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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우리도 토스처럼' 스타트업 판타지, 대표와 직원의 동상이몽

토스 전 직원 1억 상당 스톡옵션 화제…생각보다 낮은 스타트업 만족도, 보상 필수

2019.01.16(Wed) 18:33:22

[비즈한국] 최근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평가를 받은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토스’(Toss)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180여 전 직원에게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했다. 연봉 50% 인상은 덤이다. 그동안 열정을 ‘갈아 넣었을’ 직원들의 환호성이 여기까지 들리는 기분이다.

 

이럴 때면 당장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스타트업에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아무리 출시 4년 만에 기업가치 1조 원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와 같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스타트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어차피 인생 한방 아닌가.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토스’(Toss)가 전 직원에게 1억 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파격적이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이면을 보여주는 결정이다.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이러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일반 직장인들의 마음 한편에는 ‘스타트업 판타지’​가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그렇다면 실제로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어떨까. 언젠가는 자신의 차례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흐뭇해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그런 점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얼)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은 대단히 흥미롭다. 스얼은 2018년 9월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간 스타트업 관계자 1064명(창업자 114명, 스타트업 재직자 250명, 대기업 재직자 500명, 취업준비생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해 보고서로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은 조직 문화에 큰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사내 구성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대표의 67.5% ‘그렇다’고 한 반면, 같은 답을 한 직원은 32%에 그치며 질문 중 가장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회사의 조직 문화가 수평적이냐’는 질문엔 대표의 76.3%가, 직원의 45.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대표의 이름 뒤에 ‘씨’ 자를 붙이거나 ‘에리나’ 같은 영어 이름을 부르는 등 스타트업 하면 떠오르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선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은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의 인식 차이를 명확히 보여줬다. 특히 적절한 보상에 대한 인식 차가 가장 컸다. 사진=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 캡처

 

‘회사가 해마다 성장하고 있나’라는 질문엔 스타트업 종사자는 대기업 종사자보다 낮은 비율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스타트업 대표는 69.3%, 직원은 45.2%, 대기업 종사자는 50.8%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이냐’는 질문에도 대기업 종사자보다 스타트업 종사자가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낮았다.

 

결국 스타트업 종사자가 대기업 종사자보다 더 큰 제약을 느끼며 성취감이 낮다고 유추할 수 있다. 대기업 종사자에 비해 보상도 적으면서 말이다. 이제 연봉은 적지만 ‘꿈의 직장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 입장에선 더 큰 보상으로 직원들을 격려해야 하는 이유다.

 

직원들의 불만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스얼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재직자에게 ‘본인의 직장을 지인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32%가 긍정적 답변(‘추천한다’와 ‘매우 추천한다’)을 했지만 25.2%가 부정적 답변(‘추천하지 않는다’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을 했다. 특히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10.4%)​가 ‘매우 추천한다’(7.6%)는 응답을 앞섰다.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추천하지 않는다’(7.2%)가 ‘매우 추천한다’(6%)보다 높았다.

 

추천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은 “아직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쉽게 권유할 수 없다” “불확실성이 높고 업무량이 상당히 많다. 열정페이를 흔쾌히 수용해야 한다” “대표와 임원들이 한국 중견기업 중 최악인 곳들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하게 권위주의적이고 자만심 넘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 뭐든 만족스러울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불만은 쌓이고 조직을 떠나기 마련이다. 사진=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 캡처

 

결국 대표 입장에서는 토스의 스톡옵션처럼 보상이라는 유인으로 스타트업의 약점을 덮을 필요가 있다. ‘기분 좋은 한 턱’이라기보다는 조직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선택’에 가깝다.​​

 

금융 스타트업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A 씨는 “회사의 지분이 있어야 ‘내 회사’라고 느낀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일은 일대로 하고, 보상을 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의 보상에 불만을 가지기 마련”이라며 “불만이 쌓이면 조직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시리즈 A 투자를 마친 스타트업 B 대표는 “사실 대부분 스타트업 대표들의 딜레마다. 투자자들이 대표가 모든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투자를 꺼려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선뜻 주기가 어렵다. 마땅한 보상을 해주고 싶어도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전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8’​를 작성한 이승아 스얼 매니저는 “지분을 분배하지 않고 보상을 철저히 늘려 만족도가 높은 회사도 있기 때문에 (지분구조가 불만족으로 이어진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확실한 것은 대부분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안정성보다 다른 가치들을 우선해서 선택한 만큼, 포기한 기회비용에 상응하는 눈에 보이는 회사의 성장이나 지분 등의 확실한 보상 등이 없다면 창업자와 온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스의 스톡옵션 지급은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삼성이나 네이버 등 좋은 개발자가 토스로 오는 것은 물론 현재 구성원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고서는 예상했던 결과다. 스타트업은 창업자 개인의 가치관이나 역량이 조직 문화를 좌우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에 사업만 잘하는 것은 기존 산업의 구시대적 리더십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이 일하는 환경의 혁신까지 좀 더 신경 쓰고 조직원들과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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