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7년 매출 15조 원을 기록한 세계 1위 스포츠레저용품 브랜드 데카트론(Decathlon)이 지난해 9월 인천 송도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세계 1위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국내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국 상륙에 실패한 걸까? ‘비즈한국’이 데카트론 송도점을 가봤다.
데카트론은 1976년 프랑스에서 탄생해 전 세계 47개국에서 1414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럽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스포츠 백화점’으로 유명하다. ‘백화점’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넓은 매장에 다양한 제품이 있기 때문. 데카트론은 매평균 4000㎡(약 1200평) 규모 매장에 등산, 사이클 등 최대 80여 스포츠 브랜드를 입점해 운영한다.
송도 매장 또한 7800㎡(약 2350평) 규모에 40여 종목, 4000여 개 용품을 갖추고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시간이 주어져도 매장을 다 둘러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데카트론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원인은 고객의 스포츠 경험에 집중하겠다는 데카트론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데카트론은 슈퍼스타를 광고 모델로 쓰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을 최대한 줄여 가격 거품을 빼고, 그 돈으로 제품 개발(R&D)에 투자한다. 결국 시간을 들여 브랜드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송도 매장을 총괄하는 아밋 쿠마르(Amit Kumar)는 “광고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기 때문에 당장 한국 사람들이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린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경험에 집중한다. 그들이 돌아가 친구에게 직접 추천해주길 바라고 있다. 또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한다.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입소문’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확실한 보장 없이는 친구나 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추천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데카트론이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낮은 가격이다. 실제 데카트론에 갔을 때 나오는 첫마디가 ‘싸다’이다. 10L 등산 가방이 1900원, 러닝화가 3만 원대, 등산화가 6만 원대, 2~3인용 텐트가 10만 원대다. 비결은 ‘엔드투엔드(End to End) 시스템에 있다. 데카트론에 입점하는 80여 개 브랜드는 모두 자체 브랜드다. 제품 설계, 디자인, 생산부터 운반, 판매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가격 거품을 낮출 수 있다.
숨겨진 비밀이 하나 더 있는데, ‘산지 직송’이다. 데카트론은 R&D센터와 생산 공장을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전 세계에 흩뿌려둔다. 트레킹과 크리켓 용품은 히말라야와 맞닿은 인도에서, 배드민턴은 중국에서, 설상 장비는 스위스 설산에서, 수상 장비는 이탈리아 해안가에서 개발하고 만드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각 제품에 쓰이는 특수 원재료 가격을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
아밋 쿠마르는 “각 지역에서 인기 있거나 특화된 제품을 현지에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도 그 고유 스포츠에 적합한 물건을 개발할 수 있다”며 “물류 창고를 전 세계에 두고, 해운사와 전속 계약하며 가격 변동성을 없앴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제품도 가장 가까운 중국 물류 창고에서 온다.
데카트론은 그리스어로 ‘10개의 스포츠’라는 뜻이다. 고객에게 최소 스포츠 10개의 재미를 알려주겠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데카트론은 ‘고객 경험’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를 고집하는데, 넓은 매장 규모와 전문 인력 배치다.
넓은 매장을 고집하는 이유는 ‘체험존’을 최대한 설치하기 위해서다. 송도 매장만 하더라도 3층 옥상엔 야외 풋살장이, 1층 야외엔 스케이트보드장과 농구장이 마련돼 있다. 매장 내엔 암벽등반 기계, 스크린골프 시설, 간이 배드민턴 코트, 탁구 코트, 복싱장, 요가나 헬스 트레이닝 수업이 운영되는 체육관도 따로 있다.
모든 시설 이용은 무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장을 운영하는 동안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고객은 제품을 사기 전에 직접 시험을 해볼 수 있고, ‘즉시 환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제품을 산 뒤에 시험을 해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환할 수도 있다. 체험존은 제품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데카트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스포츠 리더’라고 불린다. 스포츠 리더들은 골프, 암벽등반, 농구, 축구 등 각자 맡은 분야의 강습이 가능한 전문가다. 실제 스포츠 리더들은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실전 팁’을 주는 것은 물론 요가, 사이클 등의 수업을 주기적으로 연다.
데카트론이 스포츠 리더들에게 자율성을 부과하는 점은 흥미롭다. 스포츠 리더는 자기가 맡은 스포츠 분야의 제품을 직접 선택하고 진열한다. ‘체험존’ 구성도 리더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이 정책을 통해 데카트론은 지역에 최적화된 매장을 갖춘다.
송도 매장에서 일하는 양창엽 스포츠 리더는 “데카트론의 스포츠 리더들은 상당한 자율성을 가진다. 그 지역에서 특히 많이 팔리는 제품을 리더가 알아서 더 비치하거나 바다와 가까운 매장에는 수상 스포츠 제품을 더 많이 두는 식이다. 매장은 시간이 갈수록 지역에 맞게 최적화된다”고 덧붙였다.
데카트론의 자랑은 자체 개발을 통해 만든 ‘잇템’들이다. 이노베이션 제품을 따로 비치해두는데, 대표적으로 ‘퀘차’라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2초텐트’와 ‘수베아’라는 수상 브랜드의 ‘이지브레스’가 있다. 양창엽 스포츠 리더는 “이지브레스는 유명세를 타면서 카피캣이 많이 나왔지만 데카트론이 처음 만든 것”이라며 “그 밖에도 실전에 필요한, 깨알 같은 편의를 제공하는 제품이 많아 사람들이 오랜 시간 머문다”고 강조했다.
데카트론은 앞으로 2028년까지 국내에 49개 매장을 낼 계획이다. 넓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서울보다는 대구, 광주, 대전, 부산에 집중한다.
아밋 쿠마르는 “데카트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포츠에 대한 열정이다. 우리는 제품을 판매하지만 그 전에 고객들과 대화하고 스포츠를 체험하게 하고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한다”며 “우리가 조사하기론 한국 사람들 60%가 스포츠에 관심이 있지만 실제 즐기는 사람이 10%에 불과하다. 데카트론이 스포츠 접근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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