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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동네 장사는 옛날, 상권끼리도 경쟁한다

배달 서비스 등 영향으로 외부 수요까지 유치하는 '내수의 외수화' 진행

2019.01.15(Tue) 18:09:01

[비즈한국] 자영업은 내수업으로 분류된다. 실제로 자영업의 주된 업종들인 유통, 요식업 등이 다 내수에 기반한 업종이다. 일반적으로 내수라고 하면 국내의 수요를 말한다. 여기서는 지역에 기반한 지역 내 수요로 의미를 확장해서 생각해보자. 

 

그런데 기반한 지역의 범위는 상권과 업종에 따라 각기 다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의 주변 가게들을 생각해보자. 철저하게 그들의 영업 범위는 가게가 위치한 지역으로 한정된다. 누군가 굳이 찾아가서 소비하는 경우는 잘 없다.

 

반대로 어떤 가게는 사람들이 기꺼이 멀리서도 찾아간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훌륭하다든가, 그 가게의 스토리가 흥미롭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자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같은 지역이다. 명동은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소비를 하기 위해 찾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 명동을 거닐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러한 시각에서 가게와 상권을 바라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어떤 가게들은 그 수요의 도달 범위가 극히 짧은 반면 어떤 가게들은 매우 넓다. 마찬가지로 상권에 따른 수요의 도달 범위도 서로 다르다. 명동 같은 곳은 국내 소비자들에겐 큰 매력이 없지만 관광객들에겐 매력 넘치는 장소다. 명동의 수요 도달 범위는 서울 안에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국외까지 뻗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내수의 외수화’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어쩌면 동네 장사의 한계 또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소비가 철저히 지역에 한정되었으나 지금은 소비의 지역적 한계가 느슨해지고 그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배달 서비스 또한 이런 변화를 이끈 하나의 요인이다. 지역적 한계에 묶여 있는 가게는 수요 지역의 범위를 넓히는 가게에 밀릴 수밖에 없다. 상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상권과 가게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수요가 닿는 지역을 확장할수록 성장한다. 즉, 소재 지역 내의 수요뿐만 아니라 외부의 수요까지 끌어올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상권도 활기를 찾고 점주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한편으로 이는 수요가 특정 상권과 가게에 집중됨을 의미한다. 총 수요가 정해진 상황에서 한쪽으로의 집중은 다른 곳들의 결핍으로 이어질 것임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게끼리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권 또한 서로 경쟁을 한다는 사실이다.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외부의 수요까지 유치하는 상권이 늘어나고 그 수요의 도달 범위가 넓어질수록 상권 간에도 경쟁이 발생한다. 내수의 외수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상권의 몰락도 넓게 보면 여기에 영향을 받는다. 상권 또한 경쟁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지역에 찾아온 행운이 영속될 것으로 믿고 적정 가치 이상으로 임차료를 올리게 된다. A 상권은 도달 범위가 겹치는 B 상권과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거리가 아주 가깝다면 상권이 연결되면서 더 큰 상권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수요의 이탈이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놓치는 것이다.

 

동네에서 제공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동네에서만 소비되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상품과 서비스에서 수요는 이미 동네를 넘나들고 그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내수의 외수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골목’에서 좀 더 많은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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