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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산층이 울고 있다

부익부빈익빈 현상 심화, 소득 감소로 하위계층 내몰려

2014.06.30(Mon) 15:49:14

대한민국 중산층이 울고 있다.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과거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계층간 소득 불균형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되고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한 삶을 사는 중산층이 늘고 있다.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우리 국민 55%가 중산층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시각은 다르다. 통계청은 중위소득 50%∼150%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이 65%를 넘어 70%에 욱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 근거로 저소득층의 생활 형편이 나아져 중산층으로 많이 진입했다는 것.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 미국 중산층 몰락, 한국과 닮은 꼴

중산층은 그 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며, 사회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계층이다. 중산층이 몰락하면 사회안전망이 무너진다. 정부도 이 점을 깨닫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중산층 70% 복원을 국정 목표로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오락가락한다. 지난해 정부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며 연봉 3,450만원을 중산층 근로자의 기준으로 삼았다. 여론의 비난이 잇따르자 정부는 5,500만원 이상 근로자를증세 대상으로 정했다. 그런 한편 중산층용 '생애 첫주택 구입대출' 신청 자격은 연소득 6,000만원으로 정했다가 7,000만원으로 상향시켰다. 세금 거둘 때는 중산층을 넓히고 지원할 때는 확 줄이니 정부 스스로 객관성을 잃은 셈이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회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 ▲저성장 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금융소득이 줄어든 점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하우스푸어 양산 및 가계빚 증가 ▲포화상태를 넘은 자영업 시장, 이로 인한 소득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소득재분배에 대한 노력보다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가 기승을 부린 국가일수록 중산층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예를 들어보자.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의 중산층’은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레이건 대통령은 집권 내내 '강한 미국'을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미국인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레이건 정부는 복지예산과 환경예산을 대폭 축소하고 방위비를 늘렸다. 또신자유주의 정책의 근간은 교육·의료·복지 등 사회 공공서비스 재정의 감축, 자유시장 질서를 가로막는 모든 규제의 철폐, 공공부문의 민영화, 감세를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 등이 특징이다. 레이건이 밀어붙인 신자유주의 정책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1981년부터 1989년까지 8년이다. 레이건 임기 중 인플레이션은 약 3.5%로 떨어졌지만, 감세로 인한 예산 적자폭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그 결과 미국의 국채 규모는 1981~86년 5년 동안 2배로 불어났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은 빚에 허덕이고 있으며 중산층은 추락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심각하다. 오죽하면 뉴욕타임즈가 “미국 경제는 지난 30여년간 나름대로 성장해 왔지만, 그 열매를 손에 쥔 것은 일부 부유층 뿐이었다”고 비판할 정도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중산층의 몰락 배경으로 3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는 부실한 교육, 둘째 기업의 불합리한 이익 환원, 셋째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의 미흡 등이다. 이중 특히 두 번째 요인은 우리나라가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미국 기업의 이익 환원은 경영진에 ‘몰빵’하는 형태다. 지난해 미국 500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은 일반사원 연봉의 257배에 달했다. 문제는 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 CEO 337명의 지난해 연봉 평균은 1050만달러(약 107억5200만원)로 전년도 960만 달러(98억3000만원)에 비해 8.8% 증가했다. 반면 저숙련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40년간 정체 상태다. 이에 대해 NYT는 “기업의 이익 환원이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층에는 거의 분배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저임금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 빈익빈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레이건은 원래 보수가 아닌 진보당원이었다. 그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옮기지 않았다면 미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지형도, 세계 역사도 오늘의 모습과 조금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래도 미국 사회는 희망이 있다. 무엇보다 청년창업이 활발하며 실패해도 도전이 가능하게끔 제도적으로 뒷받침돼 있다. 한국사회는 어떤가. 우리 청년에게 한국사회는 전혀 역동적이지 않다. 입시 경쟁에서 취업 전쟁까지 한국의 청년은 제한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불경기 때마다 가장 먼저 희생당하고 가장 늦게 구조된다.

   


◆ 물질만능주의 방치시 중산층 붕괴

청년 뿐 아니라 중산층도 무한경쟁의 삶을 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20~30대가 비정규직을 전전하고 60대 이상은 허드렛일만 하는 비생산적 구조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이삼십대에게는 중산층으로 올라갈 사다리를, 중산층이면서 계층 하락의 위험에 처한 50, 60대에겐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경제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동시에 중산층의 사회안전망을강화하고, 사회 전반의 역동성을 살리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물질만능주의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나친 물질만능주의가 한국 중산층의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 국민들은 지역사회에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악기 하나 정도는 다뤄야 중산층으로 여기는데 한국사회는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크기로 따진다는 것.

작금의 중산층 위기에 대해 사회학자들은 “한국의 중산층도 이제는 문화나 다양한 여가활동을 통해 스스로 행복지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집인 이정규 기자

ikmens@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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