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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 가시화, 우리 경제는?

수출엔 큰 타격 없다는 전망 나오지만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가 악재

2019.01.19(Sat) 10:40:16

[비즈한국] 영국 하원은 지난 15일(현지시각) 테레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로 부결시켰다.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아무런 합의 없이 이뤄지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영국 경제가 둔화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올해 세계 경제 둔화가 예상되는 데다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는 3월 29일 오후 11시, 아무런 합의 없이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 광장에서 브렉시트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메이 총리가 EU 측과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은 영국 하원 역사상 처음으로 200표 이상 차이로 부결됐다. EU와 신속한 결별을 원하는 강경파들이 브렉시트 합의안에 있는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에 반발한 것이다. 백스톱 조항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국경 분리 충격을 줄이기 위해 영국이 2020년까지 EU 관세 동맹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강경파는 이 백스톱 조항이 진정한 브렉시트를 막는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따라 21일까지 메이 총리는 대안을 내놓고 EU와 합의를 이뤄내야 하지만 물리적 시간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퇴 조항인 리스본협약 50조에 따라 3월 29일 오후 11시, 아무런 합의 없이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영국은 EU와의 교역에서 무관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EU가 제3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한국도 영국과 교역에서 한·EU FTA 효력이 사라지게 돼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 시 한국 기업이 영국으로 수출하는 2948개 품목 가운데 2186개 품목(74.2%)의 관세가 되살아난다. 관세 부활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우리 정부는 30~31일 영국과 한·영 FTA 체결 논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노딜 브렉시트가 우리 수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1∼11월)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액은 54억 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0.98%, 영국 수입액은 61억 8000만 달러로 전체 수입의 1.26%로 비중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더 나아가 노딜 브렉시트가 중장기적으로 수출에 이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장기적으로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과 EU 간에 무역 장벽을 만들어 한국 제품 수출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과 EU 간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는 것이다. KIEP은 한·영 FTA가 없을 경우 노딜 브렉시트로 한국 경제가 0.050% 성장하고, 한·영 FTA가 체결되면 0.08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16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 관련 관계부처 대응회의를 개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불확실성에 따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만큼 대비책을 갖춰놓는 것이 안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내놓은 ‘브렉시트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노딜 브렉시트로 ‘무질서한 탈퇴’가 이뤄질 경우 올해 영국 경제성장률은 최근 전망치(2018년 11월) 대비 7.7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거용 부동산 가격과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각각 30%와 48% 하락하고, 실업률은 7.5%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물가상승률도 6.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영국이 세계 경제 5위 국가라는 점에서 영국의 경제 하락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세계 1위와 2위인 미국과 중국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는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세계은행은 9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지난해 6월(3.0%)보다 낮췄다. 미국 성장률은 2.9%에서 2.5%로, 중국 성장률은 6.5%에서 6.2%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이러한 상황에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세계 경제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2012년에 선진국 경기 회복에도 신흥국 재정위기가 벌어지자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며 “당시 재정위기 근원지였던 그리스는 세계 경제 순위 51위에 불과했고, 스페인은 13위였다. 이탈리아가 8위로 그나마 높은 순위였는데도 세계 경제에 상당한 위기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등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영국마저 노딜 브렉시트로 가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도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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