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경제성장은 물론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요인이어서 올해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가 1960년대 경제개발에 돌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사업체가 정상적인 조업환경에서 생산할 경우 최대 생산가능량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조업 생산능력을 보여주는 생산능력지수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한 규모가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한 규모보다 많아지면서 최대 생산가능량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투자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공장 문 자체를 닫는 셈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게 되면 투자와 생산이 줄어들면서 국내총생산(GDP)이 떨어지게 된다. 또 공장 폐쇄는 일자리 감소를 가져와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에서 ‘설비투자 조정압력’까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1~11월) 제조업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0.4%포인트(p)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10~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제조업 생산증가율(A)과 생산능력증가율(B) 간 차이(A-B)로 계산한다. 설비투자 조정압력의 플러스(+) 값이 높아지면 향후 설비투자 확대 필요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설비투자 조정압력의 마이너스(-)의 값이 커지면 설비투자 확대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향후 기업들의 투자 방향성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실제로 2016년 0.4%p였던 설비투자 조정압력은 2017년 -0.5%를 기록했고, 이는 지난해 기업들의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 그 여파로 2017년 3.1%였던 경제성장률은 2018년 2.6~2.7%(정부 추정치)로 하락했다.
이처럼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한 데다 향후 투자 전망까지 악화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동력 확보를 위해 내세운 ‘혁신성장’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10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고용지표가 양적인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전통 주력 제조업의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며 “분배의 개선도 체감되지 않는다”고 어려운 경제 상황을 자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새로운 시장을 이끄는 경제는 바로 혁신에서 나온다”고 강조해 집권 중반기 경제 정책의 무게를 ‘공정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중 혁신성장에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 대통령이 내세운 혁신성장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것과 달리 해외 투자는 늘리고 있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에게 더 뼈아픈 일이다. 기획재정부의 ‘3분기 해외직접투자동향’에 따르면 올해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은 1년 전 같은 기간(98억 6000달러)에 비해 33.0%나 늘어난 131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2분기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2개 분기 연속으로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에 1~3분기 누적 해외직접투자액은 360억 2000만 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직후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은 정부도 기업 국내 투자 감소 흐름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지난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사이에서 갈 ‘지(之)’ 자 행보를 했던 문재인 정부가 올해는 혁신성장에 두기로 한 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을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기업 국내 투자가 좌우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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