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다운증후군 아이를 둔 이 아무개 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새해부터 산정특례 기준이 바뀌면서, 사실상 아이가 정부 지원을 못 받게 돼서다.
“처음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진단받고 엄마로서 겪었던 충격은 상당했지만 지난해까지는 산정특례 적용이 돼 아픈 둘째의 앞날을 바라보며 버텼다”며 어렵게 입을 뗀 이 씨는 “그런데 이번에 개정되면서 우리 아이는 앞으로 지원을 못 받게 됐다. 병을 진단받아 산정특례 지원 대상이 되면 5년간 유지되는데 재등록까지 3년 남았다. 3년 후면 합병증이 생겨도 지원이 끊긴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가 울분을 표하는 이유는 같은 다운증후군 환자라고 해도 유형에 따라 지원 유무가 달라지도록 새해부터 산정특례 고시가 변경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다운증후군 환자에게 산정특례가 적용됐다.
‘희귀질환 산정특례 제도’는 희귀질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을 10%로 낮추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다운증후군은 삼염색체, 모자이시즘, 전위형, 21번 염색체 이상 등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되고, 삼염색체를 제외한 나머지 유형으로 분류되는 환자는 산정특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씨의 아이는 21번 염색체 이상에 해당된다.
산정특례 제외는 처음 있는 일이다. 치료가 필요하지만, 진료비가 많이 들어 큰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지원 대상을 추가하는 일은 있어도 기존에 지원되던 질환을 제외하는 일은 없었다. 다운증후군 환자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힘을 합쳐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운증후군의 유형에 따른 산정특례 제한 개정을 요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 동의자는 8000명을 넘어섰다. 김인숙 사회복지법인 다운회 관장도 질병관리본부에 “등록기준이 다시 마련돼야 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삼염색체 이외 유형의 다운증후군 환자 보호자들은 산정특례 지원을 받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산정특례는 등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재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삼염색체 환자의 경우 의료진의 임상소견만 있으면 간단히 산정특례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삼염색체 이외의 유형으로 진단받을 경우 신체적 장애 3급 혹은 지적 장애 2급 이상만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변경됐다.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삼염색체 다운증후군 아이를 둔 김수옥 씨는 “삼염색체 아이들도 지적 장애 2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하나같이 상당히 어려운 등급이라고 하더라”며 “삼염색체 아이들보다 다른 유형 아이들의 정도가 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애당초 이들은 다운증후군을 유형별로 나눠 지원을 달리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은정 대구다운협회 사무국장은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관찰해본 결과에 따르면, 삼염색체나 다른 환자들이나 일반인에 비해 외형적, 지적, 신체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다 똑같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 현장에서는 다운증후군 환자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지 않고 다 같은 ‘다운증후군 환자’로 진료한다. 앞서의 다운증후군 환아 보호자 이 씨는 “삼염색체뿐만 아니라 이외의 다른 다운증후군도 치료를 위해 병원 진료가 필수다”며 “고가의 대학병원 진료비 대부분이 합병증 추적관찰로 인한 검사비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비즈한국’이 인터뷰한 다운증후군 보호자들은 공통적으로 환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법의 사각지대’를 만든 것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현 정부의 장애인 정책의 기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건복지부는 장애등급제를 7월부터 폐지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을 등급별 두 부류로 나누는 것이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제기한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점층적으로 혜택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재정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은 5년간 30조 6000억 원이면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문제는 이대로라면 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또 다른 환아 부모 최 아무개 씨는 “다운(증후군)이 선천성 질환이라며 보험 혜택 적용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민간보험 혜택도 못 받고 정부 지원도 못 받는다면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산정특례 질환을 선정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본부는 환자들의 불만에는 공감하지만, 수정 계획은 없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다운증후군은 희귀질환이고 완치가 안 되는 질환이기는 하지만, 산정특례에 등록은 해놓고 다운증후군에 관련된 치료가 아닌 상태 유지를 위해서 다른 치료를 하며 지원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다운증후군 중에서도 중증 환자들이 보다 산정특례 제도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반영된 사안이다. 고시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운증후군 학회나 협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주면 논의는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희귀질환과 관계자도 “질병관리본부에서 희귀질환을 정하지만 산정특례를 결정하는 것은 공단에서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산정특례는 의료비가 많이 드는 질환을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중증 환자들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그 전에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지원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산정특례 제도가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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