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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나] '관리비 연말정산' 안 토해내려 덜덜 떨며 지냈건만…

매월 45만 원 내는데 '추가' 부담…2017년 정산분 50유로 지난 성탄절에 청구

2019.01.24(Thu) 09:58:49

[비즈한국] 1년 6개월 지났는데도 베를린 생활은 여전히 새로움의 연속이다. 익숙해지려는 순간에 터지는 당황스러움이 얼마 전 또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초, 연간 전기료를 정산하며 적지 않은 추가 금액에 속이 쓰렸는데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긴 것이다. 

 

문제가 된 건 관리비다. 독일의 관리비를 설명하면, 임대료는 순수 월세에 ‘네벤코스텐’이라는 관리비를 더해 책정된다. 관리비에는 각 세대 개별 난방비와 수도 사용료를 포함해, 세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엘리베이터 이용료, 청소비용, 쓰레기 분리 수거비용, 기타 아파트 유지와 관리를 위한 비용이 포함된다. 

 

독일의 집 관리비는 월세에 포함돼 있다. 이미 책정된 일정금액을 매달 낸 후 1년 치를 정산해서 돌려받거나 추가 납부하는 방식으로 세대별 난방비와 수도세, 그리고 공동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사진=박진영 제공


난방비와 수도료가 관리비에 포함된다는 것만 제외하면 한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관리비를 미리 짐작해서 정한다는 점이 다르다. 사용량과 납부액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1년 치 정산을 통해 돌려받거나 추가 납부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비용 발생 후 청구되는 시스템이니 매달 청구된 금액을 납부하면 끝이지만, 이곳에선 내가 얼마나 사용하는지 알 길이 없어 1년 정산 내역이 올 때까지 마음 졸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도 그럴 것이 관리비를 돌려받은 사례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전기료와 마찬가지로 관리비 폭탄을 맞았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던 터라, 입주 후 각별히 ‘신경 쓰면서’ 살았다. 난방비가 ‘주범’이라는 말에 한겨울에도 집안에서 오리털 조끼를 입고 생활했다. 방, 거실, 주방, 욕실 등에 개별 설치된 온도조절장치는 최소로만 하고 나머지는 아예 꺼두었다. 매달 350유로, 한국 돈으로 45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관리비를 내고 있으니 추가 비용은 절대 안 되는 일이라 마음먹었다. 

 

정원 관리사가 아파트 마당 잔디를 깎는 모습. 공동 관리비는 엘리베이터 이용료, 청소비, 쓰레기 분리수거비 등을 포함한 아파트 전체 관리 비용이다. 사진=박진영 제공​


‘나흐짤룽’이라는 1년 치 정산된 관리비 내역은 보통 이듬해 5월쯤 청구된다고 했다. 그런데 2017년 9월 이사 온 후 이듬해 5월이 지나도 나흐짤룽은 오지 않았다. 만 1년을 채우지 않아 그런가 싶어 하우스마이스터(집 관리인)에게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 같아 관두었다. 

 

지난 12월 크리스마스 즈음, 봉투 겉면에 예쁜 초콜릿 장식을 단 우편물이 들어 있었다.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흔히들 주고받는 카드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안에 든 서류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발신인이 ‘하우스마이스터’로 된 우편물은 2017년 관리비 내역서였다.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의 난방비, 온수 사용료와 엘리베이터 사용료, 청소비 등 공동 관리비 지출 내역이 여러 장에 걸쳐 꼼꼼하게 기록돼 있었다. 결론은 4개월 치 관리비로 50유로에 달하는 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같은 동네의 한국인 친구는 “500유로를 추가로 낸 적도 있다”며 위로했다. 그러나 2018년 1년 치 나흐짤룽은 150유로, 혹은 그 이상이 추가 청구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지난 5월에 청구서가 왔더라면 미리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2018년이 다 지나가는 마당에 전년도 관리비를 청구하는 이유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이쭝’이라 불리는 독일의 난방시스템. 난방비는 관리비 폭탄의 주범으로 꼽히는 항목이다. 사진=박진영 제공​


그래도 어쩌랴. 2019년만이라도 관리비 폭탄을 피해갈 궁리를 할 수밖에. 세부 항목을 보니 온수 사용료는 우리가 낸 금액보다 훨씬 많았고, 엘리베이터 이용료 등은 적었다. ‘춥게’ 산 덕에 난방비는 선방했지만 온수가 문제였다. 손으로 설거지를 자주 하면서 온수를 많이 사용하는 습관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고, 머리를 감고 샤워하는 데서도 온수 낭비가 발생하는 것 같았다. 

 

당장 생활 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설거지는 가능한 모아서 하루 한 번 식기세척기를 돌렸다. 씻을 때도 물 낭비가 없도록 온 식구가 각별히 주의하고 있다. 500유로를 추가로 냈다는 친구가 올 겨울 내내 난방을 전혀 안 하고 지낸다는 말을 듣고, 기본만 유지하는 난방조차 더 줄이거나 꺼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한국에선 한겨울에도 집 안에서 짧은 소매 옷을 입었는데 독일에선 반 강제적으로 절약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 습관 그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부자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뭔지. 

 

글쓴이 박진영은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에 입문, 여성지 기자, 경제매거진 기자 등 잡지 기자로만 15년을 일한 뒤 PR회사 콘텐츠디렉터로 영역을 확장, 다양한 콘텐츠 기획과 실험에 재미를 붙였다. 2017년 여름부터 글로벌 힙스터들의 성지라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며 또 다른 영역 확장을 고민 중이다.

박진영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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