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성매매여성 지원기관이 성매매 탈출을 목표로 한 여성들에게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활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매매여성들을 기관 소식지에 싣거나 각종 행사에 동원하고, 언론 인터뷰에 등장시키는 까닭에서다. 기관들은 이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고 후원금을 모금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신분노출 등을 우려, 부담을 느낀다. 전문가들은 2차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불가피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정부는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여성의 탈 성매매와 자활을 돕기 위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운영·추진했다. 성매매여성 대상 상담은 물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교육·서비스를 지원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사업을 시행하는 곳은 성매매피해상담소가 29개소, 지원시설 40개소, 자립지원공동생활시설 12개소, 자활지원센터 12개소다.
성매매여성 지원기관은 성매매피해상담소와 자활센터, 쉼터 등 3곳과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성매매여성이 법적·의료적 문제를 겪을 시 상담소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기본적 문제가 해결되면 자활센터에서 직업·진학교육을 제공해 자립할 기회를 준다. 그 기간에 쉼터나 공동생활시설에서 숙식 등을 지원받는다. 지원기관들은 이를 기본 형태로 삼되, 운영 방식이나 제공 프로그램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전국 자활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공동작업장 운영은 기본이며 각종 인턴십 제도와 문화체험, 캠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사회통합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며 “기술, 공예, 애견미용사 관련 자격증 공부와 검정고시 준비도 돕는다”고 설명했다.
참여 인원은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참여 인원은 공동작업장 198명, 인턴십 프로그램 104명, 사회통합지원 프로그램 718명, 직업·진학 교육은 248명이다.
문제는 성매매여성들 사이에서 지원기관들의 프로그램 운영이나 홍보방식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참여나 의료·교육 등을 지원받는 모습을 자료집에 실어 신분이 노출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 탈 성매매 관련 행사에 동원, 언론 인터뷰에 등장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활에 나선 여성들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성매매여성 A 씨는 “여성지원기관 등에 지원해 ‘탈성매매 및 일자리 창출팀’이란 곳에서 일도 해봤다. 각종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며 “탈 성매매 성공 사례로 끊임없이 외부에 내보냈다”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 B 씨는 “도움을 받으면 좋긴 하지만 공휴일 등에 각종 프로그램이나 행사에 계속해서 불러냈다. 사회복귀를 목표한 나로서는 신분 노출 등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제 성매매여성들은 정부기관이 공동주관한 자활작품 전시회, 수공예품 제작 체험행사 등에 줄곧 동원됐다. 자활 활동 모습이나 성공 사례를 기관 소식지와 성과보고서 등에 싣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블로그 기자단 기사 등에도 실린다. 성매매 여성 C 씨는 “한 단체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 자활 참여 여성들이 행사에 참여하거나 자격증 따기 위해 교육 받는 모습 등이 그대로 걸려 있다”고 말했다.
자활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가 그만두는 경우도 발생한다. 한 성매매 알선 여성은 “함께 일하던 친구 중 공부를 하려던 친구가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여성지원단체로부터 2년간 학비를 받았다”면서 “그 기간 동안 기관에선 선전용으로 앞세워, 2년만 지원받고 그 후론 본인이 돈 벌어서 학기를 마쳤다”고 말했다.
기관들이 참여 여성을 앞세우는 이유는 자금 확보를 위해서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정부지원금으로 예산을 충당한다. 사업 성과를 드러내야만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 성매매여성 지원기관 관계자는 “이곳도 사업을 하는 곳으로 홍보도 필요하다. 성과를 내야 후원도 받을 수 있어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그 과정에서 불만과 지적이 나오는 것 같다”며 “우리는 성공사례를 알리거나 여성들을 행사에 동원하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들 기관 운영금은 턱없이 모자라다. 공동작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주는 실정”이라며 “그러다 보니 자체 행사나 공방 운영 등으로 후원금을 모으고 수익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사업 확대를 위한 것도 있다. 또 다른 지원기관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참여자들의 목소리도 필요한 만큼 인터뷰를 많이 했는데, 당사자에겐 낙인이 되고 상처가 되다 보니 지금은 안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윤덕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정부 지원이 확대되면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국회에서도, 사회에서도 이런 지원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며 “성과가 외부로 드러나야 부정적 시선을 바꾸고 지원을 늘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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