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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 편? 금감원 '소비자 피해구제율' 확 줄어든 이유

44.7%서 17.8%로…금감원 "자율조정 포함해 40% 넘어" 시민단체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자"

2019.01.18(Fri) 15:31:17

[비즈한국] 금융감독원의 금융 피해자 보호 기능이 지난 10년여 동안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한국’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의 금융 분쟁 인용률(피해구제율)이 2009년 44.7%에서 2017년 17.8%로 급감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전경. 금감원의 금융 피해자 보호 기능이 지난 10년여 동안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드러났다. 사진=임준선 기자

 

매년 2만~4만 건 정도의 금융 분쟁 민원(은행, 보험, 증권)이 금감원에 접수된다. 금감원은 금융 상품 소비자(개인)와 금융 상품 판매자(금융회사)의 주장을 듣고 사안을 판단한 뒤 소비자의 의견을 인용하거나 기각한다. 금감원은 소비자 주장을 인용할 경우엔 금융회사에 수정 권고를 내린다. 금감원의 판단은 법적 효력이 없지만 민사소송으로 갔을 경우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 분쟁 민원은 철회·이첩된 건 제외​하고 2만 1338건이다. 그중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자율분쟁조정을 통해 해결된 것은 7337건이다. 금감원은 2016년부터 자율분쟁조정제도를 시행했는데, 당사자 간 조정이 되지 않은 건만 금감원이 따로 판단을 내린다.

 

2017년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 분쟁 민원 중 금감원이 직접 판단한 민원 건수는 1만 4001건이다. 그중 민원인인 소비자의 의견이 인용된 건은 2496건, 기각한 건은 1만 1505건으로 나타났다.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기업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감원 금융 분쟁 처리 현황을 정리한 표. 금감원의 피해구제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2016년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에 접수된 금융 분쟁 민원은 2만 3702건(철회·이첩된 건 제외). 자율 분쟁 조정된 7669건을 제외하면 금감원이 직접 해결한 민원은 1만 6033건이다. 그중 소비자의 민원이 인용된 건은 292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만 3110건은 기업의 의견이 반영됐다. 2017년과 2016년의 피해구제율은 각각 17.8%, 18.2%에 그친다.

 

이는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의 피해구제율은 삼분의 일 수준으로 하락한 수치다. 2009년과 2010년 피해구제율은 각각 44.7%, 45.4%로 확인된다. 접수된 금융 분쟁 민원은 2009년 2만 8988건, 2010년 2만 5888건으로 최근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비즈한국’은 10년간의 추이를 관찰해 금융 분쟁 민원 피해구제율이 급격하게 하락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자료 공개를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용률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예민한 자료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양해 바란다”며 “기업 편을 드는 것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서로의 주장을 듣고 타당한 근거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고 전했다.

 

실제 금감원은 2011년 1월에 보도자료로 전년인 2010년 금융 분쟁 민원 처리 결과를 발표한 것을 제외하곤 금융 분쟁 민원 처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또 다른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자율분쟁조정제도를 통해 분쟁이 해결된 것도 인용률에 포함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것까지 더하면 인용률은 40% 이상 된다. 금감원이 선제 대응을 통해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식 모습. 이병삼 전 금감원장은 채용 비리에 연루돼 물러났고, 18일 2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금감원 공공성 강화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을​ 두고 오는 30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임준선 기자

 

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이 피해 소비자를 구제하는 제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중근 금융소비자연맹 본부장은 “금감원은 소비자와 보험사 사이에서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약관 해석의 원칙에 따라서 애매모호한 약관은 보험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데 점점 그 기능을 상실해가는 것 같다”​며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금감원 직원이 퇴직 후에는 금융회사 임원으로 근무하면서 상당한 유착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실제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율분쟁조정제도를 통해 해결된 건은 사실상 금융회사의 주장이 반영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현재 금융회사는 금감원을 종이호랑이 정도로 본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공공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결정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공운위는 지난해에도 금감원의 방만 경영 논란과 채용 비리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했다가 금융위원회, 국회 정무위원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금융위는 이번에도 금융감독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이병삼 전 금감원장은 18일 2심 공판에서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 8개월보다 무거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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