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애플의 위기입니다. 최근 3개월간 증발한 애플의 주가는 450조 원입니다. 웬만한 글로벌 IT 기업 수준의 금액이 사라진 셈입니다.
지난 2일, 팀 쿡은 투자자에게 보낸 서한에서 2019년 1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60억 달러 규모의 예상 매출 조정입니다. 840억 달러의 추정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5% 낮은 수치입니다. 1년 중 가장 매출이 많다는 연말연시에 우울한 소식이 들렸으니, 주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팀 쿡은 부진의 이유로 ‘차이나 쇼크’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부진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쳤지요. 중국에서 애플의 프리미엄 휴대폰 매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줄었다는 분석입니다.
팀 쿡이 이야기한 또 하나의 문제는 배터리 수리비용이었습니다. 배터리 수리비용을 올리자 매출이 줄었다는 겁니다. 과거 애플 제품은 배터리를 수리하느니 새 제품을 사는 것이 낫다고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시장상황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업체의 중국 매출은 오히려 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아이폰 판매량이 중국에서 9.5%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화웨이의 판매량은 17.7%, 비보는 12.1% 늘었습니다. 노트북도 마찬가지입니다. 맥북의 점유율이 9% 떨어지는 동안 중국, 심지어 미국 델 등의 매출은 늘었습니다.
애플의 강점은 좋은 UI/UX와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뛰어난 완성도, 프리미엄 제품다운 ‘쿨함’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애플 제품의 매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이 아닌 삼성, 화웨이 등의 제품으로도 만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애플 제품이 필요한 사람도 굳이 기존의 튼튼한 제품 대신 새 제품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과거 애플의 신제품 출시는 모두가 손꼽아 기다리는 이벤트였습니다. 비싸더라도 애플 신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도 얼마든지 있었지요. 지금의 아이폰, 맥북, 아이맥, 애플워치 등 신제품은 모두의 주목을 받을 만한 혁신 제품은 아닙니다. 특히 스마트폰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애플의 진짜 문제는 혁신의 부재일지 모릅니다. 과거 애플은 심플한 제품 구성으로 지금보다도 적은 제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충격을 주는 제품이었습니다. 지금 애플의 신제품은 점진적인 개선만 꾀할 뿐, 모두의 뇌리에 남을 충격적인 성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를 따라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따라가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효율적인 팔로잉이 더 많지요.
혁신의 부재. 어쩔 수 없이 잡스가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잡스가 있던 시절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였습니다. 과감한 제품 라인 개혁, 충격적인 프레젠테이션, 압도적 협상력. 이 모든 게 잡스 시절 애플에서 나왔습니다.
애플의 위기를 다룬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영상.
팀 쿡 또한 세련된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끊임없이 고객 및 투자자와 소통하며 신제품의 특별함을 소개하지요. 하지만 그가 나온 이후의 애플은 확실히 덜 흥미로워졌습니다.
사람이 핵심인 IT 사업은 창업자가 세포분열하듯 자신과 비슷한 회사를 만들고는 하지요. 대다수 IT 회사는 창업자가 떠난 이후, 특별함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가 떠난 후 10년 넘게 고생했습니다.
창업자가 사라진 애플이라고 재능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애플의 효율을 상징하는 팀 쿡의 회사이니 만큼 여전히 애플은 효율적입니다. 세련되기도 하지요. 애플뮤직 등 콘텐츠에서는 지금도 진화 중입니다.
문제는 뿌리 깊은 혁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애플 제품은 충분히 좋습니다. 다만 새롭지 않을 뿐입니다. 여전히 효율적이고 세련됐지만 혁신을 보이지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효율적인 결정은 안정적입니다. 당장은 문제가 보이지도 않지요. 다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결정이 쌓이고 혁신이 멈추다 보면 언젠가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IT 업계라면 그 속도는 더욱 빠르겠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팀 쿡 체제의 위기, 애플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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