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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땅값 올라 세금 내면 갈 데 없다" 하남 주민 '3기 신도시' 반대 이유

"50년간 그린벨트 묶더니 상의 없이 신도시 지정…개발 이익 주민에게 돌아와야"

2019.01.11(Fri) 18:32:16

[비즈한국] “청천병력 같은 강제수용 결사반대, 대대손손 내 고향 목숨 걸고 사수하자.” ‘3기 신도시’ 입지 발표 후 경기도 하남시에서 첫 번째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11일 오후 2시 30분경 하남시청 농구장에서 열린 ‘제1차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집회’에는 하남시 주민 8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정부가 주민 생존권이 걸린 중차대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하남시 주민과 단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원치 않는 신도시 발표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11일 ‘제1차 하남 교산 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강제수용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차형조 기자


지난 12월 19일 국토교통부는 ‘제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3기 신도시’ 입지를 공개했다. 남양주(1134만㎡, 약 343만 평), 하남(649만㎡, 196만 평), 인천 계양(335만㎡, 101만 평), 과천(155만㎡, 47만 평) 등 서울 경계로부터 2km 이내 지역이 선정됐다. 

 

하남시의 경우 천현동, 교산동, 춘궁동, 상·하사창동 일원인 교산지구에 공공주택 3만 2000호가 공급된다. 국토부는 지구 북측 용지(92만㎡)에 첨단기업과 4차 산업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첨단산업 융복합단지’를, 지구 남측에는 폭 40m 덕풍천과 연계한 ‘친환경 주거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광주향교 등의 문화재가 있는 지구 중간지대에는 한옥마을과 백제문화박물관, 역사문화공원 및 탐방로를 만들어 ‘역사문화 특화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남 교산신도시 개발 예정지(노란색). 사진=국토교통부

 

하남시청 도시개발과에 따르면  현재 교산지구에는 2586세대, 4843명이 살고 있다. ​교산지구의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전체 면적의 81.8%(530만 8000㎡)다. 석철호 하남교산 신도시 공공택지지구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은 주로 농사를 짓거나 물류창고를 운영 또는 임대를 주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이 같은 개발 호재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0일 ‘비즈한국’이 3기 신도시 예정지인 하남시 교산지구를 찾아 주민 목소리를 들었다.  

 

# 낮은 보상액, 높은 양도세 우려 “그 돈으론 다른 곳에서 못 산다”

 

남양주 왕숙지구와 마찬가지로 하남 교산지구 원주민의 가장 큰 걱정은 생계였다(관련기사 [현장]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이 '더 뿔난' 까닭). 낮은 토지보상금으로 양도세와 새로 얻을 부지의 취득세 등을 내고 나면 전과 같은 생계를 이어갈 수 없을 것이란 우려다. 

 

하남시 춘궁동에서 37년째 부추 농사를 짓는 이재구 씨(58)​는 “​할아버지 때부터 대대로 농사짓고 살았는데 수용당해 내쫓긴다니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라​며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하남 주변 땅값이 모두 올라 대체 부지를 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철호 위원장은 “50여 년 동안 일대를 그린벨트로 묶고 창고 하나 못 짓게 하더니 이젠 헐값에 땅을 빼앗으려 한다. 주민 수렴 없는 신도시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며 “개발의 이익은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시민과 함께하는 정부라면 먼저 개발제한구역 해제, 용도지역 변경을 하고 민간 차원에서 택지지구를 조성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길 하남교산지구 고향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주민들은 토지를 현 시가로 보상 받아도 양도세와 취득세 내면 가지고 있는 땅의 반 토막도 건질 수 없다”며 “정부가 신도시 개발 계획을 철회할 수 없다면, 최소한 현 시가 보상과 양도세·취득세 면제 등의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용재 전국개발제한구역 주민연합회 하남시지회 회장도 “주민들이 투기꾼도 아닌데 땅을 뺏기면서 양도세를 다 내는 것은 부당하다. 지금의 개발제한구역은 ‘개발을 위한 유보지’ 성격을 갖는데, 개발이익을 주지 못한다면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때 양도세 감면은 해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재 위원장은 “이주 대책도 중요하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 살아왔는데 서로 의지하던 노인들이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일언반구 말도 없이 갑자기 수용한다니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감정평가업자 3인을 선정해 토지 평가를 의뢰한다. 보상액은 각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평가액의 산술평균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해당 토지를 관할하는 시·도지사와 토지소유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감정평가업자를 1인씩 추천할 수 있다. 

 

하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감정평가사 3명이 평가한 금액으로 보상가를 제시하기 때문에 아직 보상금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이르다”며 “하남시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주민 이주대책 마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 매장 문화재 유실 및 훼손 우려도… 

 

문화재 훼손 및 유실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남시 도시개발과에 따르면 교산지구 내 문화재보호구역과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을 합한 면적은 81만 5000㎡다. 교산지구 내 문화재로는 광주향교와 하남시 상사창동 연자마가, 지구 인근에는 하남 동사지 오층석탑과 하남 교산동 마애약사여래좌상 등의 문화재가 있다. 

 

유평근 하남 문화유산지킴이 시민위원회 총괄본부장은 “하남 지역은 기원전 2만 5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발견됐고, 많은 고고학자들이 초기 백제(한성 백제)의 왕궁터로 추정할 만큼 역사·문화적 가치가 큰 곳”이라며 “선발굴 조치 없이 개발할 경우 지난 미사지구, 감일지구 등 개발사례처럼 (매장)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5년 하남시 교산동·춘궁동의 유적 분포도. 사진=하남시청

 

하남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교산지구 개발 구상에는 현재 문화재와 출토된 문화제를 보관·전시할 수 있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산포된 문화재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시굴·발굴 조사를 할 때 만전을 기해 원상태의 문화재로 박물관에 보존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하남)은 ​‘비즈한국’과 만나 “주민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는 신도시 개발에 반대한다. 신도시 개발이 추진되기 위해선 첫째로 지역주민에 대한 ‘현 시가 토지 보상’과 개발 이후 생활대책 수립이 전제돼야 한다. 두 번째는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산업단지를 만들어 자족도시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 문화재에 대한 사전 조사와 보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4일 이런 전제 조건을 국토부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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