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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기부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 5년, 결과는?

2013년 산청에서 '미리내 운동'으로 시작, 프랜차이즈도 관심…현재 대부분 중단

2019.01.31(Thu) 19:29:22

[비즈한국] ‘커피 한 잔 기부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100여 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의 슬로건이다. 자신의 커피값을 결제하며 불우이웃을 위한 커피값도 미리 내는 기부활동이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은 타인이 낸 성금으로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다.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은 해외에선 사회 캠페인의 일환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선 2010년대 일부 지역 가게와 프랜차이즈 기업이 동참하며 관심을 모았다. 참여 가게만 500여 곳에 달했다. 지금은 어떨까.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 운동은 100여 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됐다. 사진=suspendedcoffees

 

전국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 활발히 이뤄진다고 알려진 곳은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시청앞커피’​다. 고객은 자신이 주문한 음료·디저트를 계산대에서 결제하며 불특정 타인이 마실 수 있는 커피값도 함께 기부하곤 한다. 기부만 하는 고객도 있다. 

 

커피 한 잔 값은 2000원이지만, 기부 금액 단위에 제한을 두진 않는다. ​카페 운영자는 커피 한 잔 가격의 금액이 모금되면 커피 쿠폰 한 장을 가게 밖 쿠폰함에 넣어, 누구나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커피를 기부받는 이들은 환경미화원, 노인, 학생들이 대다수다.​

 

시청앞커피는 2014년 개업과 동시에 이 운동을 진행했다. 카페 내부엔 월별 기부자·기부액, 혜택자·​사용액을 부착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시청앞커피 관계자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자금의 여유’​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활발히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앞커피는 사회적 기업인 ‘​유한회사 우리함께할세상’​이 장애인 일자리 창출 등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설립한 곳으로 일반 카페와 성격이 다르다. 매출 일부를 커피 기부액으로 할애한다. 지난해 1년간 약 107만 원을 모금했지만, 이보다 많은 130만여 원치의 무료 커피를 제공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1년 중 열 달은 우리가 직접 기부금을 내며 커피를 무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시청앞커피’에서 진행한 서스펜디드 카페 운동 기부자와 혜택자 명단. 제공=시청앞커피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에선 이 운동을 중단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경남 산청군이다. 2013년 가게들은 이웃 간 나눔 문화와 상권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돈을 미리 낸다’​는 의미 등을 담아 ‘미리내 운동’​이란 이름으로 전개했다. 

 

이 운동을 이끈 김준호 동서울대 전기정보제어학과 교수는 “​과거 기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당시 알게 된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지역에 도입, 기부문화부터 정착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모금·소비 방식은 앞서의 시청앞커피와 동일하다. 각 가게 사장들은 미리내 알림판에 사용가능한 쿠폰 수량을 기재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초기 10곳에 불과했던 미리내 운동 참여 가게는 전국 400~500곳으로 늘었다. 업종도 카페·음식점·세탁소 등 다양했다. 술집 등 유흥업소를 제외하곤 대부분이 동참했다.

 

현재 참여도나 후원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리내 운동 참여 가게들 중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20개 가게를 확인한 결과, 운동을 지속하는 곳은 단 한 곳뿐이다. 그조차 한 달 기부가 평균 10건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운동이기에 후원금 규모 등을 정확히 집계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미리내’ 현판을 달고 미리내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한 가게 모습. 제공=미리내운동 블로그


미리내 운동에 동참했던 한 카페 사장은 “​카페를 정리하기 전까지 지속하긴 했지만 참여도는 저조했다. 1년에 5만 원가량 모금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페 사장은 “​기부문화를 알리는 차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후원금으로 누군가를 돕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들도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로티보이’​와 ‘​커피랑도서관’​이 2013년, 2017년에 각각 동참했다. 현재는 모두 중단한 상태다. 커피랑도서관 관계자는 “​당시 직영점 중 석촌호수점에서만 실시했는데 후원규모가 많지 않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매장음악 서비스업체 ‘샵캐스트’는 2014년 이 운동에 동참한 가게들에게 매장음악을 무료로 제공하며 운동 확산에 힘썼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한 요인으로 미성숙한 국내 기부문화를 꼽았다. 2016년부터 3년간 광주시 양림동에서 문화축제 ‘​1930양림쌀롱’​에서 운동을 전개했던 문화기획·컨설팅업체 ‘​쥬스컴퍼니’ 관계자는 “​기부 자체가 익숙지 않다 보니 기부하는 것은 물론 받는 것도 부담으로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았다”​며 “자연스럽게 모금, 소비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소비자들의 심리상 자신의 행위로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나길 바란다. 참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운동이 경영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기업·가게들이 중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호정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실시되는 사회공헌은 선의로 실시되기보다 부가가치 창출을 목표로 이뤄진다. 경제주체 입장에선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 매출확대나 마케팅 효과가 적어 보이는 운동을 홍보하고 끌고 갈 이유가 없다”​며 “​미래 의존적 비즈니스 모델보다 인센티브(수익) 의존적 비즈니스 모델을 선호하는 기업의 경영방식이 이 운동을 사장시켰다. 미성숙한 기부문화는 그 다음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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