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법원은 수원지방법원의 2018노524 판결을 파기하라!” 대한법무사협회는 28일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대한법무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을 규탄했다. 대한법무사협회가 창설된 지 70년 동안 전국의 지방 대한법무사협회장 18명이 한자리에 모여 한목소리를 낸 건 처음 있는 일인 데다, 법원의 판결을 정면 불복하는 모양새도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법무사의 개인회생·파산사건 포괄수임을 처벌 대상으로 판단한 ‘수원지방법원 2018노524’ 판결에 반박하고 대법원의 파기 결정을 촉구하는 자리였다.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은 “이번 판결은 국민에게 더 큰 비용을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가 강조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부정하고 국민의 편의를 저해하는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법무사는 보통 법무사법에 따라 비송사건(재판 없이 간단한 절차를 통해 판결이 내려지는 사건)을 수임한다. 대표적으로 개인회생 사건이다. 한 사건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신청서와 변제계획안 등을 포함해 총 17건이다. 법무사는 법무사법에 따라 ‘법률 대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17건을 각각 ‘대행’해야 한다. 이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에, 법무사들은 그동안 관행적으로 17건을 한 번에 위임해 처리해왔다.
그러던 2017년, 한 법무사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2010년 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380여 건의 개인회생·파산사건에서 포괄수임했다는 것이다. 이 포괄수임 행위는 ‘법률 대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변호사법 109조 1항 ‘변호사가 아니면 법률 대리를 하면 안 된다’는 단서를 위반한 위법 행위가 된다.
이 법무사에게 1심에선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규정에 따라 정해진 여러 종류의 서류를 동시에 제출하는 개인회생·파산사건의 특성상 법무사가 서류를 한 번에 작성해 제출하고 보수를 일괄 결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대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혀 유죄가 선고됐다. 항소심을 담당한 수원지방법원 재판부는 “해당 법무사가 사실상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의뢰인을 위해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고 봐야 한다. 개인회생사건 또는 개인파산·면책사건이 수임한 때로부터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종료된다거나, 일부 관련 서류를 동시에 접수시킬 필요가 있다는 특징이 있어도 마찬가지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사안의 핵심 쟁점은 ‘법무사의 포괄수임 행위를 실무적 측면에서 용인할 것이냐,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냐’이다. 용인한다면 관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법률 대리로 변호사법 위반이 된다.
이에 최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20년간 이어진 관행을 갑자기 뒤집어버린 결과다. 법원에서도 용인하고 오히려 교육하던 절차였다”며 “포괄 위임이 아니라 17건을 따로따로 위임하면, 서류 하나당 40만 원 정도 받는데, 그러면 현재 100만~200만 원 하던 비용이 최소 400만 원으로 뛰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회장은 “개인회생 하는 사람들은 새 출발을 도모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건 맞지 않다”며 “이번 판결은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회생사건 본래의 입법 취지 및 실무 현실에도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법원에서도 포괄 위임 처리를 사실상 인정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법무사들에 따르면 법원은 서류 작성요령을 법원 홈페이지와 법무사 교육자료집 등을 통해 안내했고, 되도록 동시에 제출할 것을 권유해왔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서류를 한 번에 받아 온 건 맞다”며 “절차마다 서류를 따로 받으면 업무가 지연돼 법원과 구제 신청자 모두 불편해진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일을 변호사와 법무사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서 변호사 수가 늘어나자, 편의상 법무사가 처리하던 특수 영역을 변호사가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 실제 전체 개인회생·파산사건의 경우, 80%를 법무사가 처리하고 20%만 변호사가 가져가는 실정이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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