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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전쟁] 왜 우리는 늘 '살 만한 게 없다'고 느낄까

소비 수준 높아져도 공급은 뒤처지는 '역설'…능력 갖추면 수요 몰릴 수 있어

2019.01.08(Tue) 18:59:02

[비즈한국] 친한 여사친이 모임에만 나오면 “요즘 남자가 없다”라는 한탄을 늘어놓곤 했다. 보통은 묵묵히 들어주었지만 너무 자주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나는 남자가 아니냐”고 발끈했다. 나는 곧 패배감을 느꼈다. 여사친이 미소와 함께 “미안한데 너는 내 취향이 아니야”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남자가 없어서” 그 친구가 그렇게 얘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남자가 없음을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다. 비슷하게 소비자들의 입에서 “살 만한 게 별로 없다”는 소리가 종종 나온다. 정말로 시장에 상품이 없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소비자로서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좋다. 예전에는 해외 여행을 가면 지인들에게 나눠줄 기념품으로 꼭 사오는 물건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스위스에 들르는 사람이라면 삼각기둥 모양의 초콜릿인 토블론을 사왔다. 그 외에도 해외 화장품 브랜드의 립스틱이나 립밤 같은 상품은 일종의 특산품처럼 여행을 다녀와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 좋았다.

 

예전에는 해외 여행을 가면 지인들 선물로 토블론 초콜릿 같은 것을 사오곤 했지만, 이제는 국내에서도 해외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사진=토블론 페이스북

 

요즘은 해외에 나가 립밤이나 립스틱, 초콜릿을 사오는 사람은 드물다. 수입 과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고, 드럭스토어에서 다양한 국내외 브랜드 화장품과 케어 제품도 살 수 있는 시대니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편리해졌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해외까지 나가서 선물용으로 살 게 정말 없어진 시대기도 하다.

 

이처럼 소비자의 효용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원하는 것을 구하기가 훨씬 쉬워진 만큼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제품의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를 생산자가 쉬이 따라잡지 못한다. 소비자들의 아쉬움은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비시장이 침체되어 있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특정 아이템에는 소비가 집중되곤 한다. 소비자는 정말 구매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는 지갑을 연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유행으로의 과도한 쏠림은 이를 반영하는 현상인지도 모른다. 소비자들의 수준은 생산자들의 수준보다 더 빠르게 올라가므로 소비자 입장에서 시장은 늘 공급 부족 상태다. 이때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는 아이템이 등장하면 그동안 잠겨 있던 수요가 열려 폭발적인 유행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풍요를 가져다준 소비자 효용의 증가가 반대로 소비자들에게 살 만한, 사고 싶은 상품의 공급 부족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또 수많은 사업자들이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반대로 소비자들은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 역시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설이야말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면 수요가 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소비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평균 수준 이상을 제공하고 상품과 서비스 수준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누군가의 노후를 위한 시장으로는 걸맞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 김영준은 건국대학교 국제무역학과를 졸업 후 기업은행을 다니다 퇴직했다. 2007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김바비’란 필명으로 경제블로그를 운영하며 경제와 소비시장, 상권에 대한 통찰력으로 인기를 모았다. 자영업과 골목 상권을 주제로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등에 외부 기고와 강연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 ‘골목의 전쟁’이 있다.

김영준 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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