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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규제 없어 기회?' 차라리 규제 지역을 잡아라

과거 같은 지방 풍선효과 이제는 어려워…자체적으로 회복 못할 가능성

2019.01.14(Mon) 14:34:37

[비즈한국] 2017년 6·13 대책 이후 열네 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대부분 비슷한 내용이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로 곧 시장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2016년 이후 확실한 조정 시장이 된 곳은 지방이다. 지방 부동산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공급자·소비자·​지자체·​정부 모두 마찬가지다. 

 

심지어 ‘지방 부동산이 바닥이니 지금이 투자 기회’라고 선동하는 투기 조장 세력도 있다. 하지만 서울이 규제 대상이 되고 지방은 시세가 많이 빠졌으니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어설픈 희망일 뿐이다. 

 

지방 부동산에서도 수요가 많은 지역은 시간이 해결해줄 테지만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공사 중인 아파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부동산 시장에서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 규제지역 외 입지와 상품 시세가 폭등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시기는 2005~2007년의 수도권 시장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역사상 가장 광풍이 심했던 시기다. 그때의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면 이번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과 2005~2007년의 시장은 전혀 다르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조건은 주택 보급률이다. 2012년 전후로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었다. 이전과 주택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실제 시장을 주도했던 부동산이 다르다. 2005~2007년 부동산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슈가 있던 단지가 시세를 주도했다. 실거주 가치가 아닌 재건축 후의 미래 가치가 반영된 가격이었다. 압구정, 개포, 반포 등 강남 재건축 단지가 시세를 이끌었고, 이 여파로 주변 지역의 기존 아파트 시세까지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핵심 지역의 실제 재건축 물량은 많지 않았다. 2017년 이후 시장의 양상은 달라졌다.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지역과 상품이 10년에 비해 다양해졌고, 강남권에서의 분양 물량도 많아졌다. 

 

아파트 시세는 이전 시장에 비해 크게 올랐다. 당시 3.3㎡(약 1평)당 4000만 원이라는 가격은 거품이었다. 지금은 강남권 아파트의 일반적인 가격이다. 재건축에 의한 미래가치가 아닌 실제 분양가의 시세다. 이런 가격에도 1순위 완판에 프리미엄까지 형성된다. 강남 재건축 분양 물건뿐 아니라 서울 주요 지역 및 수도권 신규 분양도 마찬가지다. 1순위 분양 완료는 기본이고, 프리미엄이 얼마나 형성되는지가 해당 단지의 인기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정도다. 

 

2005~2007년의 시장은 가수요층이 주도했다. 핵심지역인 강남 3구의 경우, 실제 거주 수요보다는 미래 가치를 중시했다. 그래서 소형보다 대형의 시세 상승 폭이 더 컸다. 반면 2017년 이후 서울·​수도권은 실수요층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전세가의 고공 행진에 지친 임대층이 전세가와 매매가가 차이 나지 않자 매매로 돌아선 경우가 많다. 최고 입지의 주택에서 살고 싶어 하는 수요층에게 강남 분양은 또 다른 실거주 시장을 제공해 주었다. 

 

2016년까지는 실수요층과 가수요층이 탄탄히 자리 잡고 있어 지방 부동산 시장이 활발했다. 가수요층 뒤에 실수요가 버티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유지됐다. 최근 지방의 실수요층은 줄고 있다. 매수할 만한 세대는 대부분 매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규제 지역의 실거주층이 빠지고 있다. 

 

이번 정부 규제 정책의 메인 타깃 지역은 서울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규제에 따라 어느 정도 심리와 분위기가 위축되고 한동안은 매수층이 시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시세가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문제가 없는 지역이다. 실수요층이 늘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핵심이 아닌 지역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규제 지역이 오를 타이밍이 되었다고 주장을 한다. 비규제 지역에 투자 세력이 몰리면 단기간에 시세가 오르는 지역도 발생할 것이다. 선투자는 시세 차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뒤늦게 합류한 후발주자에게는 어려운 시장이 될 것이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 규제가 들어온다고 규제 없는 쪽을 무작정 매수해서는 안 된다. 지방 부동산에서도 수요가 많은 지역은 시간이 해결해줄 테지만 자체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지역도 있다. 따라서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해야 한다면 규제 대상이 되는 지역을 추천하고 싶다. 오히려 이번 규제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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