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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답안·채점기준 비공개 '깜깜이 임용고시'에 우는 수험생들

2013년 객관식 문제 없애면서 시작…"공정업무 수행 지장 초래" 현행법 근거

2019.01.09(Wed) 17:53:33

[비즈한국] 중·고등학교 영어교사가 되기 위해 4년째 중등교사 임용시험(임용고시)을 준비 중인 A 씨는 지난해 11월 치른 임용고시 1차 시험(필기) 결과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학원가 예상 답안을 근거로 산출한 가채점 점수 80점보다 6점가량 낮은 점수가 나왔기 때문이다. 

 

A 씨는 이번까지 세 차례 임용고시를 치렀다. 2016년 1차 시험에선 합격 커트라인보다 1점 낮은 점수를 받았고, 2017년엔 1차 시험에 합격했지만 2차 시험(면접 ·수업지도안 작성·수업 실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1차 시험에서는 앞선 시험보다 공부도 많이 했고 문제도 쉬웠다고 느꼈지만, 경기도교육청 합격선인 82점을 크게 밑도는 점수를 받았다.

 

A 씨는 “애매한 문항을 모두 틀렸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점수인데 어디서 더 감점됐는지 모르겠다”며 “모범답안이나 채점기준을 알려주지 않는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눈뜬장님 식으로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하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학생이 도서관에서 스스로에게 ‘아자아자 화이팅’​이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놓고 공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9학년도 임용고시 1차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에 따르면 4457명의 교사를 선발하는 이번 임용고시의 1차 시험에는 전국 4만 2943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경쟁률은 9.6 대 1.​  

 

결과 발표 후 채점기준과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수험생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임용고시 수험생 커뮤니티 ‘한마음 교사되기’에는 A 씨처럼 납득할 수 없는 점수를 받아든 수험생의 성토글이 여러 건 게시됐다. ‘2019중등교원임용고시 1차 시험 채점결과 재검토 및 채점관련정보제공 요청’이란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9일 현재 1200여 명이 동참했다.

 

임용고시 채점기준과 항목별 점수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임용고시 1차 시험문제는 기입형(단답형)과 서술형, 논술형으로 출제된다. 1교시 과목인 교육학에서는 논술형 문제가, 2교시 ‘전공 A’에는 기입형과 서술형, 3교시 ‘전공 B’에는 서술형과 논술형 문제가 나온다. 각 시도교육청은 임용고시 1차 시험문제의 출제와 채점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한다. 각 교육청은 평가원으로부터 채점결과를 넘겨받아 수험생의 합격 여부와 교육학 및 전공 점수(전공 A·B 합산점수)를 수험생에게 공지한다. 

 

문제는 채점기준과 문항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 현재 임용고시 수험생은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답안은 정확하게 채점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전국 시·도교육청의 협의체인 ‘중등교사 신규임용전형 공동관리위원회’가 1차 시험에서 서답형(기입형·서술형·논술형)​ 문제의 모범답안과 채점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험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현재 변호사시험과 행정고시 등의 시험에서도 이를 근거로 채점기준을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홍보팀 관계자는 “2014학년도 임용시험(2013년 실시)에서 서답형 문항으로 개편된 이후 모범답안이나 채점기준 등은 공개된 사례가 없다. 이전의 논술형 문제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모범답안을 공개하게 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여러 부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안진섭 전국수험생유권자연대 의장은 “임용고시는 사법고시, 행정고시와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시험이다. 청춘을 바쳐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왜 떨어졌는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전달하는 것은 출제기관의 마땅한 도리”라며 “시험의 공정함을 저해한다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수험생의 알 권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 주관식·서술형 문제라고 하더라도 출제자의 의도가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채점기준을 제시해 수험생이 학습의 방향을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임용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2017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중등임용시채점기준과 출제근거 공개에 관한 행정심판(2017-3597)에서 “채점기준을 공개할 경우 다의적일 수밖에 없는 평가기준과 주관적 평가 결과 사이의 정합성에 대한 논란 가능성이 농후한 점, 업무 수행상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평가업무 수행 자체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채점기준과 모범답안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논술형 시험제도에 있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시험의 일관되고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도 공개돼선 안 된다”고 처분했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관계자는 “표준답안이나 문항별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 부분에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임용시험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2019년도 ‘중등교사 신규임용전형 공동관리위원회’ 주관 교육청인 인천광역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2월 전국의 교육청 관계자들이 모여 다음 연도 임용시험을 논의한다. 현 상황에서 문항별 점수나 채점기준 등을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만, 전공과목 점수를 교시별(전공 A와 전공 B)로 나눠 공지하는 안을 상정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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