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연말 지인들과 모임을 갖다 보면,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유례없이 높던 시기였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따라 재테크 희비가 엇갈렸음을 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2018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이 ‘느낌’이 현실이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통계청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전국 2만 가구를 대상의 설문조사인데, 한국 가계의 소득과 자산 현황을 가장 잘 보여준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2018년 한국 가계의 평균 순자산은 3억 4042만 원, 부채는 7531만 원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대략적으로 2000만 가구임을 감안하면, 한국 가계부채 규모는 대략 1506조 원인 셈이니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통계와 비슷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 순자산은 7.8%, 부채는 6.1% 늘어나 같은 기간 소득의 증가 속도(+4.1%)를 넘어섰다.
어떤 계층에서 순자산이 급증했을까. 가구별 순자산 분포를 살펴본 결과, 순자산 10억 원을 넘어서는 가구의 비중이 2017년 5.3%에서 2018년 6.1%로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자산 9억~10억 원 사이 분포한 가구의 비중도 같은 기간 1.1%에서 1.4%로 늘었으며, 순자산 1억~2억 원, 0~1억 원 구간 가구의 비중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별 순자산 분포만 보면, 2018년은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고르게 늘어난 해로 볼 수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순자산 10억 원 이상 가구’가 다른 소득 구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아래 ‘10분위별 순자산 점유율’ 표에 나타난 것처럼, 10분위별 순자산 점유율은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순자산 기준 상위 10%(10분위) 가구는 전체 가계 순자산의 42.3%를 차지, 2017년의 41.8%보다 0.5%포인트(p) 늘었다. 반면 순자산 기준 5~8분위 ‘중산층 상위’의 순자산 점유율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뭘까. 2017~2018년 서울 아파트 등 고가 부동산 중심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짐작되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령별 및 지역별 통계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래 그래프는 한국 가계를 연령과 거주지역으로 구분해, 지난 1년 동안 보유 부동산 가치의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전체 가구 기준으로는 1년간 2342만 원이 늘어났는데, 30세 미만 가구는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감소했다.
보유 부동산의 가치가 가장 크게 는 것은 40대로 3387만 원, 30대가 1929만 원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 실수요자가 적극적으로 주택 매수에 나섰거나 보유주택 규모를 키워 나갔던 것으로 짐작된다.
거주지별로 살펴보면, 예상대로 수도권 가계일수록 부동산 가치가 크게 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전체 자산에서 ‘거주용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연령과 주거지별로 보면 다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가구주 연령이 높아질수록 ‘거주용 부동산’이 전체 가계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60세 이상 은퇴연령에 도달한 다음에는 보유 부동산을 처분해 노후에 소비할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60세 이상 가구일수록 거주용 부동산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거주용 부동산의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주택소유율’이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주택소유통계 결과’를 보면, 한국 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55.9%인데 서울 가구는 49.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한국 가계는 1년 동안 소득과 자산이 모두 증가했지만 연령과 거주지 별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연령대가 높고 수도권에 거주하며, 거주용 주택을 소유한 가구일수록 자산가치의 급격한 상승을 누렸다. 반면, 연령대가 낮고 지방에 거주하며 소유 주택이 없었던 가구들은 자산시장의 불평등으로 소외감을 느꼈으리라 짐작된다.
매 분기 발표되는 가계동향조사가 각 가구의 소득 수준을 보인다면, 1년에 한번 발표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소득뿐만 아니라 보유 자산의 변화를 측정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2018년 한 해 동안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이 모두 심화되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이를 완화할 적절한 대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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