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생산과 투자는 약화된 반면 소비는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늘어나면서 여러 비판에도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인 정부와 여당이 한시름을 덜어낸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해 소비 증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와 유류세 인하 등 경기부양책 영향이 컸다는 점에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라고 보기는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향후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좋지 않아서 소비 증가 흐름이 올해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경제를 이끄는 3대 요소인 생산과 투자, 소비 중에서 생산과 투자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전산업생산은 2017년에 비해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산업생산 증가율은 2016년 3.0%, 2017년 2.3% 등 갈수록 둔화되고 있다. 투자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7년 전년 대비 14.1% 늘어났던 설비투자는 2018년에는 4.1% 줄어들었다.
이처럼 생산과 투자가 약세를 보인 것과 달리 소비는 제법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소매판매액은 464조 5163억 원으로 2017년(440조 1105억 원)에 비해 5.6% 증가했다. 이러한 소매판매액 증가율은 2011년(9.4%) 이래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 자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8%로 2011년(2.9%) 이후 역시 7년 만에 최고치다. 생산과 투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어느 정도 해준 셈이다. 실제로 올해 경제성장률(2.7%) 중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1.4%포인트(p)로 올해 한국경제의 절반 이상을 민간소비가 책임졌다.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비판을 받았던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소비 증가에 반색하는 모습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저임금 효과가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우리 경제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바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민간소비는 임금 상승 등으로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2.8% 증가하며 7년 만에 최대 수준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소비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부와 여당 주장처럼 최저임금 인상 효과나 경제 체질 변화라고 보기는 무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액 중 절반을 차지한 것은 승용차·연료 소매점(21.9%)과 전문소매점(30.1%)이다.
승용차와 연료 소비가 증가한 것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30%, 유류세를 15% 낮춘 덕분이다. 전문소매점의 경우 가전제품이나 의약품 등 특정 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소매점이라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매출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잡화점 등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은 저임금 노동자들과 연관이 깊은 판매점들은 줄줄이 매출이 감소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판매가 2.8%나 줄었고, 슈퍼마켓·잡화점은 0.7% 감소했다.
또 소비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하락세라는 점에서 소비 증가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경제상황과 비교해 6개월 후 기대심리를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올 1월에 76을 기록했다. 생활형편전망 CSI도 올 1월에 91에 머물렀다. CSI는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6개월 후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기대지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6개월 후 전망을 보여주는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12월에 전월 대비 1.0%p 떨어졌다. 통계청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해 6월(-0.6%p)을 기점으로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지난해 소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여당 분석처럼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소비가 늘었다기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자동차·연료 판매의 일시적 증가나 의료·보건 등 불가피하게 소비해야 하는 부분이 늘어난 영향이 더 컸다고 봐야 한다”며 “수출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확보를 위해서는 내수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다시 졸라맬 수 있는 만큼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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