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 최대 여행사 씨트립그룹(Ctrip)이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 트립닷컴의 한국 안착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배우가 등장한 독특한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더불어 네이버페이 도입, 원화 결제 가능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서비스들까지 시작했다. 특히 네이버페이 도입은 국내 여행사는 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선택이다. 당장은 남는 것 없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의지다. 중국계 OTA 트립닷컴이 국내 여행시장을 재편할까?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이 한국어로 묻는다. “여행이 영어로 뭐지?”
한국 배우 이시언이 영어로 대답한다. “트립?”
중국계 OTA 트립닷컴의 한국용 광고다. 광고는 평범한 고유명사인 ‘트립’을 하나의 브랜드명으로 인식하게 한다. 트립닷컴이 국내에 진출하며 내세운 전략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를 이룬다는 뜻으로 세계화된 서비스를 최대한 지역에 맞도록 특화해 현지화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 국내 여행사는 못 하는 네이버페이 도입, 그 의미는?
그 일환으로 트립닷컴은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OTA로는 유일하게 네이버페이를 도입했다. 호텔은 물론 항공까지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해지자 업계에서는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립닷컴이 항공권 판매에 네이버페이를 도입한 것은 파격에 가깝다. 요즘은 항공권 판매에 마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네이버페이 수수료까지 부담하면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사용자를 늘리겠다는 전략 아니겠나. 국내 대형 여행사에서도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며 놀라워했다.
보통 고객이 여행사를 통해 신용카드로 항공권을 구매하면 카드결제 수수료는 항공사가 부담한다. 하지만 네이버페이로 트립닷컴에서 결제할 경우 네이버페이 수수료를 트립닷컴이 떠안는다. 항공권 판매를 높여야 하니 항공권 가격에 수수료를 포함하기도 어렵다.
고객으로서는 항공권과 호텔 결제 시 네이버 아이디가 있으면 본인 인증 절차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 여기에 순수 결제 금액의 1%는 네이버 포인트로 적립도 되니 일석이조다. 큰 금액이 오가는 여행 시장에서 1%는 적지 않은 액수다.
네이버페이 수수료는 업종이나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에서 많게는 6%로 알려져 있다. 항공권은 액수가 크기 때문에 2%로만 계산해도 판매업체의 부담이 크다. 많이 팔릴수록 손해가 된다. 한마디로 수수료 부담을 유저 유입을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치는 셈이다.
트립닷컴 측은 “더 쉽고 편한 여행을 위해 다양한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고객의 행동 패턴에 맞는 검색 방식이나 결제 같은 서비스 강화가 중요하다. 네이버페이의 도입 또한 현지화를 위한 하나의 스텝이다. 앞으로도 국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여행사들은 항공권 구매에는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항공권 판매 수익이 너무 적은 탓에 수수료까지 떠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립닷컴이 국내 간편결제서비스 사용자가 가장 많은 네이버페이를 도입하자, 한 여행업 관계자는 “융단폭격형 공격”이라고 촌평했다.
간편결제서비스 시장 1위인 네이버페이 가입자 수는 현재 2600만여 명, 한국의 경제활동 가능인구(2758만 명)와 맞먹는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등 국내 스마트폰 간편결제 이용액은 2016년 11조 8000억 원에서 2017년에는 39조 9000억 원으로 늘어나 2018년에는 60조 원을 넘겼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한국인의 모바일 이용률과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아 트립닷컴이 일본 시장보다 한국 시장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스카이스캐너의 높은 이용률을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을 파악하고 전략을 세웠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항공가격비교 플랫폼인 스카이스캐너는 영국에서 태동했지만 2016년 11월 트립닷컴의 모회사인 씨트립 그룹에 인수됐다.
# 원화 결제 도입하고, 고객센터도 아시아 최초
트립닷컴은 또 국내 글로벌 OTA로는 처음으로 원화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보통 글로벌 OTA들은 결제 금액을 처음에는 원화로 보여주지만, 실제 결제는 유로나 달러로 진행된다. 고객은 카드사의 해외결제 수수료를 따로 물어야 한다. 또 결제 과정에서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애초 예상했던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와 달리 트립닷컴은 결제까지 원화로 할 수 있게 했다. 원화로 결제하는 만큼 해외결제 수수료도, 환차손도 생기지 않는다. 고객은 처음 봤던 가격으로 결제하게 된다. 글로벌 OTA급의 물량에 국내 숙박 앱의 편의성을 더한 것. 현지화의 일환이다.
트립닷컴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고객서비스센터도 열었다. 싱가포르, 태국, 일본, 홍콩 등에도 세우지 않았던 아시아 시장 최초의 고객센터다. 24시간 연중무휴에 직원 7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곧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글로벌 OTA의 불만 사례를 타산지석 삼는 모양새다.
트립닷컴이 한국에 진출하며 세운 전략은 ‘유일’이나 ‘최초’인 것처럼 보인다. 트립닷컴의 국내 서비스에는 유독 ‘유일한’ 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는다. 한국 진출 글로벌 OTA 중 유일하게 6개 서비스(항공, 호텔, 렌트, 기차, 액티비티, 가이드서비스) 한 번에 이용 가능, 유일한 네이버페이 간편결제서비스 제공, 유일한 원화 결제 서비스, 유일한 세계 5개국(한국, 중국, 대만, 영국, 독일) 기차표 예약 등이다.
트립닷컴 측은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은 아직 한 자리 수다. 하지만 2014년 한국 상륙 이래 매년 두 배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스카이스캐너를 인수하면서 항공권 예약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우리는 한국을 온라인 여행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본다.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가격에 민감하며 모바일 플랫폼이 가장 활성화된 시장이기 때문이다”며 “한국 시장의 성공이 글로벌 여행 플랫폼으로 나가기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립닷컴은 현재 전 세계 200여 국, 120만 개 호텔을 제공하고 항공은 국내 LCC(저비용항공사)까지 커버해 5000개 도시, 200만 개 노선을 제공한다. 해외출발-해외도착 항공권 예약도 가능하다. 전 세계 15개국에서 17개 언어로 서비스 되고 있으며 2010년부터 시작된 모바일 앱은 2017년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23억 건을 넘었다. 2017년 기준, 1일 최대 거래량은 약 855억 원, 전 세계 연 매출액은 약 4조 5000억 원이었으며 연간 거래액은 약 97조 8600억 원에 달한다. 2012년 대비 매출은 7배가량 늘었다.
중국 최대 여행사이자 아시아 최대의 글로벌 온라인여행사, 전 세계 2위 여행그룹이라는 씨트립의 시가총액은 약 200억 달러, 전 세계 회원은 3억 명에 이른다. 씨트립그룹은 1999년 설립 이래 과감한 투자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말처럼 한국에도 마케팅 비용을 아끼지 않고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인다. 트립닷컴의 광고 카피처럼 블록버스터급이다. 중국계 글로벌 브랜드 트립닷컴이 무서운 이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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