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들 모이는 곳이 있다. 바쁘고 피곤한 낮, 나른하지만 피곤한 낮, 열정적이며 피곤한 낮, 신나지만 피곤한 낮에 다들 어딜 가고 싶어할까? 보송보송하고 포근한 자신의 침대다.
안락한 나의 잠자리. 거기엔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이불이 있다. 그 옆에는 무심하게 엉덩이를 걸쳐놓는 고양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이불을 박박 긁는 강아지나 사육장 안에서 무심하게 움직이는 토케이게코, 땅 속 어딘가에 있을 거라 추측되는 타란튤라가 있을 수도 있다.
나이트 템포의 음악이 바로 그렇다. 귀가 후 개운하게 씻고 나와 침대에 등을 기대고 맥주 한 캔을 ‘칙’ 따서 마시는 순간 함께하기에 좋은 음악. 포근하고 따뜻함. 그리고 편안한 만큼 흥겨운 나만의 밤을 즐기기에 적절한 박자까지.
Night Tempo – Usagi Funk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럽지.
Night Tempo – Mint
나이트 템포의 음악은 90년대에 대한 그의 추억에서 시작되었다. 덕분에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의 90년대 또한 이렇게 따스하고 형형색색 빛났을 것이라며 귀여운 착각에 빠져버린다.
기술 발전 덕분에 의지와 노력만 있다면 누구나 집에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나이트 템포의 음악 또한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신이 만든 음악을 사운드 클라우드(Sound Cloud: 개인이 만든 음악을 직접 올리는 사이트)에 올리고 밴드캠프(Band Camp: 개인이 만든 음악을 직접 판매하는 사이트)에서 음원을 판매했다. 집에서 음악을 시작한 21세기의 음악가들이 많이 택하는 방법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나이트 템포는 자신이 좋아하는 90년대 음악의 질감을 살리고 싶었다. 수많은 신시사이저를 구입하고, 심지어 악기를 연주하는 세션들과 협업을 했다.
Night Tempo – Bay City Groove (feat. Super Brass)
90년대엔 어떤 기계로 음악을 들었을까? 바로 카세트 플레이어다. 나이트 템포는 워크맨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이트 템포의 첫 앨범은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됐다. 자신이 수집한 카세트테이프와 워크맨 두 개로 디제잉을 하기도 했다. 두 개의 워크맨을 번갈아가며 음악을 트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틀고자 하는 트랙을 예상보다 빨리 찾아서 놀라웠다.
그리고 하나 더. 엘피(LP)다.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엘피를 만들었다.
알록달록 귀여운 엘피를 보고 있으니 역시 마찬가지로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버터크림 컵케이크가 먹고 싶다. 여전히 추운 겨울이기에 집에서 가까운 ‘치카리셔스’로 향한다. 치카리셔스의 컵케이크는 컵케이크로서의 미덕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알록달록 귀여운 색상, 사랑스러운 디자인, 부드러운 버터크림, 촉촉한 시트, 다양한 라인업까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애정을 귀엽게 담아 전하기에 최적의 선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는 선물은 내가 나에게 전해줄 때 가장 흡족하고 짜릿하다.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 위에 딸기가 올라간 피스타치오딸기 컵케이크와 촉촉한 레몬파이 한 조각이 새콤한 레몬크림 위에 살짝 얹힌 레몬파이 컵케이크를 고른다. 하나는 고소하고 다른 하나는 새콤하기에 두 개를 번갈아가며 맥주에 곁들이기에 좋다. 부드럽고 묵직한 버터크림이 올라간 치카리셔스의 컵케이크엔 흑맥주가 잘 어울린다.
Night Tempo – Love Game(feat. SHUUU)
나이트 템포의 음악과 함께 밤을 보내니 모든 것이 아련해진다. 나의 90년대, 버터크림 컵케이크, 흑맥주 모두가 꿈만 같다. 이제 몽글몽글한 이불 속에 들어갈 시간이다. 이를 닦고 나의 고양이에게, 강아지에게, 도마뱀에게, 거미에게 인사를 건넨 뒤 잠자리에 들자. 부디 귀여운 꿈꾸길.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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