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월 11일부터 국내 굴지의 여행사들이 항공가격비교 플랫폼 스카이스캐너(Skyscanner)와의 제휴를 중단했다. 스카이스캐너가 중개수수료를 1.3%에서 1.7%로 올렸기 때문. 30%에 가까운 인상폭이다. 제휴를 중단한 여행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온라인투어, 웹투어, 롯데카드 등 국내 항공발권 순위 1, 2, 3위를 비롯해 모두 상위권에 드는 여행사들이다. 스카이스캐너의 검색창에서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빠지게 되면서 항공권 최저가 검색이 여전히 가능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국 여행사들과 글로벌 가격비교 플랫폼 간 전면적 줄다리기가 시작된 셈이다.
# 항공마진 없는데 수수료 또 인상하자 제휴 중단
스카이스캐너는 항공권 가격비교 메타서치 플랫폼이다. 메타서치란 하나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여러 엔진의 검색 결과를 하나로 모아서 보여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즉 항공 메타서치 플랫폼은 각 항공사나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고객 입장에선 항공사와 여행사 각각의 항공권 요금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카이스캐너는 전 세계 1200여 개의 항공사 및 여행사와 제휴해 항공권 가격을 비교해준다. 전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는 약 7000만 건이며 월 평균 사이트 방문자는 약 8000만 명. 전 세계 30개 언어, 70개 통화로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2003년 영국에서 태동했지만, 2016년 12월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그룹에 약 2조 600억 원에 인수됐다.
한국 시장은 스카이스캐너가 가장 주목하는 시장이다. 성장 속도도 빠를뿐더러 비중도 크다. 한국의 모바일 접속자 수가 전 세계 접속자의 60%를 차지하며, 사이트를 방문하는 한국인 수는 월 평균 200만 명에 이른다. 2011년 한국어 사이트가 오픈한 이래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했다. 업계에서는 스카이스캐너가 이미 국내 온라인 항공권 판매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스카이스캐너의 국내 수수료율 인상은 국내 온라인 항공 예약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제휴를 중단한 업체들은 마진이 거의 제로(0)인 항공권 판매에 ‘제 살 깎기’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스카이스캐너와의 제휴에 회의가 들었다는 입장이다.
국내 1위 패키지여행사인 하나투어 측은 “보유한 항공 물량이 많지만 개별항공 발권보다는 패키지 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과다한 수수료 때문에 마이너스가 되면서까지 스카이스캐너를 통해 개별항공 발권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스카이스캐너가 아니더라도 하나투어 소매 대리점과 여러 오픈마켓, 기타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가 가능하다. 스카이스캐너는 하나의 판매 채널일 뿐”이라고 밝혔다. “영업 수단인 판매 채널의 변화는 언제든 있을 수 있으며, 항공 실적에도 아직은 별 영향이 없다”고도 했다.
역시 제휴를 중단한 국내 2위 패키지사인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개별항공 발권 매출은 전체의 10% 이내다. 그 가운데 스카이스캐너 비중이 15% 정도로 다른 판매채널보다 큰 편이긴 했지만, 네이버 항공과 카카오 항공, 위메프, 11번가 등 오픈마켓을 비롯한 온오프 판매채널이 다양해 크게 영향 받지 않는다”며 “항공마진이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협의 없이 중개수수료를 한꺼번에 올린 것은 제휴사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시장의 과당경쟁을 부르고 치킨게임을 유도해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조치”라고 스카이스캐너를 비난했다.
개별항공권 판매량 국내 1위인 인터파크투어 측은 “스카이스캐너에 처음 입점할 당시만 해도 수수료가 1%였다. 항공마진이 없더라도 그 정도는 마케팅 비용으로 쓸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수수료를 1.3%로 올렸고 다시 1.7%로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렸다”며 제휴 중단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일단 제휴를 잠정 중단했지만, 스카이스캐너를 통한 여행사의 판매 비중이 높아 앞으로도 계속 중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패키지사인 모두투어나 하나투어보다 온라인 개별발권이 많은 인터파크투어로서는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손 놓고 지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스카이스캐너에 남아 있는 여행사들이 고스란히 그 반사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 고객 서비스가 우선 vs 한국시장 이해 부족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한 한 여행사 관계자는 “처음엔 스카이스캐너에 입점한 14개 여행사 대부분이 급격한 중개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보이콧을 할 예정이었지만, 모든 여행사가 따르지 않아 나간 여행사만 괜히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다”며 “세금도 내지 않고 해외 기업이라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나 소보원(소비자보호원)의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글로벌 플랫폼에서 역차별을 느낄 때가 많다. 더구나 스카이스캐너는 중국의 거대 여행사 씨트립에 인수되어 국내 아웃바운드 여행시장도 규모와 물량으로 미는 중국에게 잠식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감출 수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이 특정 메타서치에 고스란히 넘어간 것은 여행사의 안일한 대응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이 관계자는 “여행사들이 카드사 제휴 할인 외에 소비자에게 별다른 여행 편의를 제공하지 못할 때, 스카이스캐너를 포함한 메타서치 플랫폼에서는 LCC(저비용항공사)를 포함한 다양한 항공 스케줄과 함께 그 스케줄을 필터링 하고 관리할 수 있는 편리한 UI(사용자환경)까지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 여행자들은 이제 스카이스캐너를 단순 가격비교 플랫폼이 아니라 다양한 항공 스케줄을 활용해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는 포괄적 플랫폼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그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용자라면 국내 여행사 몇 개 빠진 것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빠져나간 제휴사 대신 마이너스 마진을 불사하는 신규 입점업체들이 기다리고 있다. 항공 서비스를 시작한 마이리얼트립도 곧 입점할 예정이다.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스카이스캐너가 해외와 달리 한국에서는 항공사로부터 받는 항공발권 커미션이 없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 같다. 볼륨인센티브(VI) 외에 항공마진이 아예 없는 국내 여행사, 패키지 시장 때문에 여행사에 항공물량을 줄 수밖에 없는 항공사의 영업현황과 수익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휴사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있다. 일괄 수수료 인상으로 제휴사와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여행사 없이는 메타서치 플랫폼도 없다. 주요 여행사가 방어한다면 최소한 한국 출발 항공 요금에 최저가를 띄우는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오픈마켓 관계자는 1.7%의 수수료율을 받아들인 중위권 여행사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스카이스캐너 판매비중이 50%에 육박해 당장의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를 선택했지만 “높은 수수료로 인해 이익구조가 망가져 재정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서비스 품질이 하락해 고객 이탈이 일어나고 악순환이 계속돼 여행사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카이스캐너 측은 이번 제휴 중단에 대해 “입점사 변동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수치 파악은 아직 힘들지만 가격 변화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한국 소비자의 편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문제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에는 스카이스캐너 지사가 없다.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에서 8명의 한국 팀원들이 한국 시장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의외다.
스카이스캐너에서 빠진 ‘빅3’ 여행사의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는 가운데, 스카이스캐너와의 줄다리기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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