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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성공 '노랑풍선'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200억 원 자금 모아 OTA 플랫폼 개발, 패키지 시장은 프리미엄으로

2019.01.23(Wed) 18:18:28

[비즈한국] 노랑풍선이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1월 21~22일 이틀간 일반청약 공모를 마쳤다. 공모가 2만 원, 자기주식 26만 주를 포함해 총 100만 주를 공모했다. 청약경쟁률 1025.2:1로 흥행에 성공했으며 30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직판을 표방하며 최근 4~5년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노랑풍선은 상장 후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 구축과 절충형 패키지 확대, 항공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경쟁력을 보태 침체된 패키지 여행시장에서 발 빠르게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노랑풍선은 상장 후 OTA 플랫폼 구축과 함께 절충형 패키지 확대, 항공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경쟁력을 보태 침체된 패키지 여행시장에서 발 빠르게 앞서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노랑풍선 광고 캡처

 

노랑풍선은 2001년에 설립된 19년 차의 직판 패키지여행사다. 직판 여행사란 판매대리점을 두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직접 대중에게 여행상품을 파는 여행사를 말한다. 랜드사(현지여행사)를 통해 상품구성 후 대리점에 판매를 맡기는 업계 1, 2위의 하나투어, 모두투어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었다.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판매 방식을 택하면서 고객들에게 대리점의 마진을 제거한 더 저렴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었고 패키지의 박리다매가 가능했다. 

 

2014년부터는 여행예능프로그램에서 ‘짐꾼이자 가이드’로 여행 이미지를 굳힌 이서진을 모델로 기용해 몇 년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대중에게 브랜드를 각인했다. 덕분에 매출도 매년 늘었다. 2017년에는 매출 838억 원, 영업이익 125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늘었고, 패키지 시장이 다소 침체였다는 2018년에도 매출 890억 원, 영업이익 57억 원으로 선방했다. 

 

하지만 여행 시장은 최근 몇 년 새 격변하고 있다. 특히 해외 거대 OTA의 활약을 비롯해 여행 스타일의 변화, 여행객 연령 다각화 등으로 패키지 시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시점에서 노랑풍선의 상장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 “​상장 후 OTA 플랫폼 구축하겠다”​

 

노랑풍선이 말하는 이번 코스닥 상장의 주요 목적은 대외신뢰도를 높여 영업력을 강화하고 IT 기반의 OTA 플랫폼을 구축해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것. 권오현 노랑풍선 재무이사는 “이번 상장에서 자금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 신뢰도 제고다. 여행 거래는 완전한 신용거래다. 고객은 여행사에 상품가 전액을 완납한 후 미지의 서비스를 기다리게 된다. 고객에게 좀 더 믿을 수 있는 여행사가 되는 것이 상장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탑항공을 비롯해 보물섬투어와 홈쇼핑에 자주 이름을 올리던 중소 여행사가 지난해 연이어 부도를 맞으며 여행사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간 것이 사실이다. 상장을 통해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를 높인다는 노랑풍선,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 200억 원의 주요 사용처는 어디일까. 

 

일단은 IT 개발비로 투입된다. 기존의 단순 패키지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요구를 따라가기 어렵고 결국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층의 OTA에 대한 요구와 수요에 발맞춰 관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상장으로 모이는 자금 약 200억 원 중 최소 60억~70억 원을 OTA 플랫폼 구축에 투자한다. 이 금액은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

 

노랑풍선은 젊은 층의 OTA에 대한 요구와 수요에 발맞춰 관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전략이다. 상장으로 모인 자금 약 200억 원 중 최소 60억~70억 원을 OTA 플랫폼 구축에 투자한다. 사진=노랑풍선 제공


구체적으로는 자체 호텔 예약 시스템 개발에 9억 원, 항공 예약 시스템에 9억 원, 현지 투어와 교통, 입장권과 식당 등 단품을 주로 취급하는 OTA 플랫폼 개발에 47억 원 정도의 투자를 예정하고 있다. 2019년 말에는 본격적인 OTA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개발 후 기존 시스템과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 여행에 방점 찍는 한국 여행사, IT에 방점 찍는 글로벌 OTA

 

하지만 업계의 OTA 전문가들이 보는 시각은 조금 다르다. 글로벌 OTA 업계 종사자는 “한국의 패키지 여행사들이 생각하는 OTA와 글로벌 OTA가 보는 OTA의 개념이나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한국 시장만의 특수성이 있긴 하지만 상담에 드는 인건비를 줄이고 물량-기술력-트래픽-마케팅으로 이어지는 OTA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자체 시스템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OTA는 단순히 홈페이지를 열고 고객이 웹이나 앱 상에서 상품을 고르고 온라인 결제를 하는 시스템에 그치지 않는다. 상품의 판매 단계부터 고객의 실제 사용까지 별도 인력이 필요 없이 시스템만으로 돌아가는 플랫폼이어야 OTA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한마디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으로 단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판매부터 서비스까지 완벽히 이루어져야 한다. 

