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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왱알앵알] '마트에서 신발 사듯' 자동차 전문기자의 중고차 구매기

2004년부터 중고차만 세 번째…'고성능과 안전' 두 마리 토끼 잡는 비결

2019.01.14(Mon) 18:56:49

[비즈한국] 2018년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182만 대, 중고차 판매대수는 2배 이상 많은 377만 대다. 신차보다 중고차가 더 큰 시장이다. 중고차를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 자동차 전문기자의 구매기를 통해 중고차시장에서 옥석을 고르는 노하우를 전한다.

 

자동차 전문기자의 생애 세 번째 차는 그랜저TG 중고로 낙점됐다. 사진=우종국 기자


# 나의 3번째 중고차

 

인생 첫 번째 차는 1993년식 프라이드 베타(기아자동차)였다. 2004년 여름 직장 선배가 스포티지(기아차) 1세대를 구매하면서 60만 원에 넘겼다. ‘첫 차’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취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돈이 없었던 때라 냉큼 받았다. 정비소에서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타이밍벨트, 워터펌프, 점화코일 등을 교체했다. 80만 원의 수리비가 나왔다. 

 

2005년 기자가 회사 선배로부터 60만 원을 주고 구매한 기아자동차 프라이드 베타 1993년식. 사진=우종국 기자


2005년 초 군 입대를 앞둔 동생이 타던 2002년식 그랜저XG(현대자동차)가 두 번째 차가 됐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없던 당시 그랜저는 꽤 고급차에 속했다. 중간에 지방에 사는 동생이 가져가 타기도 했지만 대부분 기자가 보관·관리했다. 

 

10년 넘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낡은 차가 됐지만, 한 달 전까지 ‘클래식카’라고 자부심을 갖고 탔다. 똑같은 차를 길에서 볼 때는 그리 예뻐 보이지 않는데, 다를 바 없는 ‘내 차’를 보면 유독 예뻐 보였다. 신기했다.

 

2018년 12월 그 차를 타다 사고가 났다. 빙판길에 미끄러진 차는 폐차했다.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심각한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커튼 에어백이 있었다면 머리를 다치지 않았을 것이고, 사이드 에어백이 있었다면 허리에 멍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 차였던 현대자동차 그랜저XG는 결국 폐차했다. 사진=우종국 기자


당분간 차를 사지 않으려 했다.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1년에 차량 운행 거리가 3000km도 되지 않았다. 필요하면 차량공유 서비스로도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우연히 중고차 거래 사이트를 봤다. 그랜저TG(현대차)가 300만 원대에 나왔다. 2005년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그랜저TG는 한국서 처음 보는 세련된 디자인 덕에 화제를 모았다. 

 

# 10년 전 호감을 느꼈던 이성을 만나듯

 

최근 유튜브에서 정비사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보면서 두 가지 깨달은 바가 있다. 첫째, 직분사엔진은 중고차로 사는 게 아니다. 둘째, 디젤차는 중고차로 사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두 가지를 빼면 살 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직분사엔진의 노킹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2.4리터 쎄타2 엔진블록에 구멍이 나는 원인도 노킹 때문으로 추정된다. 웬만한 직분사엔진의 실린더는 사포로 문댄 듯 스크래치가 나 있고, 타원형으로 패이기까지 했다. 반면 멀티포트분사 엔진은 실린더가 깨끗하다. 현대차는 2010년 이후 신차에 직분사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디젤엔진은 잘못 고를 경우 DPF(디젤 파티클 필터)의 한계치가 금방 도달해 200만~300만 원을 들여 DPF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흡기관,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의 카본 누적과 분사노즐 클리닝·리빌드를 하지 않은 차는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2008년식 그랜저TG L330이 650만 원에 나왔다. 최초 본 가격의 2배 가까이 됐지만 그럴 만했다. 그랜저TG는 배기량이 2.4리터, 2.7리터, 3.3리터의 세 가지가 있다. 2.7리터의 매물이 가장 많다. 흔치 않은 3.3리터 버전의 주행거리는 7만 2000km였다. 

 

그랜저인데 같은 연식의 아반떼, 쏘나타와 가격이 비슷했다. 중고차 구매자는 비용을 아끼려는 마음이 커서인지 기름값(연료비)이 많이 드는 고배기량을 찾는 수요가 많지 않아서라고 추정해 본다.

 

10년 넘은 차지만 상태는 양호했다. 사진=우종국 기자


10년 된 차답지 않게 2열(뒷좌석)에도 사이드에어백이 있었다. 법적으로 규정된 ‘6(식스)에어백’은 운전석·조수석 전방 에어백 2개, 1열(앞좌석) 사이드 에어백 2개, 커튼 에어백 2개를 갖추고 있다. 사고 당시를 회상하면 에어백의 아쉬움이 컸다. 이 차는 뒷좌석 시트에도 사이드 에어백을 갖추고 있었다. 든든했다. 

 

고배기량이라 연비가 좋지 않지만, 질주본능 때문에 3.3리터 배기량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한동안 ‘고배기량 후륜구동’을 염두에 두고 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스팅어 중고차를 48개월 할부로 살까 고민한 때가 이었다. 중고차여도 4000만 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쉽게 사기 어려웠다. 12년 더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외에 별도로 2년 더 갚아야 하는 대출이 있어 2년 뒤에나 살까 계획하고 있었다.

