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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등골 빼먹는 사교육비

2014.06.30(Mon) 15:20:53

# 1.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 부부는 월 소득이 700만 원에 달한다. 자녀들이 한참 공부할 시기라 교육비에 쏟다보니, A씨 가정의 살림은 팍팍하다. 고등학생인 큰 딸은 2과목 과외비만 월 80만 원이 들고 중학생인 아들 학원비도 월 35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A씨는 대출을 80%를 끼고 아파트 한 채를 구입했다. 매월 나가는 월 이자비용만 150만 원이고, 다음 달 부터는 거치기간을 거쳐 원금과 이자를 같이 20년 간 상환해야 한다.A씨 가정은 주택 구입에 따른 이자와 원금, 그리고 교육비까지 합치면 월 400만 원 이상의 고정비 지출이 발생한다. 나머지 금액으로 보험, 생활비, 교통비, 식비 등을 해결해야 하는데 적금은 꿈도 꿀 수 없단다.

# 2. 서울 광진구에 사는 대기업 차장 B모씨는 맞벌이를 하는 부인과 부부 합쳐 연봉이 90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B씨 가정은 생각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B씨 부부는 초등학교 3학년생 아들과 만 5세 유치원생 딸을 키운다. 아들은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아들과 관련해 학비를 포함한 교육비를 합치면 월 200만 원에 달한다. 딸은 무상보육 확대로 국·공립 어린이집까지 알아봤지만 모두 대기자가 넘쳐 보낼 수 있는◆ 중산층 과외비 부담 고소득층 추월

A씨와 B씨 가정 사례는 우리나라 중산층 가정의 서글픈 현실이다. 중산층들이 보육비와 교육비에 허리가 휘고 있다. 각종 통계와 보고서를 보면 중산층일수록 소비지출에서 보육비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우리나라 가계의 엔젤계수 특징과 시사점'’보고서를 보면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분위(소득 상위 20∼40%)의 '엔젤계수'가 작년 기준 18.6%로 다른 4개 소득 분위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간 계층인 소득 3분위(상위 40%~60%)도 18.2%로 두 번째로 높았다. 엔젤계수란 가계의 총 소비 지출액에서 18세 미만 자녀의 보육과 교육에 들어가는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소득분위별 엔젤계수는 1분위(소득 하위 20%) 16.1%, 2분위(하위 20∼40%) 17.1%, 3분위 18.2%, 4분위 18.6%, 5분위(상위 20%) 17.5%였다.이렇듯 엔젤계수가 소득 3∼4분위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고소득층보다 중산층의 교육·보육비 부담이 소득 수준에 비해 과중함을 시사한다.

특히 3분위 가정의 교육·보육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확대됐다. 2010년 5분위의 엔젤계수(19.9%)가 3분위(19.8%)보다 높았으나 2013년에는 5분위(17.5%)와 3분위(18.2%)의 엔젤계수 순위가 역전된 것.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중산층의 부담이 확대됐음을 드러낸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녀 양육 지원 확대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감면 분석’ 논문을 보면 중상층인 소득 3, 4 분위와 최상위 계층인 5분위 큰 격차를 보인 보육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소득 1~5 분위의 총 보육비와 교육비는 201만원, 184만원, 242만원, 309만원, 427만원으로 집단 간 차이가 뚜렷했다. 이와 달리 2011년 계층별 보육교육비 지출은 249만원, 310만원, 370만원, 384만원, 402만원으로 특히 3, 4, 5 분위 간 큰 차이가 없었다.중산층인 3, 4 분위 계층이 소득에 비해 자녀에 대한 높은 투자 욕구로 과거보다 더 많은 보육비와 교육비를 지출하는 경향이 뚜렷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자녀 1명을 어른으로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총 3억896만원이 든다는 통계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초등학교 6년간의 교육비가 7596만원으로 대학 4년간의 교육비 7708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 교육비 낮출 획기적 정책 나와야

이러한 보육비와 교육비 부담으로 한국은 자녀 낳기를 꺼려하는 현상이 만연하면서 출산율 1.25명으로 전세계 224개국 중 219위란 최하위 권이란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정부도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영유아 보육비 지원을 확대하고 방과 후 돌봄 교실, 무상 급식 확대 등 교육비 지원제도를 도입했으나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정부가 양육수당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2009년 전후의 정부의 보육지원금과 가구당 실제 보육교육비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0∼5세 영유아 자녀 1인당 정부가 지원하는 보육교육비 지원액은 2007년 73만원에서 2011년 143만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을 제외하고 가구당 영유아 자녀 1명에게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은 2007년 206만원에서 2011년 208만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정부의 현금 지원과 세제 혜택까지 고려한 ‘순 보육교육비용’도 2007년 200만원, 2011년 200만원으로 차이가 없었다.이에 대해 연구진은 “정부 지원으로 부모의 보육시설비 지출 부담은 줄었지만 시설 이용비를 제외한 추가적인 보육비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맞벌이 부부 등 정책적인 지원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계층에 중점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교육비 지출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전체 가구주 응답 중 73%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보육비와 교육비 부담이 가중될수록 가계수지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계층 간 격차가 심화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가계의 사교육비와 보육비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전반적인 공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우수한 교사 및 교육 프로그램 선진화,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무상급식이나 영유아 보육으로 지원의 실효성은 높으나 지속적인 추진을 위한 중장기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필요하다”며 “음성적인 초고액과외와 비인가시설에 대한 감독과 시장 퇴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유민 기자

2umi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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