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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적십자-녹십자 '혈액백 담합 의혹' 공정위 조사 내막

공정위 "지난해 10월 착수, 3개월 정도 더 걸릴 것"…적십자·녹십자 의혹 전면 부인

2019.01.29(Tue) 16:11:22

[비즈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한적십자사와 GC녹십자MS 간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제기되자마자 조사에 착수했다. 앞으로 시간이 3개월 정도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와 녹십자는 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무슨 사연인지 ‘비즈한국’이 심층 취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대한적십자와 GC녹십자MS 간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대한적십자사·GC녹십자 이미지 합성

 

혈액백 입찰 담합​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혈액백 입찰을 둘러싼 적십자사와 녹십자의 관계는 동맹을 넘은 담합 관계로 보인다”고 비판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신 의원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혈액관리본부 혈액백 구매계약 관련’ 보고서를 그 근거로 내세웠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간단하다. 적십자가 혈액백 입찰 자격 요건을 녹십자MS에 유리하게 계속 바꿔온 정황이 발견됐다는 것. 녹십자MS는 2011년 이후 적십자와 혈액백 계약을 체결할 때마다 100억 원 규모로 낙찰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012년부터 입찰을 준비해온 글로벌 제약사 프레지니우스카비코리아(카비)는 바뀌는 조건 때문에 2017년까지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포도당 함량 미달’로 혈액백 입찰에 실패했다.

 

# 신규 업체는 입찰 막는 적십자의 이상한 자격 신설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 혈액관리본부는 2012년 10월 입찰 자격으로 ‘3년간 연 13만 유니트(Unit) 이상의 납품실적’ 요건을 신설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국내에서 사용되던 대부분의 혈액백은 녹십자MS에서 공급했던 점을 떠올리면, 신규 업체로선 아예 진입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같은 해 12월, 적십자 감사실은 “계약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자격 요건을 삭제했다.

 

적십자는 2013년 4월 입찰 자격 요건에 ‘국내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혈액백’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국내에 생산시설이 없는 카비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 혈액백구매팀은 2012년 12월부터 카비가 혈액백 입찰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했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혈액백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적십자가 혈액백 입찰 공고 시에 자격 요건을 신설한 내용 정리한 표

 

적십자는 2016년 6월엔 입찰 자격으로 ‘보조혈액 저장용기에 한하여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신설했다. 당시 녹십자MS는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트리옥틸 트리멜리테이트’를 사용해 보조 혈액백을 생산하고 있었고, 카비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카비의 보조 혈액백은 신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

 

신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는 2016년 6월 혈액백 입찰 자격 사전 공개 당시 비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사용된 보조 혈액백 규격을 재검토하며 입찰 공고일을 미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이 적십자는 녹십자MS와 6차례에 걸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으로만 치면 3년 1개월이 늘어났다. 신 의원이 추가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 한국서 ‘포도당 미달’로 부적격 판정받은 글로벌 기업 ‘카비’

 

적십자가 지난해 1월 공고를 낸 ‘혈액저장 용기(혈액백) 공동구매 단가 분류별 입찰’도 석연치 않다. 100일간의 심사를 거쳐 녹십자MS가 입찰을 따냈고, 카비는 떨어졌다. 승패를 가른 건 혈액백 내 포도당 함량 수치였는데, 포도당 측정 방법에 의혹이 제기된다. 핼액백 안에는 피가 굳지 않게 유지하는 항응고제가 들어가는데, 포도당이 핵심 성분이다.

 

적십자의 혈액백 품질평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적십자가 입찰 공고에 명시한 포도당 함량 수치는 리터(ℓ)당 30.30~33.50g이었는데, 카비의 혈액백 포도당은 28.58~28.97g에 불과했다. 녹십자MS의 포도당 함량 수치는 31.07~31.75g으로 기준을 통과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혈액백 입찰을 둘러싼 적십자와 녹십자 간 관계는 동맹을 넘은 담합 관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운영위원회에 참석한 신동근 의원. 사진=이종현 기자

 

카비는 즉각 반발했다. 130여 국가에 혈액백을 납품 중인데, 기준에 미달하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카비의 자체 시험성적서를 보면 혈액백 내 포도당 수치는 리터당 31g으로 적십자 기준에 부합한다.

 

알고보니 적십자와 카비의 포도당 측정 방법이 달랐다. 적십자는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피(HPLC)법을, 카비는 당정량법을 골랐다. 이때 검출되는 포도당 수치는 차이를 보인다. HPLC법을 활용했을 땐 순수 포도당이 검출되는 반면, 당정량법은 과당·유당 등 포도당을 제외한 당에도 반응한다. 즉 HPLC법이 당정량법보다 더 적은 수치의 포도당을 검출하는 것처럼 보인다.

 

순수한 포도당을 기준으로 삼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국내 학계나 해외 대부분의 국가는 포도당과 과당을 합산한 값을 ‘혈액백 내 포도당’ 수치로 계산해왔다. 실제 혈액백을 감독하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포도당과 과당을 합한 값을 적용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적십자가 국제 표준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녹십자에게 특혜를 줬다는 합리적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적십자사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포도당만을 기준으로 삼아왔다”​며 ‘밀어주기’ 의혹을 부인했다.​ 적십자 관계자는 “적십자가 ‘과당을 빼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포도당만을 기준으로 삼는 우리의 규격이 바뀐 적이 없다.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이긴 힘들다”고 반박했다. 

 

녹십자 역시 담합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커넥션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적십자의 입찰 공고 요건에 맞춰 납품할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국가혈액관리위원회 소속 차영주 교수는 “해당 업체(카비)의 혈액백은 국제적으로 이미 공인된 혈액백이다. 떨어질 이유가 없다. 입찰과 관련한 부분은 적십자사가 자의적 기준으로 진행한 부분이 있다”며 “혈액과 관련한 정책을 꾸준히 펴나가려면 적십자사를 지원하며 관리 감독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나라는 국가혈액안전관리원 등의 기구가 상시적으로 있는데, 우리나라도 신속히 그런 기구를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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