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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떠안은' 현대중공업의 노림수 따로 있나

산은 "구조조정 대신 인력 양성에 집중"…양 사 노조 "말도 안 되는 소리"

2019.01.31(Thu) 19:17:46

[비즈한국]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끌어안는 인수·합병(M&A)이 전격 성사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가진 KDB산업은행은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과 ‘빅딜’에 조건부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M&A​는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가칭 ‘조선합작지주’라는 이름의 법인을 만들고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다음으로 유력한 후보자인 삼성중공업에도 인수 의향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삼성중공업이 최근까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확정적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가진 최대주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000%를 상회하던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00%대로 낮아졌고, 2017년 영업이익 0.7조 원을 실현했다. 큰 폭의 재무구조 및 수익성 개선의 성과가 있었다”며 “‘민간 주인 찾기’의 적기라 판단했고, 현재 빅3 체제의 과당경쟁, 중복투자 등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빅2 체제로의 조선 산업재편 추진을 병행할 필요가 있었다”며 이번 M&A의 의미를 설명했다. ​즉 대우조선해양이 부실 회사에서 벗어났고 앞으로 조선 업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M&A가 필요했다는 의미로 요약된다.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구조조정은 없다”

 

30일 산은의 M&A 발표가 있은 후 업계는 들썩였다.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반응이다. 가장 큰 화두는 앞으로 닥칠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동종 업계 빅2의 M&A 이후 인력 정리는 필연적이라는 것. 피인수자 입장이 된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31일 입장문을 내고 ‘합병 결사반대’를 피력하기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현대중공업과의 MOU 체결 사항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이 회장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이번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높은 강도의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해왔고, 상당 부분 정리가 됐다. 마무리 단계라고 판단한다”며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조선 산업 자체의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 고용을 유지하고 우수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M&A 후 우수 인력 유치와 고용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거제 옥포와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는 완전히 분리돼 운영될 것이다. 완전히 다른 법인이다. 독립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산업 재편을 추진하겠지만, 독립체제로 운영하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설명. 

 

하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빅딜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인수·합병이다. 첫 번째는 필요 없는 부분을 덜어내고, 중복되는 부분을 합쳐서 공급량을 줄이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인력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인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말이 안 된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산은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보면 K5와 쏘나타 프레임이 같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은 공유해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원자재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 M&A를 사람의 조정으로 보고 접근해선 안 된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고 아무것도 손 안 댄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 양 사 노조 “말도 안 되는 소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노동조합은 이날 산은의 발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당장 구조조정이 없더라도 언젠가 뒤따라올 수순이라는 주장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없이 원자재 원가를 절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을 공유한다고 하는데, 공유하면 공유한 만큼 필요 인력이 줄어들고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그게 바로 구조조정으로 이어진다. 당장은 없다고 하지만 나중엔 비효율을 무기로 사람을 자른다. 이때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거제 옥포조선소 전경. 사진=박현광 기자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려는 현대중공업의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합작회사를 만들고, 그 지주사 밑에 조선업 계열사에 들어간다.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해양이 경영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현대 계열사가 잘하면 산업은행은 배당을 받아가는 형태”라며 “현대중공업은 부실기업을 떠안은 격이다. 이 인수·합병으로 현대중공업이 얻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정말 없느냐는 질문에) 산은 회장이 그렇게 말했다면, 현대중공업 경영진과 충분한 스킨십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는 간단한 입장만 전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인수 의도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M&A가 장기적으로는 현대중공업그룹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섣부른 추측까지 나온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막내아들 정예선 씨를 위한 그림일 수도 있다는 것.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만약 산은의 발표대로라면, 아무런 변화 없이 그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꼴이 된다. 정말 그 말이 맞다면, 앞으로의 승계 과정을 염두에 둔 인수·합병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부사장이 현재 회사를 거의 장악한 상태인데, 대학생인 정예선 씨에게도 훗날 물려줄 게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앞서 ‘형제의 난’을 겪은 정몽준 이사장에게 중요한 의제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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