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롯데그룹을 향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예리하다. 단순히 넘기기에는 민감한 영역을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평이다. 롯데에도 비상이 걸렸다. 법조계에서는 ‘조사 과정이 변수’라고 설명한다. 롯데가 제대로 해명, 대응하지 못할 경우 향후 검찰 수사는 물론 기소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 롯데그룹 안팎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공정위 ‘역대급’ 과징금 때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롯데마트에 대한 ‘역대급’ 과징금 제재를 추진 중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후행물류비’. 물류센터에서 매장까지 상품을 운반하는 데 드는 물류비를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판단이다.
통상 후행물류비는 매출액의 7~10%.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300여 납품업체에 운반비용을 떠넘기는 수법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수천억 원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본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과징금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한다.
롯데마트 측은 물류센터가 생기기 전엔 납품업체가 각 매장까지 직접 상품을 운반했고 이는 유통업계의 관행이기도 하다며 ‘갑의 횡포는 아니었다’는 해명했다. 공정위는 롯데마트의 해명 등을 고려해 오는 3월 중 제재 규모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 조사4국 ‘롯데 뇌관’ 건드리나
수천억 원 규모의 과징금보다 더 예민한 건 국세청의 롯데칠성 조사다. 무엇보다 조사 주체를 주목해야 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기업 저승사자’ 조사4국의 출현에 롯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롯데칠성 본사에 조사관들을 파견한 것은 지난 22일 오전. 통상적으로 정기세무조사는 5~6년의 주기로 실시되는데, 2년 만에 찾아온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였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의 경우 국세청 내에서도 쉬쉬하며 조사 결정이 이뤄져 미리 눈치를 채지 못했다”며 “기분이 싸하다는 얘기가 돌 정도”라고 평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1년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았던 곳. 이번 조사가 단순 조사가 아니라, 혐의를 인지하고 들어온 특별 조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 롯데가 오너 관련해서 문제된 내용이 있나 다시 확인해봤다”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나섰다는 것은 검찰 특수부가 나설 만큼 ‘확실한 문제’를 인지하고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8월 새로 출범한 롯데지주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롯데칠성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롯데푸드 등 분할·합병된 4개 계열사 중 하나다. 롯데그룹이 지난 2017년 진행한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부적절한 세무 처리가 단서가 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이유는 다 있겠지만, 최근 정부가 주목한 ‘유통 갑질’이라는 수사 키워드에 롯데가 가장 부합하지 않느냐”며 “공정위 과징금 역시 롯데 외에 이마트 등 다른 대기업도 있는데 롯데를 우선 수천억 원이나 제재하려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말했다.
# 다시 등장하는 ‘신동빈 위기설’
자연스레 ‘신동빈 위기설’이 다시 거론된다. 실제 지난 23일 신동빈 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19 상반기 롯데 사장단 회의를 열고 그룹 최고 경영진과 운영 의견을 나눈 자리에서도 관련 이슈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정당국의 압박 배경을 찾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롯데 관련 첩보 등은 전혀 알지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면서도 “지난 2015년 검찰 수사와 신동빈 회장 오너 일가 구속영장 청구 등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고 하지만 그건 앞선 정부에서의 얘기고 지금 정부는 ‘나는 처음인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재등판’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정당국의 압박에 발맞춰 신동주 회장이 다시 공세를 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소송전까지 벌인 신동주 회장은 지난 29일 “신동빈 회장 앞으로 A4 용지 1장 분량의 편지를 보내 성북동 집에서 설 명절 가족 회동을 제안했다”며 편지 전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대외 명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오너 일가 갈등 상황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국세청, 공정위의 제재 및 조사에 신동주 회장 측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들었다”며 “조사 내용이 신동빈 회장에게 불리할 경우 신동주 회장이 이를 명분 삼아 일본 핵심 주주들을 설득하려 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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