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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한국 노인들이 저축을 열심히 하는 이유

일반적 예측과 달리 소비 줄고 자산 늘어…기대여명 늘면서 '미래 대비'

2019.01.07(Mon) 10:28:11

[비즈한국] 최근 발표된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를 보면, 65세 이상 인구는 73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3%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그러나 55~59세 고용율은 72.6%, 그리고 60~64세는 60.6%, 65세 이상은 30.6%를 기록하는 등 노령인구의 경제활동이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함께 작성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60세 이상 노령가구의 자산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탄 것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의 노령인구는 예전보다 더 활발하게 일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셈이다. 

 

한국의 노령가구는 예전보다 더 활발하게 일하고 더 적극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서울 강남구 오디토리움 코엑스에서 열린 기념행사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모딜리아니 등이 제기한 ‘라이프 사이클 가설’에 따르면, 30~40대의 청장년 시기에는 노후를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자산을 축적하다 50~60대의 은퇴연령에 도달하면 지금껏 모은 자산을 처분하며 소비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노령가구는 이 예상과 정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는 거시경제 데이터에서도 확인이 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고령인구의 저축 실태와 거시경제적 합의’에 따르면, 노령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가계 평균 소비성향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임을 발견할 수 있다. 가계 소비성향이 하락한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면 저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저축률이 떨어지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라이프 사이클의 가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한국에서 통용되지 않는 셈이다. ​

 

가구주 연령대별 자산 분포. 자료=통계청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노령가구는 계속 자산을 축적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지속적인 저축의 증가만 나올 뿐 소비가 늘어나는 징후는 강하지 않다. 이 의문에 대해 ‘고령인구의 저축 실태와 거시경제적 함의’의 저자들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예비적 저축 동기, 그리고 후손들에 대한 유산 상속 욕구가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가계 평균소비 성향. 자료=국회예산정책처(2018)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의 불확실에 미리 대비하려는 동기인 것으로 보인다. 61~ 95세 개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의료비 지출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가계에 큰 부담을 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연령이 높아가고 소득이 많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다. 소득이 높을수록 장수(長壽) 가능성이 높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의료비 지출의 여력이 크기에 ‘고소득·고연령’ 가계일수록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따라서 가장 소비여력이 큰 고소득 가계는 자신이 얼마나 더 살지 모르고 앞으로 의료비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모른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결국 이는 고소득 노령가구의 저축성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 노령가구가 매우 불평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소득 노령가구의 저축 증가는 ‘평균적’인 노령가구의 저축 증가로 연결될 것이다. 

 

노령가구의 저축을 늘리는 이유는 이것만이 아니다. 후손들에게 유산을 주려는 동기도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1인당 진료비. 자료=국회예산정책처(2018)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노령 가구를 대상으로 유산 상속의 동기를 추정한 결과, 자녀가 있을수록 유산상속을 위해 저축하려는 태도를 지닌 것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남성보다는 여성 가구가 유산 및 기부에 대한 동기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건강상태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수록 유산 상속의 동기는 약했다. 즉, 장수의 ‘위험’이 높을수록 유산상속의 여력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감안할 때, 한국의 노령가구가 자산시장에서 대거 ‘매물’을 쏟아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통계청의 ‘2018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기준 기대여명(期待餘命)이 20.6년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에 비해 1.1년 늘어난 것이다. 즉 한국 노인들은 매우 오래 살고, 또 오래 살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국 사회의 복지, 특히 노령인구에 대한 의료 지원이 강화된다면 이 같은 노령인구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 관측된 바로는 변화의 징후가 뚜렷하지 않기에, 상당 기간 노령인구가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자산을 열심히 저축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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