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복궁과 나란히 붙어 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해마다 설과 추석이면 다채로운 민속 행사가 펼쳐진다. 기해년 돼지해 설을 맞이해서는 ‘돼지띠 관람객 복주머니 증정’, ‘내 손으로 차례상 차리기’, ‘조선시대 편지지, 시전지 만들기’, ‘토정비결 운세 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었다. 행사는 설 다음날인 6일과 7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다(설 당일에는 휴관). 이 밖에도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전통놀이가 준비되어 있으니 명절 때 잠시 짬을 내어 놀러가기 좋다.
기왕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았다면 설맞이 민속놀이를 즐긴 뒤에 전시실을 둘러보는 건 어떨까. 기획전시실에서는 우리 민족이 행운의 상징으로 여겼던 돼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행복한 돼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전시는 3월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상설전시관은 3개의 전시실과 야외 전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전시실인 ‘한민족 생활사’에서는 보통 정치사 위주로 배워왔던 한국사를 선사 시대부터 근대까지 생활사 중심으로 구성해 놓았다. 이어지는 ‘한국인의 일생’과 ‘한국인의 일상’ 전시실은 주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과 일생을 다루고 있다. 야외 전시는 옛날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장승과 물레방아, 그리고 수십 년 전 추억의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 한반도 생활사의 보고(寶庫)
정치사와 경제사가 역사의 뼈대라면 생활사는 피와 살이라 할 수 있다. 정치와 경제만 있고 생활과 문화가 없는 역사란 앙상한 뼈대에 불과하다. 역사에 피와 살, 그러니까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바로 생활사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재미있고 친근한 전시도 이곳의 장점이다. 역사를 다루는 다른 박물관들이 무언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데 비해 이곳은 주로 ‘일상생활’을 다룬다. 일하고, 먹고, 자는 생활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으니, 이런 기본적인 공감 위에서 옛날의 생활과 지금 생활을 비교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거기다 옛날 결혼식이나 서당 모습들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물도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제1전시실인 ‘한민족 생활사’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한국사의 내용을 생활사 중심으로 정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석기 시대가 되면서 낚시 도구가 발달해 강가에서 정착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는 식이다. 제2전시실은 ‘한국인의 일상’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해 놓았다. 신석기에 농경이 시작되고 근대 이전까지 한국인의 일상생활은 철저히 농사 주기에 맞춰 이루어졌다. 봄에 씨를 뿌려 여름 내내 가꾸고, 가을에 수확한 뒤, 겨울에는 다시 내년 농사를 준비했다. 그러니 박물관에 가기 전에 미리 농사짓기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 한국인의 일상, 한국인의 일생
제3전시실인 ‘한국인의 일생’은 출생에서 장례와 제례까지의 과정이 유교질서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한국인의 일상’이 농민의 생활이었다면 여기서는 양반의 일생을 다룬다. 그러니 유교의 근본 원리인 충과 효에 대해 알아야 한다. 농민의 일상이 농사 주기를 바탕으로 했다면, 양반의 일생은 유교적 질서를 따랐으니까.
오랜 옛날뿐 아니라 수십 년 전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아빠가 어린 시절 살던 집, 놀던 골목, 자주 가던 만화방을 보면서 아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을 듯하다.
어린이박물관이 따로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마치 옛날 이야기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 그 당시의 생활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여기서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도 받을 수 있는데 어린이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여행정보
▲위치: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7
▲문의: 02)3704-3114
▲관람 시간: 09:00~17:00(1월1일, 설, 추석 당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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