IP)도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텐센트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시장의 국산화를 명분으로 중국에서 돈을 버는 해외 기업을 쇼핑하듯 사들이고 있다”며 “넥슨의 영업이익이 연 1조 원에 달하는 데다 성장 가능성도 높다. 넥슨의 몸값이 더욱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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