 

‘3.3리터 자연흡기 전륜구동’은 지금 시점에서 최적의 선택이었다. 주행거리도 짧고 멀티포트 엔진이라 실린더도 깨끗할 것이다. 내외관도 깨끗했다. 신형 그랜저를 사려면 4000만 원 가까이 필요하지만 6분의 1 가격으로 비슷한 성능의 차를 고를 수 있다. 남들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나에겐 10년 전 호감을 가졌던 이성을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 혼탁한 중고차 시장의 대안은

 

최초 검색한 사이트는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사이트였지만, 결국 매물을 사려면 개별 딜러를 방문해야 한다. 특정 지역 중고차매매시장의 악명을 익히 들었던 터라 망설임이 생겼다. 그 와중에 소유·판매·정비를 모두 한 업체에서 한다는 곳이 떠올랐다. 그 업체를 홍보하려는 글이 아니므로 실명은 생략한다.

 

금요일 밤 검색 후 토요일 아침 물리치료를 받고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은 뒤 오산으로 향했다. 12시경 지하철을 탄 뒤 해당 딜러에게 전화를 했다. 오후 3시에 예약을 잡았다. 

 

그 업체는 담당자를 ‘딜러’라고 하지 않고 ‘관리사’라고 했다. 과거 정비사를 했던 사람으로 본인이 직접 차량을 진단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이었다. 열쇠를 주며 차를 보고 오라고 했다. 나는 2005년부터 중고차를 소유하면서 수리 경험도 많았고, 2008년부터 10년 동안의 자동차 담당기자의 경력이 있었다. 반은 업체를 믿고 반은 꼼꼼하게 확인했다. 

 

차 상태는 좋았다. 차체와 휠에 스크래치가 미세하게 있었다. 신차라면 까다롭게 따졌겠지만, 중고차를 오래 보유했던지라 그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타이어는 새 것에 가까웠다. 전 차주로부터 사흘 전 매입하고 사진을 찍느라 타이어에는 광택제가 묻어 있었다. 

 

공회전 상태의 엔진음은 조용했다. 운행을 못해보아 주행성능 점검을 못 했지만, 관리사가 “주행 상태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했다. 전반적인 상태로 미루어 보아 주행 상태도 양호할 것으로 판단했다.

 

부채 상환에 허덕인 결과 통장엔 현금 170만 원밖에 없었다. 업체 사이트에 안내된 것처럼 선수금 100만 원을 내고 나머지는 48개월 할부로 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제휴 캐피탈사에서 10년 넘은 차라 할부기간을 1년까지밖에 못 준다고 했다. 판매업체가 대행할 취등록세와 수수료까지 합쳐 구매비용은 718만 원. 100만 원 선수금을 제외하면 월 56만 원을 1년 동안 갚아야 한다. 

 

# 자동차 쇼핑이 이렇게 간단했어?

 

원래는 계약금 10만 원 정도를 걸고 며칠 뒤 찾으러 갈 계획이었다. 오산으로 향할 때까지도 차를 금방 인수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계약금은 최소 1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차는 가져가도 된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차를 검색하고 구매 결정을 한 뒤 계약서를 쓰고 차량을 가져가기까지 2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서류가 좀 많았지만 대형마트에서 신발을 사듯이 일사천리로 차를 산 셈이다. 

 

‘자동차가 이렇게 간단히 사는 거였어?’라고 신기해하며 운전석에 앉았다. 전면유리 틴팅 투과율이 50%도 안 되는 것 같았다. 기존에 타던 차는 전면 틴팅이 없는 차였다. 날이 저물자 야밤에 선글라스를 낀 듯 갑갑했다. 차에 적응이 안 된 상황인데다 시야가 어둡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조심스러웠다. 

 

수중의 현금 100만 원으로 차를 가져올 수 있었다. 사진=우종국 기자


법률에서는 전면유리 투과율을 80% 이상으로 강제하고 있으나, 경찰이 단속에 손을 놓은 사이 대부분의 차들이 밖에서 운전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하고 다닌다. 운전석에선 밤에 보행자가 잘 안 보인다. 보행자 입장에서 요즘 차들을 더욱 조심해야하는 이유다. 돈을 들여 전면유리 틴팅을 제거하고 투과율 80%짜리로 교체해야 할 듯하다. 

 

2008년식 그랜저TG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CD로 구매해서 해야 한다. 내비게이션 해상도도 어릴 적 전자오락실 수준이었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장식으로만 두어야겠다. 오산서 올라올 때는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했다. 글자가 작아서 보기 힘들었다. 내비게이션도 따로 사야 할 듯하다. 

 

차를 주차한 뒤 집으로 가던 중 길에서 똑같은 차를 봤다. 남의 차는 그리 예뻐 보이지 않은데, ‘내 차’는 유난히 예쁘다. 

 

참고로 사회 초년생들에게 중고차를 추천한다면 2010년 무렵 나온 기아자동차 ‘포르테 쿱’과 ‘쏘울’이다. 500만 원 이하에 살 수 있다. 연식이 10년 가까이 되지만 지금 봐도 낡아 보이지 않는다. 되도록 직분사엔진 말고 포트분사엔진을 고르기 바란다. 동일 연식의 아반떼, i30(아이써티)는 현대차 브랜드 때문인지 더 비싸다. 

 

20대 직장인이라면, 차를 꼭 사야겠다면, 미래를 위해 돈은 차가 아닌 집을 위해 쓰기를 추천한다. 신차를 사면 이성에게 멋져 보일 수 있겠지만 미래를 함께 할 사람이라면 실속에 더 높은 가치를 매기는 사람을 만나기 바란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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