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조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폐업신고를 한 법인사업자는 7만 362명으로 나타났다. 그 중 제조업 사업자는 1만 1936명으로 17% 수준이다. 제조업 폐업자는 2015년 9087명, 2016년 1만 2445명 등으로 증가 추세다. ‘2018년도 연간 고용동향(통계청)’을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만 6000명 감소했다.
# 제조업 메카 ‘남동공단’…“작년 가을부터 침체, 요즘처럼 불황인 적 없어”
제조업 불황에 주요 산업단지 분위기는 크게 침체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11월 국가산업단지 평균 가동률은 81%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가동률은 해당 공장이 당월 최대 생산 가능한 능력(금액) 중 당월 실제 생산 능력(금액)을 백분율로 계산한 수치다. 가동률이 70%에 미치지 못하는 단지는 37개 단지 중 10곳으로 나타났다. 서울, 북평(동해시), 석문(당진시), 구미 등은 60%대의 가동률을 보인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근무 중인 한 근로자는 “몇 년 전에 비해 출퇴근길 차량이 많이 준 것이 눈에 띈다. 공단 내 식당이나 카페 등에도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공단 내에서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박 아무개 씨는 “8년 가까이 남동공단에서 중개업을 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불황인 적은 없었다. 지난해 여름부터 손님이 줄었는데 보통 가을 시즌이 성수기라 ‘가을에는 나아지겠지’ 하고 기다렸지만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라며 “신규 업체는 입주하지 않고 폐업만 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남동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이 새로 생기고 있지만 공실률이 매우 높다. 임대 물건만 400여 개가 넘게 나오고 매매 물건도 100개가 넘는다”라며 “공단 내 공장의 경우 사업이 잘되면 규모를 늘려 이사 가기도 하고, 부진하면 규모가 작은 곳으로 옮기는 등 이동이 많은데 요즘은 이사 비용조차 줄이기 위해 공단 내 이동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산업단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원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에만 공단 내 4개 공장이 폐업신고를 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에서는 자가 공장의 폐업 신고 현황만 알 수 있다. 이달 폐업 신고한 4개 공장은 모두 자가이며, 임대 공장 폐업까지 합하면 더 늘겠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며 “산단 내 공장이 제조업 위주다 보니 최근 분위기가 많이 침체된 것이 사실이다. 기계, 전자 등의 업종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산업단지에서 근무 중인 세무사는 “100개 기업 중 5~6개가 폐업하는 수준이다. 건설업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데 제조업의 폐업률이 높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확한 폐업률 현황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제조업 불황에 전반적으로 산업단지 폐업률이 높은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지방의 경우 심각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 산업단지 인근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신청자 하루 100명
제조업 불황은 고용 감소로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2만 7000명(-2.8%) 줄었다. 산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8년 4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세였다.
방학이면 제조업 공장에서 생산직 아르바이트를 대거 채용하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650여 개 업체가 입주한 수원산업단지 내 채용공고를 검색한 결과 모집 중인 공고는 20개가 채 되지 않았다. 한 구직자는 “방학 동안 공장에서 일하며 용돈벌이를 했는데 최근엔 채용공고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공장이 줄폐업 한 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채용이 없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산업단지 인근의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는 실업급여 신청자도 몰리고 있다. 28일 방문한 수원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는 오후 3시에 이미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갔다. 실업급여 신청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하는 강의실은 5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구인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던 한 50대 구직자는 “일자리를 잃은 동료들과 함께 센터를 방문했다. 공장 사정이 좋지 않아 실직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 관계자는 “1월 들어 실업급여 문의가 늘었고, 하루 200~300명이 방문한다. 평일 중 사흘은 강의가 오후 한 번만, 이틀은 오전·오후 두 번 진행되는데 강의가 2회 있는 날은 신청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제조업 일자리 2만 60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전북, 부산·경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등 산업·고용 위기 지역에 신산업을 육성하는 ‘지역활력 회복 프로젝트’도 가동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제조업 활력 둔화는 누적된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단기와 중장기를 아우르는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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