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3대 동물권단체 ‘케어’(care)가 최근 4년간 200여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했다는 보도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도 유기동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직접 안락사를 단행해 건강한 유기견을 대학 동물 실험용으로 보낸 것. 그 중엔 다른 동물보호단체 및 개인과 계약을 맺고 보호 중인 개들도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됐다. 또한 동물보호소 이전을 위해 충북 충주시 토지를 개인명의로 매입해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케어는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일명 동사실)’라는 이름으로 설립, 동물권 운동가인 박소연 씨가 대표직을 역임하고 있다. 2만 3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연 15억여 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받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 중에선 ‘동물자유연대’ 다음으로 규모가 큰 비영리단체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에겐 ‘세계 최초 유기견 퍼스트 도그’라는 타이틀로 유기견 ‘토리’를 입양 보내며 화제 모으기도 했다.
케어는 겉으로는 동물권 신장에 앞장선 듯했지만 내부적으로 동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박소연 대표는 그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됐다.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케어가 언론·대외활동도 많이 하거니와 따로 변호인단을 꾸리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불미스런 의혹이 외부로 잘 노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많은 동물 관련 기사에 등장하며 동물 애호가·전문가로 비쳐졌다.
# 유기견 직접 안락사 후 수의과대학 제공해 구설수
2011년 박소연 대표는 포천에 위치한 케어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20마리를 안락사 시켜 한 대학교 수의과대학에 동물 실험용으로 보냈다. 현행법상 유실·유기동물(보호조치 중인 동물 포함)은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안락사는 불치병을 지녔거나 사람·동물을 전염시키는 질환을 가진 동물에 한해서만 부득이하게 진행된다.
박 대표는 입양이 안 됐거나 덩치가 크고 건강한 유기견들을 안락사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2011년 해당 피의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초범이고 반성한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대학 측과 박 대표의 금전 거래는 없었다고 한다.
안락사된 20마리 중엔 다른 동물보호단체와 개인으로부터 위탁비를 받고 보호 중인 동물들도 있었다. 때문에 박 대표는 대법원 판결(민사)에 따라 견주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했다. 전직 케어 직원 A 씨는 “동물도 생명체로 봐야 한다는 분위기와 주장이 있었던 만큼 견주 외에 개에게도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박 대표는 그럴 수 없다며 개는 현행법상 ‘물건’이라 주장했다. 저 사람이 동물애호가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소연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내 대학들은 알게 모르게 살아있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많이 한다. 굉장히 잔인한 행위다. 그래서 죽은 아이들을 대학교에 총 세 차례 보냈다. 선진국에선 안락사한 유기동물을 실험용으로 자주 사용한다”며 “안락사의 경우 수의사보다 동물과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 했을 때 동물이 공포를 덜 느낀다. 그래서 내가 안락사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수의사 면허 없이 유기동물을 수차례 안락사 시키기도 했다. 케어(당시 동사실)가 남양주·구리시 유기동물 보호관리 위탁사업을 도맡던 2005년 박 대표는 시 보조금 편취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 대표는 “포획한 유기동물의 70%가량을 내가 처리했다”면서도 수의사 면허가 있느냐는 경찰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안락사는 수의사에 의해 시행돼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2005년엔 관련 법안이 제정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일일이 수의사를 부를 비용도 충분치 못했다. 자료상으론 70% 처리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박 대표가 보조금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정부지방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박 대표는 총 184회의 허위 유기동물포획·관리대장을 각 시에 제출해 약 195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 시가 위탁사업자에게 구조 유기견 한 마리당 10만~11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악용한 셈이다.
# 2011년 약탕집 개·닭 탈출시키며 영웅으로 떠올라
박소연 대표는 2011년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열악한 환경의 한 개농장에서 새벽 3시 약탕집 운영업자가 소유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데리고 나온 것. 케어(당시 동사실)는 구조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고, 박 대표는 동물을 구한 영웅으로 떠올랐다.
동물보호단체 종사자들은 이 구조가 과도했으며, 박 대표가 후원금을 노렸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동물 소유주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박 대표는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놓였다. 동물이 법적으론 물건일지 모르나 엄연히 생명”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충남 동물보호 명예감시원을 지낸 B 씨는 “동물보호법 16조에 따르면 유기·학대동물을 발견할 시 우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며, 단체나 개인은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거나 필요로 할 때 나서는 게 맞다”며 “수년간 동물보호활동을 해온 단체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동물보호단체 대표는 “박 대표는 화제가 될 만한 것만 겨냥해 움직였다. 청주 유기동물보호소 운영위원이었던 그는 지속되는 문제제기에도 움직이지 않다가 지난해 8월 청주 보호소 센터장의 동물학대 의혹이 언론을 타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청주 동물보호소 토지 개인명의 매입 적정성 논란
한편 케어는 동물보호소 이전을 위해 충북 충주시 토지를 매입했는데 방식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토지 명의가 단체 이름이 아닌 박소연 케어 대표, 즉 개인 이름으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케어는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동물보호소를 이전하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서울 동물사랑실천협회’ ‘동물사랑실천협회 서울지부’의 은행계좌로 모금을 시작했다. 2012년 1월 20일 기준 총 모금액은 1억 9490억 원. 케어는 2016년 9월 25일 충북 충주시 토지를 1억 8000만 원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 소유자는 케어가 아닌 박소연 대표였다.
박 대표는 2016년 11월 해당 토지에 1억 43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도 했다. 전직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B 씨는 “단체 이름으로 후원을 받고 개인 명의로 땅을 매입하는 건 적절치 않거니와, 땅값이 오르거나 했을 때 그 이익은 결국 대표에게 귀속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비영리법인 명의로 하는 게 맞을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해당 단체가 등록된 시청이나 구청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소연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토지는 농가이기 때문에 법인 명의로 매입할 수 없었다. 보호소 설립을 위한 부지를 물색하다 마땅한 곳이 없어 마지막 대안으로 농가를 매입한 것”이라며 “기존 모금액은 보호 동물이 많아지면서 서울에 있는 입양센터 2곳을 설립하는 데 쓰였고, 대출금은 충주시 부지 매입에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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