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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억 육박 혈세 '국민참여예산' 잘 쓰고 있습니까

102개 안건 논의에 4차례 회의가 전부…기재부 "논의 사업 줄이고, 참여 인원 확대"

2019.01.24(Thu) 11:41:29

[비즈한국] 국민참여예산제도로 편성된 928억 원이 올해부터 본격 집행된다. 국민이 직접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집행 우선순위 결정에도 참여해 선정한 38개 사업이 시행되는 것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는 1989년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시에서 시작됐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민참여예산제도를 도입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 국민참여예산제도 지난해 422억 원, 올해는 928억 원 예산 집행

 

지난해 정부는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범 도입했다. 국민이 제안한 사업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적격성을 검토한 후 투표 등을 통해 6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선정된 사업은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공급, 농촌지역 일손부족 해소, 재택·원격근무 인프라 지원, 365일 24시간 일자리 상담, 어린이집 등·하원 자동 알림, 농어촌 폐건전지 수거함 설치 등이다. 6개 사업에는 총 422억 18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올해 제도를 본격 도입하며 예산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총 38개 사업에 928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참여도를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2018년 예산 선정 과정에서는 국민이 사업을 제안하고 투표하는 것에 그쳤다면 올해 예산을 책정할 때는 300명의 국민참여단이 직접 사업을 검토하고 논의, 결정하는 등으로까지 역할을 확대한 것이다. 

 

국민참여예산제도로 편성된 928억 원의 예산이 올해부터 본격 집행된다. 사진=기획재정부 모습TV

 

국민참여예산제도의 핵심인 국민참여단 300명은 무작위 추출을 통해 선발된다. 연령, 지역별 대표성 등을 감안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작위 연락을 하고 희망 의사가 있다면 참여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참여율이 저조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93~94%가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안, 논의, 결정 등 3단계에 국민이 모두 참여하도록 했다. 2018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1206건의 사업 제안을 받았고 그중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 가능한 102개 사업을 추렸다. 국민참여단이 4차례 회의를 가지며 56개 사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후 기재부는 국민참여단 투표(50%)와 일반 국민 1000명의 투표(50%) 결과를 합산해 최종 39개 사업을 국회에 제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39개 사업으로 835억 원의 예산안을 제출했고, 국회를 통해 38개 사업에 928억 원의 예산이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 1000억 원 예산 결정 과정, 담당 공무원 질의응답 못하기도  

 

국민이 직접 예산사업 결정 과정에 참여해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는 의미 있다.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국민참여단 참가자는 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한다. 1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할 사업 선정 과정이 부실했다는 의견이다. 

 

국민참여단으로 참여한 A 씨는 “전체적인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예산 집행 사업 선정을 위해 총 4차례 회의를 갖는 것이 전부”라며 “첫 번째 회의는 위촉식 등 행사로 오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오후에야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4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회의 중 1박 2일 프로그램은 한 번이고 나머지 세 번은 당일 프로그램이다. 전국 각지의 국민참여단이 모이다 보니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해 하루 5~6시간 이내에 회의를 마친다. 지난해 국민참여단은 경제·행정·​복지·​사회, 4개 분과로 나뉘어 분과별로 20~30개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A 씨는 “첫 회의 전까지 어떤 사업 내용을 받을지 모른다. 현장에 모여 사업 내용을 듣고 토론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한정된 시간 내 모든 사업을 심도 있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며 “담당 공무원들도 시간에 쫓겨 사업 내용을 프레젠테이션하고, 관련 질의응답시간도 부족했다. 사업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토의하고 심사하는 것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평했다. 

 

국민참여단에게 사업을 설명해야 할 담당 공무원들이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는 불만도 있다. 국민참여단으로 활동한 B 씨는 “사업 내용에 관해 질문하면 이미 정리된 내용 외 깊이 있는 내용까지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기도 했다. 담당 공무원도 제대로 알지 못해 설명 못 하는 것을 국민참여단이 논의해 결정해야 하는 점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참여단 C 씨는 “논의해야 하는 안건 중 일부는 몇몇 이익집단을 위한 것도 있었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올리는 안건 등은 사전에 걸러 낭비되는 시간을 줄였다면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생업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주중 참여가 어렵다. 주말에 본인 시간을 희생해 참여하기 때문에 무작정 회의 횟수를 확대하는 게 쉽지 않다. 보통 국민 대상 공론화 회의는 2회를 넘기는 경우가 없는데 4회차로 진행하는 것도 무리한 부분”이라며 “앞으로는 분과별로 논의해야 할 사업 숫자를 줄이는 방식 등을 도입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16일 대전광역시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예산국민참여단 위촉식. 사진=기재부 제공

 

# 국민참여로 나온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향후 사업 방향 바뀔 수도”

 

사업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되지 않으면 불필요한 사업을 채택하거나 추후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2018년 국민참여예산제도 사업인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공급’ 논란이 대표적이다.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공급은 지난해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시범 도입했을 때 선정됐다. 당시 선정된 6개 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예산인 356억 2500만 원이 투입됐다. 국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투표를 통했지만 최근 형평성 논란이 불거져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 사업은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매입해 무주택자 저소득 1인 여성 가구에 임대하는 내용이다. 임대료는 시중 전세 및 월세의 30% 수준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여성 안심용 임대주택은 지역별로 역세권 인근에 약 250호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매입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 인테리어 등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1~2월 중 입주공고를 낸 후 2월 말부터 입주해야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소득층 1인 가구 중 여성에게만 특혜를 주는 사업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정부 차원의 복지 정책이 같은 조건의 남성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사업 재검토 의견까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저소득층 여성의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에 역세권 인근에 주택을 임대하는 사업 제안이 나왔다”며 “당시에는 여성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등의 지적이 없었다. 이후 민원이 제기돼 현재 국토부에서 여론조사 실시 등을 검토 중이다. 향후 사업 방향에 반영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위한 국민 사업 제안을 2월 중순부터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3~4월보다 앞당겨 시작한다. 국민참여단 인원을 확대할 계획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참여단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300명 이상을 계획 중이며 신규 모집 외 지난해 참여한 인원 중 연임을 희망하는 사람은 참여 가능토록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의가 끝나고 국민참여단 만족도를 조사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고 시행 초기인 만큼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사업설명자료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작성하고 각 부처에서도 내실 있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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