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삼성전자가 지난 4일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사무실은 수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안에 위치하고 황성우 종합기술원 부원장이 연구소장직을 맡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연구 방향은 나온 것이 없지만 필터 기술, 분해 기술 등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의 규모 등도 아직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가산R&D캠퍼스에 ‘공기과학연구소’를 설립했다. LG 측은 공기과학연구소에서 집진, 탈취, 제균 등 공기청정 관련 핵심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한다고 밝혔다. 유명 교수진으로 구성된 기술자문단과 협업도 진행해 공기청정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움직임이다. 개발 중인 핵심 기술은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 제품 전반에 적용된다.
# 공기청정기 시장 잡겠다고 나선 LG와 뒷짐진 삼성, 결과는?
삼성보다 먼저 공기청정 기술 연구를 시작한 LG는 2016년부터 에어솔루션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당시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본부장을 맡으며 에어솔루션 사업에 높은 관심을 내비쳤다. 조 부회장은 “공기청정기를 필수가전으로 만들겠다”며 2년 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조 부회장이 선언한 대로 현재 공기청정기 시장 선두주자는 LG전자가 됐다. 가정용뿐만 아니라 B2B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연구개발에 일찍이 뛰어든 결과, 지난해 한국 내 스타벅스 매장의 공기청정기 납품업체로 선정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18년 11월 매립형 공기청정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발표하며 LG와 협력한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립형 공기청정기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국내에는 천장에 매립할 수 있는 공기청정 시스템이 없었다. LG전자가 매립형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완성 단계에 가까워졌다고 해 협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1년여 동안 LG전자와 협업해 공기청정 시스템의 기술 테스트 등을 진행했고 먼지 입자의 지름이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이하인 극초미세먼지도 감지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LG전자에서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매립형 공기청정기는 일반 판매용이 아닌 스타벅스 맞춤형이다. 매장에 최적화된 구조로 개발됐다”고 밝혔다.
# 스타벅스 공기청정기 두고 삼성과 LG, 다시 또 붙나
삼성은 LG보다 한 발 늦게 공기청정 시장에 뛰어 들었다. LG가 B2B 렌털 사업 등에 나서며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는 동안 삼성은 시범사업 등을 진행하며 소극적인 전략을 펼쳤다. LG가 스타벅스와 협업에 나서자 그제야 부랴부랴 B2B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에 이어 스타벅스에 매립형 공기청정기 시제품 테스트를 받았지만 기준을 맞추지 못해 납품 경쟁에서 밀렸다.
스타벅스 측은 “지난해 매장에 공기청정기 약 1000대를 설치했다. 신규 매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기청정기를 설치했으며 기존 매장은 리뉴얼을 하면서 순차적으로 설치해 나가고 있다”며 “지난해 설치된 1000대는 모두 LG 제품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다시 테스트 중이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삼성전자의 매립형 공기청정기 시제품을 다시 테스트하고 있다. 1차 테스트에서 미흡한 판정을 받은 실시간 공기질 표시 기능과 자동차에서 주문하고 받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용 송풍구 1개짜리 공기청정기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년 1500대의 공기청정기가 추가 납품될 예정이며, 삼성 제품이 테스트에서 통과하면 후발주자로 협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G 제품을 1년여 테스트한 만큼 삼성 제품의 테스트도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업용 공기청정기는 가정용 필터와 달리 건물 전체를 필터링하는 별도 제품과 필터 규격 등이 필요하다. 인터넷 데이터 센터 등은 고도의 청정이 필요하며 별도 공조기도 있어야 해 기술 개발이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B2B 시장에서 업체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기준이 깐깐하기로 알려진 만큼 업체들이 납품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기청정기 B2B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3년간 모든 유치원, 초등학교, 특수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의료기관 등의 수요까지 예상하면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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