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대거 나왔다. 경영권을 소유한 사모펀드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매각에 나선 것. 업계에선 프랜차이즈 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 됐으며 이전처럼 매수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안일한 경영으로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8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왔다. 23일 한국 M&A 거래소에 올라온 가공품·식음료 프랜차이즈만 15개에 이른다. 멕시칸 음식점 ‘온더보더’, 브런치 전문점 ‘카페마마스’,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 종합외식업체 ‘놀부’ 등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유니슨캐피탈이 소유한 티·음료 브랜드 ‘공차코리아’의 경우 최근 골드만삭스를 유력 매각주관사로 선정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심을 모은다. 공차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이며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에 진척을 보이는 곳은 사모펀드 베이사이드 프라이빗에쿼티(PE)와 150억 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온더보더 정도다. 외식 브랜드 ‘매드포갈릭’은 지난해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갔지만 매수자를 찾지 못해 잠정 중단, 캐주얼 분식 브랜드 ‘스쿨푸드’는 기존 매수자와 가격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 사모펀드 매각 시기와 업계 불황 맞물려
이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온 건 불황과 실적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경기지수는 최근 3년 중 가장 낮은 64.2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결과인 67.41에서 3.21포인트(p) 하락한 셈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안 나오는 점포는 아예 없애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수시장 악화와 미래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소비자들의 외식 지출과 소비 전반을 위축시켰다. 이것이 업계 불황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사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외식산업 자체가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인수권자 입장에선 이들 기업 소유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여기에 경영권을 쥔 사모펀드들의 매각 시점이 맞물린 것도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 단기간에 가치를 올려 평균 3~5년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사모펀드의 좋은 먹잇감으로 되곤 했다. 매물로 나온 기업들은 2010년대 놀부를 시작으로 사모펀드에 줄줄이 인수된 곳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모펀드는 자금흐름이 원활하고 현금 회수가 용이한 기업을 선호하는데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그렇다”며 “사업구조도 단순해 구조조정 등으로 원료비나 인건비를 낮춰 기업 가치와 수익성을 단기간에 올리기 좋다”고 설명했다.
# 사모펀드 단기경영에 일부 기업은 실적 악화
사모펀드의 잘못된 판단·경영 등으로 재무구조가 이전만 못 한 기업도 적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놀부다. 모건스탠리PE가 놀부 인수 후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며 내놓은 브랜드만 공수간(분식), 놀부옛날통닭(치킨), 놀부맑은설렁탕담다(설렁탕), 벨라빈스커피(커피), 놀부화덕족발(족발) 등 17개에 이른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놀부의 전문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 결과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인수 직전 해인 2010년 80억 원을 기록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KFC코리아도 마찬가지다. 두산그룹이 갖고 있던 경영권은 2014년 홍콩계 사모펀드 CVC캐피탈파트너스로 넘어갔다. 2013년 115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2016년 적자로 전환했다. 이듬해 KG그룹이 KFC코리아를 인수했지만 그해 영업손실은 173억 원으로 확대됐다.
반대로 사모펀드의 본사 이익 확대 경영으로 내홍을 겪은 곳도 있다. 치킨전문점 ‘bhc’다.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틴(The Rohatyn Group)은 2013년 bhc를 인수한 뒤, 주요 품목을 비싼 가격에 공급하고 가맹점 휴무일을 최소화하는 등의 경영으로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었다. 로하틴이 유상감자 등으로 거둬들인 수익은 1400억 원에 이른다.
로하틴은 지난해 10월 박현종 bhc 회장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bhc를 매각했다. bhc 관계자는 “기존 MBO(경영자 인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가맹점주들의 안정성 유지에 계속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며 “지난해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전 매장에 200만 원씩 지원금을 전달했고 닭값 인하도 논의하는 등 가맹점주들과의 현안은 잘 마무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고정자산 매각, 사업다각화 등 대안 찾을 것
전문가들은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M&A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프랜차이즈 업계가 호황기일 때도 그렇게 높은 금액을 투자할 만큼의 기업가치를 보유한 건 아니었다. 업계 상황도 안 좋아 매수자가 쉽게 나오진 않을 것이다. 실적 좋은 할리스 커피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들은 대안으로 부동산 등의 고정자산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다. 사업형태 변화나 사업다각화 등의 자구안을 세울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KFC나 놀부 등이 겪은 부작용을 막으려 사모펀드의 국내 투자를 제도적으로 규제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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