 

OTA​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존 패키지 여행사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전화 상담은 하지 않는다. 기존 오프라인 여행사의 가장 큰 단점은 손이 많이 간다는 것. 인건비의 비중이 상당하고 물량 처리에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호텔예약 앱 부킹닷컴의 경우,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웹이나 앱에서 제공하고 고객 스스로 예약하고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예약 자동화다. 굳이 전화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인건비는 줄고 마진은 늘어난다. 대신 시스템과 마케팅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부킹닷컴은 이러한 시스템으로 한국 상륙 초창기 10명의 직원으로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규모의 경제가 일으키는 선순환이다. 막상 판매가 이루어지는 현지에는 세금도 안 내고 고용 창출도 없지만, 본국과 본사에는 마진율 높은 좋은 시스템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OTA는 트래픽을 예약으로 전환해서 수수료 등의 이익을 얻는 사업이다. 그래서 트래픽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예약 전환율의 싸움”이라며 OTA의 비중을 IT에 둔다. 네이버 등의 포털이 자신 있게 여행 OTA에 뛰어드는 이유다. 여행 전문이 아니라도 IT에 강하다면 OTA는 승산이 있다. 

 

반면 여행업에 잔뼈가 굵어도 IT에 이해도가 부족하면 OTA에 진입해도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 업계 전반의 기류다. 하나투어가 개별자유여행 예약 플랫폼 ‘모하지’를 출시하고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모두투어가 계속 팔짱을 낀 채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이유다. 

 

# 자유여행객은 OTA​로, 패키지는 프리미엄으로?

 

노랑풍선은 하나투어나 모두투어처럼 판매 대리점에 의존하지 않고 마케팅에 투자하며 직판 형식을 취한 덕에 고객의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2월에는 7개사와 제휴해 API를 공유하는 방식, 즉 호텔 인벤토리(상품DB)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200여 도시 40만 개의 호텔 예약 시스템을 갖추었다. 

 

패키지 상품 외에 개별항공 판매는 계속 해오던 분야다. 여기에 이번 상장을 통한 자금 투입으로 현지투어 예약 플랫폼을 추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상담원 없이 고객과 소통해 예약 전환까지 이루어지도록 하는 24시간 챗봇도 서비스 중이다. 챗봇은 AI(인공지능)라기보다는 아직 시나리오에 따른 FAQ​(자주하는 질문과 답) 정도의 수준이지만 OTA 플랫폼에 가까이 가기 위한 단계 중 하나다. 

 

또 전 세계 항공권 예약·발권 시스템​ GDS(Global Distribution System)를 대체할 채널 구축도 추진 중이다. 현재 항공사들은 GDS를 활용해 항공권을 공급하면서 거의 영업이익에 준할 만큼 높은 커미션을 GDS 공급자에게 주고 있다. 노랑풍선은 이 커미션을 줄이고자 하는 항공사의 필요에 따라 항공사에서 직접 항공권을 공급받을 수 있는 대체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대한항공 서울여객지점장을 역임한 김인중 노랑풍선 대표의 항공 분야 전문성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노랑풍선은 늘어나는 자유여행객을 잡기 위해 OTA 플랫폼을 일부 도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히 OTA로 방향을 튼 건 아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50~60대 액티브 시니어나 아이가 있는 30~40대 가족 단위의 패키지 수요는 안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비즈니스석과 결합한 프리미엄 패키지나 테마를 가미한 절충형 패키지로 변형을 시도해 패키지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은 여전하다”며 전통적 패키지 여행사로서의 노하우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노랑풍선은 OTA 플랫폼을 일부 도입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완전히 OTA로 방향을 튼 건 아니다. 프리미엄패키지와 테마를 가미한 절충형 패키지로 패키지의 변형을 시도해 패키지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사진=노랑풍선 제공


노랑풍선은 다이나믹 패키지라는 브랜드를 통해 전문테마형, 셀럽투어형, 하이브리드형 패키지로 콘셉트 여행을 키우고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는 7% 수준의 프리미엄 패키지도 2022년까지 3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지출했던 마케팅 비용도 반 이상 줄인다. 광고로 인한 인지도 상승에 한계효용이 왔기 때문. 대신 이를 플랫폼 구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기존 고객층의 빅데이터 활용과 개별 예약 플랫폼 구축을 통해 자유여행객의 니즈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 “​독특한 한국 여행 시장, 예측 어려워”​

 

업계에서는 자연재해 같은 현지의 변수 발생 등 여행에 따르는 기본적인 불안 요소를 걱정하는 고객층을 비롯해 최근 불거진 호텔 환불 불가와 예약 취소 사건 등으로 개별자유여행 예약에 불안감과 피로감을 느낀 일부 여행자들이 절충형 패키지 상품에 매력을 느끼는 경향에도 주목한다. 

 

한 여행업 종사자는 “에너지와 시간을 비용과 교환하는 비즈니스맨과 직장인, 가족 단위의 수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1년에 한두 번, 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직장인에게는 비용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가 중요하다. 그들은 비용이 아닌 시간 사용의 효율을 더 따진다.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그들에게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고 말하며 한국 시장에서 패키지는 향후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 진단했다. 

 

한 외국계 이커머스 관계자는 국내 여행시장을 보면서 2012~2013년의 온라인 유통 시장을 떠올렸다. “2000년대 후반 이베이코리아가 지마켓과 옥션 등을 인수합병하며 시장을 장악하는 듯 보였고 국내 온라인 유통 쪽은 맥을 못 출 거라 했지만 쿠팡, 티몬 등 소셜커머스가 나타나며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고 11번가나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남았다”며 “여행 시장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과 다른 한국인의 독특한 여행 소비 패턴 및 예약 습관이 있는 데다 패키지 시장이 존재하고 특히 CS(Customer Service)​ 기준이 높아, 향후 토종 패키지 여행사의 대응에 따라 어떤 변화가 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랑풍선의 상장 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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